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료 소모량·탄소배출 줄이는 기술 개발 잇따라 이뤄친환경 선박·자율운행·수소 밸류체인 등 신사업 성과 가시화판교 ‘글로벌R&D센터’올 11월 완공 예정
  • ▲ 정기선 사장이 세계 최대 전자·IT 전시회 'CES 2022'에서 현대중공업그룹의 미래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뉴데일리DB
    ▲ 정기선 사장이 세계 최대 전자·IT 전시회 'CES 2022'에서 현대중공업그룹의 미래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뉴데일리DB
    현대중공업그룹이 정기선 HD현대·한국조선해양 사장의 진두지휘 아래 첨단 신기술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올해 창립 50주년인 현대중공업그룹은 기존 제조업 이미지 벗고 첨단 기술 기업으로의 정체성 변화를 꾀하면서 신기술 확보와 미래 먹거리 창출에 한층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29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최근 연료 소모량 절감하고 탄소 배출을 줄이는 선박 풍력 보조 추진 장치 ‘하이로터’를 개발했다. 신개념 돛이라고 평가받는 하이로터는 바람을 이용해 추진력이 발생하는 ‘마그누스 효과’를 활용한 기술이다.

    현대중공업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하이로터는 2020년 12월 한국선급에서 기본 인증을 획득한 데 이어 이번에 설계 승인까지 마침으로써 기술의 신뢰성을 한층 높이게 됐다.

    지난 6월에는 엔진의 폐열을 재활용해 LNG연료공급하는 연료공급 시스템 개발도 마쳤다. 이 시스템은 기존보다 연료 사용량과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 

    아울러 현대중공업그룹은 차세대 친환경 연료로 주목 받는 수소와 암모니아 등을 이용한 친환경 선박 연구개발에도 힘을 주고 있다. 

    친환경 선박은 선박 엔진의 연료 전환과 에너지 최적화 시스템 등을 탑재해 선박의 탄소 배출량을 대폭 줄일 수 있는 차세대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내년부터 시행되는 국제해사기구(IMO)의 탄소집약도지수(CII) 규제로 모든 선박들은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줄여야 하기 때문에 친환경 선박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중간지주사 한국조선해양은 오는 2025년까지 그린수소 시스템 개발 실증과 암모니아 추진선을 상용화할 계획이다. 

    특히 정 사장은 그룹 신사업으로 낙점한 ‘수소’와 ‘자율운항’ 기술 확보를 위해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 사장이 강조하는 자율운항의 중심에는 ‘아비커스’라는 선박 자율운항 전문회사가 있다. 2020년 12월 현대중공업그룹 사내벤처 1호 기업으로 출범한 아비커스는 선박 자율운항 시스템을 고도화하는 사업을 담당한다.

    아비커스는 이달 초 세계에서 처음으로 2단계 자율운항 솔루션 상용화에 성공했다. 하이나스 2.0은 아비커스가 2020년 개발해 상용화한 1단계 자율운항 솔루션(하이나스 1.0)에 ‘자율 제어’ 기술이 추가된 솔루션이다. 

    이 기술은 단순히 선원에게 의사 결정 지원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딥러닝 기반의 상황 인지·판단을 통해 속도 제어와 충돌 회피 등 다양한 돌발 상황에 선박 스스로 대처할 수 있다. 또한 축적된 실제 운항 데이터를 바탕으로 최적의 운항 경로를 생성하고, 선박이 자율적으로 엔진 출력을 제어해 연료 소모를 최소화할 수 있는 기능도 갖췄다.  

    정 사장은 올해 1월 세계 가전·IT 전시회인 ‘CES 2022’에서 아비커스의 자율운항, 해양수소 밸류체인(가치사슬) 등을 주제로 전시관까지 만들 정도로 자율 운항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조선사 가운데 CES에 참가한 곳은 현대중공업그룹이 처음이었다.
  • ▲ 정기선 사장. ⓒ현대중공업그룹
    ▲ 정기선 사장. ⓒ현대중공업그룹
    정 사장은 지난해 9월 국내 최대 수소 산업 전시회인 ‘수소모빌리티+쇼‘에 참석해 그룹의 수소 사업 비전인 ’수소 드림 2030‘의 계획을 공개하기도 했다. 수소 드림 2030은 현대중공업그룹의 핵심 미래 성장 동력 중 하나인 수소 사업의 로드맵으로, 2030년까지 육상과 해상에서 친환경 수소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수소의 생산부터 운송·저장·활용까지 각 그룹사의 강점과 인프라를 결집해 수소 밸류체인을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당시 정 사장은 “유기적인 밸류체인 구축은 수소 생태계를 확장시킬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며 “그룹의 인프라를 토대로 한국 기업들과 시너지를 발휘해 수소 경제 활성화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해양수소 가치사슬을 완성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액화수소 운반선이다. 액화수소 운반선은 기술 난도가 가장 높은 선박이지만 해당 기술을 선점하면 독보적인 점유율을 확보하고 오랜 기간 차별화된 경쟁력을 보유하게 된다. 한국조선해양은 2만㎥ 크기 대형 액화수소 운반선 개발을 2027년 이전에 완료하겠다는 방침이다.

    첨단 기술 기업으로 변신하겠다는 현대중공업그룹의 청사진은 오는 11월 완공 예정인 ‘글로벌R&D센터(GRC)’에서 구체화 될 전망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에 총면적 약 17만5800㎡(약 5만3000평), 지하 5층, 지상 20층 규모의 GRC를 짓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이곳에 HD현대, 한국조선해양, 현대제뉴인 등 5000여명의 연구·개발 인력을 상주시켜 매출액 대비 기술개발 투자 비중을 6~7%까지 끌어올리고, 그룹의 첨단 기술 개발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