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매각작업 새 국면통매각 부채 많아 어려워… 청산 정치적 부담국가안보실도 참여"24년 산은 체제 더 길어지면 안된다"
  • ▲ 대우조선해양 거제 조선소ⓒ자료사진
    ▲ 대우조선해양 거제 조선소ⓒ자료사진
    정부가 대우조선해양 매각과 관련 플랜 B~D를 꺼내들고 있다. 14년간 지루하게 이어진 매각작업이 이번에는 마무리될지 관심이 쏠린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부와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의 분리 매각을 검토 중이다. 올해 초 현대중공업그룹의 인수가 불발되자 더이상 '통매각'은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선 것으로 보인다. 대주주 산업은행은 2019년 현대중공업그룹과 인수협약을 체결했지만, LNG선박 독과점을 우려한 유럽연합(EU)의 반대로 끝내 무산됐다.

    매각 작업에는 대통령실 국가안보실도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해양에는 전함과 잠수함을 생산하는 방위산업 부문도 있기 때문이다. 왕윤종 국가안보실 경제안보비서관은 인수위원회 경제2분과에 참여하기도 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인수위 당시에도 분할매각을 유력하게 검토해왔다"고 했다.

    최근 벌어진 하청노조 파업을 계기로 민영화에 공감대가 쌓인 것도 매각속도에 불을 붙였다. 대주주는 산업은행이지만, 노사 협상에 직접적으로 나설 수 없어 갈등을 키웠다는 지적 때문이다. 공적자금 추가투입이 어려운 상황에서 '새 주인'을 찾아야만 생존이 가능하다는 인식이다. 대우조선해양에 그동안 들어간 공적자금은 11조8000억원에 달한다.

    이번에도 관건은 LNG선박 사업부문이 될 가능성이 커보인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연료 수급에 더욱 민감해진 EU가 LNG선박 독과점 문제를 강하게 물고 늘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집행위 경쟁담당은 올해 초 EU집행부가 기업 결합심사 불승인을 발표하면서 "LNG는 유럽 에너지원 다양화에 기여하며 에너지 안보를 향상시킨다"며 "LNG운반선은 공급망에서 필수적인 요소"라고 지적했다.

    잠수함과 함정 건조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자랑하는 방산부문은 매각이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08년 1차 매각 당시 한화그룹은 방산부문과의 시너지 효과를 앞세워 최종 인수전까지 뛰어들었다. 컨테이너선, 유조선 등 상선부문도 독과점 논란에서 자유로워 매각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위해 산업은행은 지난해 말부터 대우조선해양 경영컨설팅을 의뢰하고 결과 분석을 기다리고 있다. 이번 결과에 따라 플랜B부터 플랜D까지 다양한 매각 시나리오를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강석훈 산은 회장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세금 1원도 지원할 수 없다"는 강경 입장을 드러냈다. 산은 안팎에서는 분할매각까지 실패할 경우 법원 회생절차를 통한 청산까지 배제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어떤 시나리오로 결정되든 모처럼 돌아온 조선업 사이클이 가라앉기 전에 매각해야 한다는 기류는 분명해 보인다. 이동걸 전 산은 회장의 아픈 손가락 대우조선해양이 강 회장의 당면 과제로 떠오른 셈이다. 정부 관계자는 "파산과 청산이란 극단적 방식은 국가 기간산업이라는 점에서 정치적 부담은 있겠지만, 24년간 이어진 산은 체제가 더이상 길어지면 안된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