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브랜드 못잖은 특화설계·커뮤니티설 갖춰서울시 '타워펠리스' 수준 임대물량 공급 추진일반분양 주민반대 적잖아… 임대료상승도 문제
  • ▲ 서울의 아파트단지 전경.ⓒ연합뉴스
    ▲ 서울의 아파트단지 전경.ⓒ연합뉴스
    '서민 아파트'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녔던 임대아파트에 고급화 바람이 불고 있다. 잇따른 금리인상으로 아파트 매매수요가 급감한 가운데, 고급 마감재와 커뮤니티시설을 갖춘 프리미엄 임대아파트가 새로운 주거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다. 

    서울시도 서민층의 주거사다리 지원과 완전한 '소셜믹스' 실현을 목표로 '타워펠리스' 수준의 임대아파트 공급을 추진하며 고급화에 힘을 싣고 있다. 

    하지만 고급이라도 자신의 소유가 아닌 임대인 만큼 수요에 분명한 한계가 있는 데다, 주변의 일반분양 입주자들의 반대와 임대료 상승 등 문제가 적잖아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오는 2040년까지 준공 30년 이상 34개 임대아파트 단지 4만가구를 재건축할 계획이다. 이들 단지에 민간 브랜드 아파트 못잖은 특화설계와 커뮤니티시설을 조성해 기존 임대아파트와 차별화 함으로써 완전한 소셜믹스를 실현한다는 구상이다.

    소셜믹스는 아파트 단지 내에 일반분양 아파트와 임대아파트를 함께 조성하는 정책이다. 사회적·경제적 수준이 다른 주민들을 한 곳에 어울려 살게 함으로써 계층 간 갈등을 해소한다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서울시가 추진 중인 고급 임대아파트는 이미 민간 부문에서 활발하게 공급되고 있다. '저소득층이 사는 허름한 아파트'라는 인식과 달리 고급 마감재와 4베이 판상형구조·알파룸·드레스룸 등 특화설계, 골프연습장·맘스스테이션 등 커뮤니티시설, 단지 내 자동차 없는 공원형 조경 등을 갖춘 것이 이들 단지의 특징이다.

    잇따른 금리인상에 따른 대출 부담 등으로 내집 마련이 어려운 젊은층에게 특히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3월 대우건설이 공급한 '수원역 푸르지오 더 스마트'는 252가구 모집에 6880명이 접수해 27.3대 1, 지난달 현대엔지니어링이 공급한 '힐스테이트 관악 뉴포레'는 111가구 모집에 1만536명이 몰려 94.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임대아파트의 고급화는 한국사회에 뿌리 깊게 박힌 차별적 인식을 개선하고 소셜믹스의 실현을 어느 정도 앞당기는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민간 브랜드 아파트와 입지조건, 품질은 비슷하면서 임대료는 저렴한 물량이 다수 공급되면 장기적으로 임대아파트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희석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임대아파트가 서민층 주거안정과 소셜믹스 정착으로 이어지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임대물량이 포함되는 단지 또는 주변 주민들의 반대가 만만치 않을 가능성이 높다.

    서울 서초구에 사는 안모 씨(42)는 "사회·경제적 상황이 다른 주민들을 한 곳에 모여 살게 하면 갈등이 저절로 없어진다는 발상은 현실성이 너무 떨어진다"며 "집값이나 동네 분위기도 그렇지만 아이들 교육만큼은 면학 분위기 등 측면에서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은데, 이런 선택지까지 제한하는 것은 기본권 침해 아닌가"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임대단지에 거주하는 주민들도 불만이 적잖다. 강남구 임대아파트에 거주 중인 김모 씨(33)는 “말만 소셜믹스이지 일부 커뮤니티시설 이용을 제한하거나, 주민회의 등에서 배제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시설 고급화에 따른 임대료 상승도 문제로 꼽힌다. 

    마감재나 특화설계, 커뮤니티시설 등을 고급화하면 공사비가 오를 수밖에 없고, 이는 자연스럽게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진다. 이럴 경우 저소득층의 주거 안정이라는 임대아파트의 원래 취지와 어긋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은형 연구위원은 "아파트를 좋게 지으면 그만큼 임대료가 비싸지면서 정작 혜택을 봐야 할 저소득층의 부담이 가중될 수 있어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