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소득 고신용 4183만원 vs 중신용 4222만원 … 신용·소득 불일치, 시장금리 왜곡 논란정무위 국감서 "가격신호 왜곡" 공방 … 금융당국 "신용평가 고도화·중저신용 보완책" 시사
  • ▲ 이재명 대통령ⓒ뉴데일리
    ▲ 이재명 대통령ⓒ뉴데일리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국무회의에서 “초우량·고신용 차주가 이자 0.1%포인트만 더 부담하면 금융 접근이 어려운 이들에게 더 낮은 금리로 빌려줄 수 있지 않느냐”고 밝힌 뒤 금융권과 정치권에서 ‘고신용자 부담론’의 현실성과 부작용을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하지만 이 정책의 전제가 된 ‘고신용=고소득’ 가정이 실제 통계와 어긋나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정책 방향의 근거가 흔들리고 있다.

    ◇통계가 깨뜨린 전제, “고신용이 꼭 고소득 아니다”

    28일 NICE신용평가가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신용점수 구간별 평균 추정소득(2025년 6월 기준)을 보면, 900~949점 고신용층 평균소득은 4183만원인데, 600~699점 중신용층은 4222만원으로 오히려 더 높다. 

    500~599점(3972만원), 400~499점(4141만원) 등 일부 저·중신용 구간도 상위 고신용 구간(850~899점 3946만원, 800~849점 3356만원)을 웃도는 구간이 확인된다. 신용과 소득이 일대일로 대응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용점수는 상환이력·부채비율·거래기간 등 복합지표로 산출돼 단순 소득 수준을 대체하지 않는다”며 “‘고신용=여유계층’ 전제는 통계적으로 성립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실제 NICE 공개 통계에서도 2024년 말 기준 900점 이상 고신용 인구가 전체의 절반 가까이(2313만명)로 광범위하게 분포한다. 금융권에서는 “고신용층이 이미 광범위하게 분포한 상황에서 ‘고신용=상류층’이라는 인식은 과장된 프레임”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 논란은 지난 27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종합감사에서도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은 “대통령이 은행 금리를 사실상 통제하려는 발상”이라며 “금리 결정의 자율성을 훼손하면 금융 국유화 논란까지 불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금리는 위험도에 대한 가격이라 신용이 낮을수록 금리가 높을 수밖에 없다”면서도 “현재 시장은 중간 구간이 비어 있고 저신용 구간에서 금리가 급등하는 구조적 왜곡이 있다”며 신용평가 고도화와 중저신용자 보완책 마련 의지를 밝혔다.

    실제 시장에서는 ‘정책금융이 민간보다 비싸다’는 역전 현상도 나타난다.

    대표적인 서민금융상품인 ‘햇살론15’의 금리는 연 15.9%로, 카드론 평균금리(14.5%)나 저축은행 신용대출(15.3%)보다 높다.

    저신용·서민층을 위한 정책금융이 오히려 민간 고위험 대출보다 비싼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위험에 따른 가격 체계가 무너지면 성실 상환자에게 비용이 전가되고, 시장 자율이 훼손된다”며 “금리를 행정적으로 조정하는 방식은 장기적으로 금융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고 말했다.
  • ▲ ⓒ추경호 의원실
    ▲ ⓒ추경호 의원실
    ◇연체·탕감 정책의 그림자, ‘배째라’ 확산 … 정책 접근법 시장 원리에 맞지 않아 

    정부의 대규모 채무탕감 정책 추진 이후 금융권 일선에서는 “연체자들이 전화를 받지 않는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온다.

    올해 상반기 금융사들의 연체채권 매각액은 2조9419억원, 전년 대비 29.2% 증가했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정부가 부실채권을 떠안아주니 ‘기다리면 탕감된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며 “이런 도덕적 해이가 신용질서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을 두고 "정책 접근 방식이 잘못됐다”고 입을 모은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신용이 높다는 이유로 금리를 더 부담하게 하는 것은 금융의 기본 원리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고신용자는 단순히 돈이 많아서가 아니라 원리금 상환을 성실히 이행했기 때문에 낮은 금리를 적용받는 것"이라며 "이를 인위적으로 조정해 금리를 높이겠다는 건 시장 질서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정말로 저신용자의 금리 부담을 줄이려면 고신용자에게 전가할 게 아니라 부분보증 확대나 신용보증제도 강화 같은 직접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