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한화건설 흡수합병으로 금융계열 수직계열화차남 김동선 한화생명 부사장 금융부문 영향력↑기업가치 뛸수록 김동관 사장 지배력 확대 전망
  • ▲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한화
    ▲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한화
    한화그룹이 대대적 사업구조 개편에 나선 가운데 오너일가의 3세 경영권 승계 시나리오가 명확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장남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이 방산·화학·에너지 등 주력사업을,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부사장이 금융업을, 삼남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상무가 유통·호텔업을 맡는 그림이다. 

    2일 재계에 따르면 한화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으로 한화 삼형제의 승계구도도 구체화됐다. 특히 그간 유력한 차기 후계자로 꼽혀온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에 대한 영향력이 더욱 확대되는 모습이다. 

    앞서 지난달 29일 ㈜한화는 방산부문을 물적분할한 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통합, 한화정밀기계 인수, 한화건설 흡수합병을 내용으로 하는 사업구조 개편을 단행한다고 밝혔다. 동시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화에서 물적분할된 방산부문을 인수하고, 100% 자회사인 한화디펜스를 흡수합병한다. 마지막으로 한화임팩트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자회사 한화시스템을 인수한다. 

    한화가 대대적 사업재편에 나선 것은 지난 2020년 한화솔루션 출범 이후 약 2년 반만이다. 회사는 이번 사업구조 개편을 경영 효율성 제고와 사업경쟁력 강화 차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이번 작업으로 한화 오너 3세의 승계 밑그림이 완성됐다고 평가한다. 사업부문별로 계열사가 수직계열화되면서 삼형제 승계 구도가 명확해졌기 때문이다. 

    실제 ㈜한화가 한화건설을 흡수합병함에 따라 한화생명에 대한 지분정리가 마무리됐다. 한화건설이 보유한 한화생명 지분 25.09%가 ㈜한화로 넘어오게 된 것. 이에 따라 ㈜한화가 보유하는 한화생명 지분은 기존 18.15%를 포함해 43.24%까지 늘어나게 됐다. 즉, 흡수합병으로 한화생명이 자연스럽게 ㈜한화의 자회사로 편입이 되면서 비용·재무적인 부담 없이 지배구조 개편을 이룰 수 있게 된 셈이다. 

    동시에 ㈜한화를 중심으로 제조계열사와 금융계열사 모두 수직 계열화를 이루면서 김동원 한화생명 부사장의 승계 그림도 마련됐다. ㈜한화 지분을 통해 금융계열사 영향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추후 한화에너지와 한화 간 지분교환 등을 통해 김동원 부사장이 금융사업 부문을 직접적으로 승계하는 방안도 그려볼 수 있다. 

    그간 재계에서는 장남 김동관 사장이 방산·화학·에너지 등 주력사업,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부사장과 삼남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상무가 각각 금융업과 유통·호텔업을 맡는 식으로 한화그룹의 승계가 이뤄질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특히 사업구조 재편으로 ㈜한화의 기업가치가 제고되면서 김동관 사장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한화의 최대주주는 김승연 회장으로 22.65%의 지분을 갖고 있다. 이어 김동관 사장은 한화에너지 지분 9.7%와 개인지분 4.44%로 ㈜한화에 대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한화에너지는 김동관 사장과 김동원 부사장, 김동선 상무 등 삼형제가 각각 50%, 25%, 25%씩 지분을 나눠 가진 회사다. 김승연 회장을 제외하면 삼형제 중 김동관 사장의 지배력이 가장 높아 ㈜한화의 기업가치 상승은 김 사장의 영향력 확대로 이어진다.

    ㈜한화는 한화정밀기계 인수를 통해 기계사업 부문이 대폭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사업 전망이 양호한 한화건설의 실적을 직접 누리게 된다. 한화그룹 내 3개 회사에 분산돼 있던 우주 방산 사업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통합되면서 이로 인한 규모의 경제 및 시너지 효과도 ㈜한화가 누릴 수 있다. ㈜한화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지분 33.95%를 보유하고 있다. 

    ㈜한화의 실적 개선이 현실화되면 삼형제가 지배력을 행사하는 한화에너지의 배당금 또한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한화에너지 지분 절반을 김동관 사장이 갖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승계 재원 마련 시 가장 큰 이득을 볼 수 있다. 참고로 한화에너지는 지난해 4월(전년 결산배당)과 11월(중간배당) 2차례 배당을 실시했다. 이를 통해 김동관 사장이 수취한 금액은 1495억원에 달한다.

    향후 김동관 사장은 한화에너지를 키워 ㈜한화와 합병하는 식으로 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점차 늘려갈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에너지와 ㈜한화가 합병하면 삼형제가 한화의 주요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이후 사업부문별로 지분교환 등을 통해 경영권을 승계받는 식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사업재편은 그룹 차원에서 계열사 사업을 수직화해 정리하면서 후계 구도를 잡기 쉽게 했다는 점에서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며 “한화에너지를 어떻게 정리하느냐가 승계에 있어 최종 관건으로, 이번 사업 재편이 한화에너지 활용에 있어 어떻게 작용될지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