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 이유로 벽식 구조 대부분…소음에 취약 삼성물산·대우건설·현대건설 등 특화기술 개발제도 실효성 의문…보완시공 대신 배상 가능성
  • ▲ 서울 아파트 단지 전경.ⓒ연합뉴스
    ▲ 서울 아파트 단지 전경.ⓒ연합뉴스
    층간소음으로 인한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는 가운데 건설사들이 소음 저감을 위한 기술 연구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최근 아파트의 구조적 취약성이 층간소음의 원인이라는 '시공사 책임론'이 부각된데 따른 선제조치다. 내달 시행되는 층간소음 사후확인제는 건설사들의 기술경쟁에 불을 당기고 있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이후 층간소음 관련 분쟁이 급격히 늘고 있다.

    한국환경공단 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 통계에 따르면 층간소음 민원은 지난해 4만6596건으로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2만6257건보다 77%나 늘었다. 

    층간소음으로 인한 갈등이 살인 등 강력범죄로 이어지는 경우도 빈번하다. 이달초 경기도 고양의 한 아파트에서 20대 남성이 윗층에 사는 80대 남성을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는데 가해자는 평소 층간소음 관련 민원을 자주 제기했고 이로인해 이웃과 자주 갈등을 겪은 것으로 조사됐다.

    과거 층간소음은 개인간 문제로 치부됐지만 이로인한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으면서 소음에 취약한 아파트 구조로 원인인 불거졌고 건설사들이 수주에만 열을 올렸지만 층간소음을 방치한다는 책임론도 대두됐다. 

    아파트는 크게 기둥식 구조와 벽식 구조로 설계된다. 기둥식 구조는 위층 수평 구조물인 '슬래브'와 기둥 사이 '보'라는 콘크리트 수평 기둥을 설치해 하중을 분산시키는 구조를 이룬다. 

    국내 아파트의 대부분인 벽식 구조는 보를 놓지 않고 기둥 대신 긴벽을 설치해 하중을 분산시키면서 위층의 무게를 지탱한다. 이 구조가 대세인 이유는 공사비가 덜들어 가성비가 좋기 때문이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벽식 구조는 보가 없어 같은 높이여도 기둥식보다 층수를 많이 올릴 수 있고 콘크리트와 철근 사용량이 적어 요즘처럼 자잿값이 비싼 시기일수록 사업성이 더 좋다"며 "시민단체 등에서는 아파트를 기둥식으로 지으면 층간소음을 줄일 수 있다고  지적하는데 그럴 경우 분양가가 훌쩍 오르고 공사기간이 늘어 수익까지 줄면서 건설사 입장에서는 부담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에따라 건설사들은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층간소음저감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선 삼성물산건설부문은 경기 용인시 기흥구에 국내 최대 규모의 층간소음 전문연구소인 '래미안 고요안(安)랩(LAB)'을 운영하고 있다. 총면적 2380㎡에 지하1층∼지상4층 규모로 층간소음에 대한 직접 체험과 관련기술의 연구·실증이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연구시설은 벽식·기둥식·혼합식·라멘 등 4개의 주택 구조를 적용해 구조별로 소음이 전파되는 과정을 확인하고, 아파트에서 사용되는 바닥슬래브 두께별 충격음의 차이를 체험 및 연구할 수 있다. 

    또 회사가 자체 개발한 층간소음 저감 기술인 '고중량·고유동 바닥 재료를 활용한 300㎜ 슬래브'를 시범 적용해 효과를 확인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아파트 층간소음을 크게 줄인 '스마트 3중 바닥구조' 개발에 성공했다. 이 기술은 바닥을 지탱하는 콘크리트 슬래브에 철근을 추가 시공해 강도를 높이고 모르타르 두께는 기존 40㎜에서 70㎜, 차음재 두께는 30㎜에서 40㎜로 증가시켰다.

    또한 현대건설은 지난해 10월 고성능 완충재에 특화된 소재를 추가로 입혀 충격 진동수를 제어하는 기술을 개발해 국내 최초로 층간소음 차단 1등급을 따냈다. DL이앤씨는 '디사일런트 2(D-Silent 2) 바닥구조'를 개발했다.

    이런 가운데 건설사들은 오는 8월 시행 예정인 층간소음 사후확인제를 앞두고 바짝 긴장한 분위기다. 이 제도는 기존 실험실이 아닌 준공된 아파트에서 층간소음 차단 성능을 확인하는 것이 골자다. 아파트 완공 후 사용검사 승인 단계에서 전체 세대의 2~5%를 무작위 추출해 층간소음을 평가한다.

    이에 더해 경량충격음(가볍고 딱딱한 충격) 기준을 현재 58㏈에서 49㏈로, 중량충격음(무겁고 부드러운 충격)은 50㏈에서 49㏈로 낮췄다. 층간소음이 기준 이상 발생하면 검사권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국토안전관리원이 건설사에 보완시공이나 배상을 권고하게 된다.

    하지만 관련 업계에선 제도가 시행돼도 실질적인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보완시공 권고를 받으면 아파트 전체 골조와 마감재를 재시공해야 하는데 여기에는 상당한 추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며 "결국 보완시공보다는 배상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고 그마저도 강제성이 없어 층간소음 예방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