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계층 의료안전망 역할 강조하는 정부… 실상 다르다는 환자들국감·대법 판결 등 보험금 미지급 논란 지속되지만 ‘제자리걸음’ 세모녀 사건 등 의료복지 사각지대 없애는 것이 선결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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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인부담상한제로 연간 약 2조4000억원 규모의 재정 지출이 발생했지만 실효성이 떨어져 전면 개편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도한 의료비로 인한 가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소득구간별로 건강보험에서 환급금을 지급하는 방식인데, 이미 민간보험사에서 이를 제외하고 보험금을 지급하는 행태가 지속돼 그 의미가 퇴색됐기 때문이다.

    23일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21년도 개인별 본인부담상한액이 확정돼 174만9831명에게 2조3860억원을 돌려준다고 밝혔다.
     
    앞서 본인부담금이 상한액 최고액인 584만원을 초과해 소득수준에 따른 개인별 상한액 확정 전에라도 초과금 지급이 필요한 23만1563명에게 6418억원 규모의 선지급을 완료했다.

    이번(2021년 기준) 본인부담상한제 적용 대상자는 전년(2020년) 대비 8만9188명(5.4%) 증가했고 지급액은 1389억원(6.2%)이 증가했다. 

    지난 2011년 5386억원, 2012년 5850억원 수준에서 2016년 1조원을 넘었섰고, 문케어가 한창이던 2019년 2조원을 돌파하는 등 지출 규모가 커지고 있다.

    강준 복지부 의료보장관리과장은 “소득하위 50% 이하와 65세 이상 고령층이 가장 많은 혜택을 봤다”며 “취약계층 의료안전망 기능을 보다 강화할 수 있도록 제도를 지속 보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 과연 취약계층에 혜택이 돌아갈까 

    정부는 본인부담상한제가 소득수준이 낮고 고령자에게 혜택을 돌아가는 구조임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건강보험 재정에서 2조원이 훌쩍 넘는 금액이 지출되고 해당 금액이 환자에게 돌아가긴 하지만 민간보험사에서 이를 먼저 제외하고 보험금 지급을 결정한다. 취약계층이 재난적 의료복지지원제도인 본인부담상한제의 수혜자가 되는 구조가 아니다. 

    실제 금융감독원은 지난 2009년 실손보험 표준약관을 제정하면서 건보공단으로부터 사전 또는 사후 환급이 가능한 금액은 보상하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을 담았다. 보험사들은 이중수혜를 이유로 건강보험 환급액을 제외시켰다.

    그 이후 논란은 가중됐고 국정감사 단골 메뉴로 자리 잡은 것은 물론 일련의 대법원 판결에서도 본인상한제 관련 보험금 미지급 건이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복지부와 금융당국간 공사보험연계법 추진을 통해 개선책을 마련한다고 계획도 세웠지만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지금도 병원을 이용한 환자들이 민간보험사에 관련 서류를 제출하면 본인부담상한제 관련 유선 및 문자 등을 통해 보험금 미지급이 가능하다는 내용을 알리고 있다.

    표준약관 제정 이전에 가입된 실손보험 가입자에게도 해당 기준을 적용을 적용해 보험금을 미지급하는 사례도 포착되는 실정이다. 
  • ▲ 연도별 건강보험 총지출 대비 본인부담상한제 지급액 현황. ⓒ보건복지부
    ▲ 연도별 건강보험 총지출 대비 본인부담상한제 지급액 현황. ⓒ보건복지부
    ◆ 기능 상실한 본인부담상한제 

    최근 경기 수원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세 모녀로 추정되는 여성 3명이 시신으로 발견됐고, 이들 모두 암과 난치병 등 건강 문제와 경제적 어려움으로 고된 생활을 했던 것으로 추정돼 안타까움을 남기고 있다. 건강보험 장기체납은 이를 증명하는 근거다. 

    건강보험 재정은 한정적이기에 지출구조를 바꿔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그보다 먼저 의료비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할 정도 취약한 계층을 찾아 선제적 복지 혜택을 부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세 모녀 사건과 같은 사례가 반복되는 일을 막는 것이 시급하다. 

    그간 문재인 케어의 과도한 보장이 비급여 풍선 효과를 발생시키는 등 부작용을 양산한 것처럼 계륵에 불과한 본인부담상한제 손질이 필요한 이유다. 

    김성주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장은 “본인부담상한제는 이미 그 제도의 가치가 퇴색됐다”며 “의료비가 아닌 정부가 제공하는 현금급여에 해당하는 것으로 이를 민간보험사가 제외하고 지급하는 부당하다는 판결이 숱하게 나오고 있는데 개선이 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결국 연간 2조원이 넘는 금액이 지출되지만 실체는 모호한 형태의 제도를 폐지하는 것이 현명하다”며 “차라리 그 재정을 세모녀의 사례처럼 의료비로 고통받는 이들에게 제공하고 취약한 필수의료 개선, 고가약 제도권 진입 등에 쓰는 것이 현명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