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재무적 부담 없이 지배구조 개편작년 말 지주비율 48%… 장부가액 기준 50% 넘어일각선 사업부문 인적분할 가능성 점치기도 ㈜한화 “지주회사 전환 검토한 바 없어”
  • ▲ ㈜한화-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임팩트 사업구조 재편 이미지.ⓒ한화
    ▲ ㈜한화-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임팩트 사업구조 재편 이미지.ⓒ한화
    ㈜한화가 자회사인 한화건설을 흡수합병키로 발표하면서 지주회사 전환에 속도를 낼지 주목된다. 그간 한화는 그룹 전체 실적에서 금융업의 비중이 워낙 큰 탓에 지주회사로의 전환을 못하고 있었다. 이번 사업재편으로 지주사 전환 요건을 충족할 경우 불가피하게 진행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는 한화정밀기계를 인수하고 자회사인 한화건설을 합병키로 결정했다. 합병 목적은 그룹 내 사업재편을 통한 경영효율성 제고와 사업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다. 

    ㈜한화는 100% 자회사인 한화건설을 합병함에 따라 계열사 간 발생하는 거래비용을 줄이고 중복되는 업무를 정리해 지출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동시에 한화건설의 합류는 에너지·소재·장비에 집중한다는 ㈜한화의 계획에 인프라 역량을 더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는 지난해부터 한화건설 흡수합병을 검토해온 것으로 알려진다. 한화그룹은 당시 관련 내용을 부인했지만 시장에서는 꾸준히 합병설이 흘러나왔다. 합병하는 경우 비용 부담 등을 최소화하면서 금융계열사 지배구조 개편을 이룰 수 있다는 점에서다. 

    현재 한화그룹의 금융 계열사 지배구조는 ‘오너일가(100%)→한화에너지(9.70%)→㈜한화(96.77%)→한화건설(25.09%)→한화생명’으로 이어진다. 또한 ‘한화생명(51.36%)→한화손해보험(56.60%)→캐롯손해보험’, ‘한화생명(100%)→한화자산운용(46.08%)→한화투자증권’ 등 출자구조가 이어진다. 즉, 한화생명이 한화그룹 금융계열사의 지주회사 역할을 담당해온 셈이다. 

    승계와 지배구조 간소화를 생각하면 ㈜한화가 한화생명 지분을 확보해야 하나 기존에는 그룹의 비용 부담, 장부가를 하회하는 가격 등으로 직접 지분을 사오긴 어려왔다. 하지만 흡수합병으로 한화생명은 자연히 ㈜한화의 자회사로 편입이 되면서 비용·재무적인 부담 없이 지배구조 개편을 이룰 수 있게 됐다. 

    다만 이번 흡수합병으로 ㈜한화 자회사 전체 지분가액이 자산총액의 50%에 달할 가능성이 나오면서 지주회사 전환이라는 경우의 수도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자산총액 5000억원 이상이며, 소유한 자회사 주식가액의 합계가 자산총액의 50% 이상인 경우 지주회사로 전환해야 한다. 

    ㈜한화는 지주회사 모습임에도 불구 소유한 자회사 주식가액 합계액(지주비율)이 지난해 말 기준 48%로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는 아니다. 현재 ㈜한화의 자회사는 한화생명(지분율 18.15%), 한화솔루션(36.31%), 한화에어로스페이스(33.95%), 한화건설(96.77%), 한화호텔앤드리조트(49.80%) 등 총 5개사다. 

    합병으로 한화건설이 보유한 한화생명 주식가액 2조2820억원이 ㈜한화로 넘어오면, ㈜한화의 자회사 주식가액의 합계(장부가액 기준)는 6조9260억원에 달한다. 올해 1분기말 자산총계 11조7860억원의 58.7%다. 만약 결산일을 기준으로 하는 공정가액으로 평가하는 경우 지주비율이 훨씬 낮아질 수도 있겠지만 ㈜한화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지분가치를 더 키우겠다고 밝힘에 따라 ㈜한화의 지주비율은 향후에도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금산분리로 인해 ㈜한화는 계열사 지분 정리에 나서야 한다. ㈜한화는 일반지주회사로 금융·보험업 회사 주식 소유가 금지돼있다. 지주사로 전환한 지 2년 이내에 금융계열사 지분을 매각하거나 계열분리를 시행해야 한다. 

    하지만 한화그룹의 전체 실적에서 금융업의 비중이 높아 섣불리 관련 계열사 지분을 매각하는 것은 현실성이 낮다. 실제 작년 말 기준으로 보면 한화그룹 전체 영업익 2조9278억원 가운데 금융사업이 1조2503억원의 영업이익을 내 전체의 42.7%를 차지했다. 이어 화학 부문은 1조334억원(35.2%), 방산부문 5452억원(18.6%), 건설부문 1648억원(5.6%), 유통부문 1262억원(4.3%) 순이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추후 한화의 ㈜지주회사 전환과 금융과 제조 부문으로 인적분할 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과거 LG가 LG화학을 인적분할해 지주회사인 LGIC, 화학부문 LG화학, 생활건강부문 LG생활건강 등 3개 회사로 나눈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다. 구 LG화학이 LGIG로 이름을 바꾸고 나머지 두 회사를 신설한 형태다.

    재계 관계자는 “공정거래법상 지주사 전환은 아니더라도 이번 사업개편은 지주사 체제의 모습을 갖추는 데 한발 나아간 형태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룹 차원에서 지주사 전환 가능성에 대해 검토하지 않고서 이번 사업개편을 추진했을리는 없을 것”이라며 “다만 ㈜한화 분할은 시기적인 문제와 함께 승계와 관련된 문제가 크기 때문에 다음 스텝을 밟는 데는 적잖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검토했을 때 지주비율이 50%를 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지주사 체제로의 전환은 검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