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월렛 머니·포인트' 놓고 실적 경쟁·가입 압박 논란銀 "영업 지원일 뿐" 해명에도 직원들 "실적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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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진완 우리은행장(왼쪽)ⓒ우리은행
우리은행이 삼성전자와 손잡고 추진 중인 ‘삼성월렛 머니·포인트’ 협업 프로젝트를 두고 현장에서는 “영업 지원 명목의 실적 경쟁이 또 시작됐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은행 측은 “자율적 영업 지원”이라지만, 실제로는 지점별 실적이 공유되고 순위 경쟁이 붙는 구조라는 내부 증언이 잇따르면서 “실적 압박이 구조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실적 공유 … ‘영업 지원’이 실적 경쟁으로 변질”5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달 삼성전자와 제휴해 ‘삼성월렛 머니·포인트’의 금융서비스 운영사로 단독 선정됐다.은행은 이를 기념해 ‘은행철도 1899(Galaxy Express)’라는 이름의 영업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전국 영업점에 상품 가입 독려 메시지를 전달했다.정진완 우리은행장은 지난 10월 “삼성월렛 이용자가 우리은행 계좌로 손쉽게 결제할 수 있게 돼 결제시장 입지를 넓힐 기반을 마련했다”고 밝히며 사업을 직접 독려했다.하지만 현장에서는 “디지털 혁신이 실적주의로 변질되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커지고 있다.우리은행 한 직원은 “영업본부는 ‘프로모션이 아니라 영업 지원’이라고 하지만 실제론 지점별 실적을 돌려보고 1등에게 포상을 주는 식으로 경쟁을 유도한다”고 말했다.다른 직원도 “실적이 공유돼 사실상 순위 경쟁이 붙는다”며 “표면상 자율이지만 구조상 비교가 가능하게 설계돼 있다”고 했다.◇“고객층·상품 특성 외면한 영업 지시”실적 압박이 이어지면서 일부 지점에서는 은행을 찾는 고령층 고객에게까지 가입을 유도하는 사례도 있다는 게 직원들의 공통된 이야기다.한 직원은 “지점에 오는 고객 대부분이 고령층인데 삼성월렛은 이런 분들이 실질적으로 쓸 일이 거의 없다”며 “은행 창구로 이런 디지털 결제상품을 밀어붙이는 건 무리”라고 말했다. 그는 “비대면 서비스로 접근해야 할 상품을 대면 영업으로 강행하다 보니 왜곡이 생긴다”고 지적했다.상품 경쟁력도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우리은행은 삼성월렛 제휴를 기념해 ‘삼성월렛 머니 우리적금’과 '우리통장’을 출시했다. ‘우리적금’은 월 30만원 한도, 최고 연 7.5% 금리를 내세웠지만 이는 △삼성월렛 연동 △포인트 3회 이상 충전 △타 예적금 미보유 등 여러 우대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가능한 수치다.일각에서는 “표면 금리는 높지만 실질 경쟁력은 낮다”는 평가가 나온다.한 영업점 직원은 “고령층에게 필요하지 않은 상품을 끼워 팔게 되는 구조”라며 “결국 ‘고객 중심’보다 ‘실적 중심’ 발상이 우선된다”고 꼬집었다.◇“CEO 지시엔 제동 없다” … 반복되는 실적주의이번 논란의 배경에는 ‘CEO가 추진하면 누구도 제동을 걸지 못하는 문화’가 자리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한 직원은 “행장이 직접 챙기는 사업이면 중간 관리자들이 좋든 싫든 추진해야 하는 분위기”라며 “과거 ‘위비톡’, ‘트래블카드’ 때도 똑같았다”고 말했다.또 다른 직원은 “본부는 캠페인이나 아이디어 공모전으로 형식만 바꾸지만 결국 현장에는 실적만 남고 직원 피로만 쌓인다”고 토로했다.우리은행 측은 “삼성월렛 협업은 디지털 결제시장 확대를 위한 전략적 제휴로 영업 지원 차원의 캠페인을 진행한 것일 뿐 실적 강요는 없다”고 해명했다.그러나 일각에서는 은행권의 실적 중심 문화가 디지털 금융 확산의 본래 취지를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금융권 관계자는 “이용률이 제한된 플랫폼에서 단순 가입 건수를 실적으로 삼는 건 왜곡된 평가”라며 “실제 이용률과 고객 유지율을 중심으로 성과 지표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