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3심 가라"내주 초 결론경제범죄수사 의지 시험대
  •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8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8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DLF) 손실 사태 책임을 둘러싼 금융당국과 은행권의 법정공방이 새국면에 접어들 전망이다.

    정치권까지 나서 금융당국의 대응수위를 높이라는 압박이 가해지면서 경제범죄수사통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검증대로 떠오르고 있다.

    29일 금감원에 따르면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제기한 중징계 취소 소송에 대한 상고 여부를 검토 중이다. 2심까지 재판부는 손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금감원이 손 회장에게 내린 문책경고 처분이 부당하다는 취지다.

    금감원은 2020년 2월 우리은행이 DLF를 불완전 판매했고 당시 우리은행장이었던 손 회장 등 경영진이 내부통제를 부실하게 했다는 입장이다. 쟁점은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이무를 준수할 의무로 봐야 하느냐로 압축됐는데 재판부는 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금융사나 임직원을 제재할 법적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지난 22일 항소심 재판부 선고 직후 금감원은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내부적으로는 대법원 상고를 고심 중이다. 상고는 판결문을 받을 날로부터 2주 안에 법원에 접수해야 하기 때문에 내달 초 결론날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 압박도 더해지고 있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8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손 회장과의 소송 건에 대해 3심까지 해서 내용을 확정 짓는 게 필요하다"며 금감원 차원의 철저한 조사를 요청했다. 이 의원은 "금융회사지배구조법에 따르면 내부통제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문책경고·해임 등 조치를 할 수 있다고 돼 있다"고 주장했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한다는 것은 준수를 전제로 하는 것으로 (은행이) 준수하는 것은 상식"이라면서도 "다만 법원에서는 통제기준 미마련 자체는 제재 사유로 삼는데 준수는 별도의 제재 사유로 삼지 않아 그 부분이 쟁점이 되고 있다"고 답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금감원이 상고에 나설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원장도 금융사고에 대한 금융사 임직원 제재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여러차례 밝혀왔다. 소병철 민주당 의원은 "금융사고와 관련해 최근 5년간 임직원 제재가 한번도 없었다"고 말했고, 이 원장은 "정상적으로 보인지 않는다"고 답했다.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에 대한 DLF 소송도 진행되고 있어 손 회장 건만 포기하기는 쉽지 않다는 점도 상고 가능성을 더한다. 라임·옵티먼스 등 사모펀드 판매 피해에 대한 금융사 CEO들의 징계안도 남아있다. 금감원이 어떻게든 손 회장 소송건을 되돌려야 하는 이유다.

    금융사 제재에 대한 이 원장 의지도 강하다. 이 원장은 "취임 후 우선적으로 챙겨보면서 법리검토를 진행하고 있다"며 "판례도 직접 읽고 있다"고 강조했다. "승소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도 했다. 공인회계사 자격을 보유한 이 원장은 검사 출신 첫 금감원장으로 관심을 모았다. 법학과가 아닌 경제학과를 졸업했고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 부장검사를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