비급여 약 20억서 본인부담 598만원으로… 척수성 근위축증 환자에 희망 건정심 16차 회의서 재정부담 줄이는 ‘위험분담제’ 적용 결정비용효과성 탓에 여전히 진입 문턱 높은 ‘고가 신약’… 대안 절실
  • ▲ 지난 20일 건강보험 급여화가 결정된 노바티스의 '졸겐스마' ⓒ노바티스
    ▲ 지난 20일 건강보험 급여화가 결정된 노바티스의 '졸겐스마' ⓒ노바티스
    1회 투여에 약 20억원이 드는 초고가약인 노타비스의 ‘졸겐스마’가 건강보험에 진입했다. 이에 따라 척수성근위축증(SMA) 환자가 내는 본인부담액은 598만원으로 줄었다. 치료권 보장을 위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중장기적 관점에서는 보완해야 할 부분이 존재한다. 초고령화 사회 진입을 앞두고 건강보험 재정은 빨간불이 커질 수밖에 없고, 각종 고가 신약이 허가를 받으면서 타 질환자의 요구도 거세지는 상황이 되기 때문이다. 현실적 대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의미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0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제16차 회의를 열고 졸겐스마의 건강보험 급여를 의결했다. 오는 8월부터 ‘약제 급여 목록 및 급여 상한금액표 개정안’에 올라 제도권 진입에 성공한 것이다. 

    졸겐스마는 한국노바티스가 만드는 척수성근위축증 치료제다. 졸겐스마는 비급여시 1회 투약 비용 상한 금액은 약 20억원이다. 건강보험이 적용되면 환자가 낼 돈은 최대 598만원이 된다. 원샷 투여로 완치 효과를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이번 건보 급여 적용에 따라 환자는 투약 전 급여기준이 정하는 투여대상 적합여부에 대한 사전심사를 거친다. 또 환자의 보호자는 5년간 주기적인 반응평가 등 장기추적조사에 대한 이행 동의서를 작성해야 한다. 

    워낙 초고가약이다보니 급여 등재과정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제약사를 대상으로 다양한 위험분담제를 적용하기로 협의했다. 여기서 위험분담제는 약제의 효능·효과나 보험 재정 영향 등에 대한 불확실성을 업체가 일부 분담하는 것이다. 

    졸겐스마에 적용된 위험분담제 유형은 환급형, 총액제한형, 환자 단위 성과기반형 등 3가지 방식이다. 
     
    환급형은 청구금액에 대해 일정 비율의 금액을 노바티스가 건보공단에 환급한다는 의미다. 총액제한형은 사전에 협의한 연간 청구액 총액(CAP)을 초과하면 일정 비율을 돌려주는 것이다. 환자 단위 성과기반형은 환자별 치료 성과를 매년, 총 5년간 추적 관찰해 치료 실패시 일정 비율을 환급하는 모델이다.

    복지부는 “졸겐스마주는 투여 후 다른 척수성근위축증 치료제 투여 시 급여를 인정하지 않다는 점을 급여기준에 명시했다”며 “제약사는 급여 등재 4년차에 유용성 및 비용 효과성에 대해 재평가를 받아 약가 조정, 환급률 변경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밝혔다. 
  • ▲ 지난 20일 열린 16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현장. ⓒ보건복지부
    ▲ 지난 20일 열린 16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현장. ⓒ보건복지부
    ◆ 위험분담제의 한계, 별도 기금조성 등 대안 필요 

    졸겐스마의 건보 진입은 그 자체로 상징성이 있다. 위험분담제를 통한 재정 부담을 줄이면서 고가 중증치료제의 제도권 진입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러나 타 질환이나 약제의 경우는 비용효과적 측면에서 여전히 가혹한 기준이 적용되는 현실이다. 여전히 경제성평가를 통해 깐깐한 절차를 거쳐야 하고 제한된 급여기준에 충족되지 못하는 환자는 비급여 영역에서 머물러야 한다. 

    실제 척수성근위축증은 희귀질환으로 환자 수가 타 질환 대비 적다는 점은 급여 진입과정에서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급여화 과정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문제는 초고령화 사회에 버텨야 할 건보 재정의 한계가 보인다는 것이다. 희귀질환은 물론 암 등 중증질환 치료제 개발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초고가약 시대가 예상되는 가운데 위험분담제를 통한 대책의 중장기적으로 실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대안을 고민해야 할 시기가 된 것이다. 지금처럼 위험분담제를 통한 적극적 급여 등재를 진행하면서도 건보 외 별도 기금을 조성해 고가 신약 접근성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의원은 “제약회사와 정부, 민간재단이 비용효과성이 입증된 치료제에 대해 건보가 아닌 기금을 마련하는 영국의 ‘암펀드’와 같은 기금 조성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탈리아에선 고가의 희귀의약품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5% AIFA 기금’이 운영 중이며, 호주 역시 희귀질환 치료제를 보조금 형태로 지원하는 ‘LSDP기금’을 통한 지원책이 발동 중이다. 

    이처럼 중증질환이나 희귀질환에 쓰이는 고가약의 급여화가 국민 생명권과 직결된 부분인 만큼, 별도의 대안을 만들기 위해 적극적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성주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장은 “졸겐스마 급여화를 환영하지만 마냥 기쁠수만은 없는 이유는 제한된 급여기준과 비용효과성 문제로 적기에 치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가 많기 때문”이라며 “건보 외 다른 기금을 조성해 제도권 진입을 앞당기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만약 건보만으로 해결해야 한다면 가입자의 보험료에 차등을 두고 보장범위 투트랙 적용을 하거나 실손보험의 공보험화를 통한 재정 운영 활성화가 대안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