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청구공사, 전년比 28% 증가… 현대건설 4조 육박"미청구로 인한 어닝쇼크, 건설사에 악몽… 리스크 체크 중"미분양 물량, DL-HDC '껑충'… SK-GS-현엔은 신규로 잡히기도차입금 6조 등 1년새 부채 11조 증가… 리스크 현실화 땐 부담 가중 우려
  • ▲ 서울 서초구의 한 아파트 시공 현장. 220711 ⓒ연합뉴스
    ▲ 서울 서초구의 한 아파트 시공 현장. 220711 ⓒ연합뉴스
    시공능력평가 상위 10개 건설사의 미청구공사 대금과 준공후 미분양 물량이 작년보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와 인플레이션으로 건설경기가 본격적으로 하향곡선을 그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관련업계의 잠재 리스크가 증가하면서 건설사들의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여기에 차입금 등 부채규모도 불어나면서 해당 리스크가 현실화할 경우 이를 받쳐줄 여력마저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원자재 쇼크 등에 따른 수익성 저하로 근심이 큰 건설업계가 아예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는 형국이다.

    31일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 건설사의 반기보고서 분석 결과 DL이앤씨를 제외한 9곳의 미청구공사 대금이 모두 13조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상반기 10조원에 비해 28.7% 늘어난 수준으로 약 3조원이 불었다.

    미청구공사는 아직 발주처에 공사비를 청구하지 못한 계약자산이다. 발주처로부터 받을 미수금이기 때문에 회계상 손실로 분류하지 않고 자산으로 분류한다. 반대로 발주처로부터 공사비를 받지 못하면 모두 손실로 잡힐 가능성이 있어 잠재적 리스크로 여기고 있다.

    업체별로는 △현대엔지니어링 1조2650억원(+79.5%) △롯데건설 1조5401억원(+77.7%) △포스코건설 1조3854억원(+75.3%) △현대건설 3조9470억원(+40.4%) 등이 평균치를 웃도는 증가율을 기록했다.

    금액기준으로는 현대건설과 롯데건설 2개사가 평균 1조4985억원을 상회했다.

    현대건설측은 "해외공사의 경우 프로젝트마다 청구 기간이 달라 공사비를 받을 수 있는 기간이 따로 정해져 있고, 아직 청구하지 않은 상태"라며 "대금 회수 기간이 도래하면 미청구공사 대금은 충분히 회수할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업장이 워낙 많아 미청구공사액도 가장 클 수밖에 없고 대금 회수기간 미청구공사 대금을 회수하는 만큼 리스크로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다른 건설사들도 미청구공사 대금 증가세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경기 침체 등 대외적인 불확실성이 우려되면서 미청구공사에 대한 전반적인 관리에 들어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형건설 B사 관계자는 "최근 불안정한 거시경제 상황을 우려해 미청구공사에 대한 리스크를 꼼꼼히 체크하고 있다"며 "과거 금융위기때처럼 문제가 발생하지 않게 하려고 계약서를 재검토하는 등 법무팀까지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도 이어지는 물가상승과 본격적인 고금리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글로벌경기 침체가 예상되는 만큼 보수적인 경영이 필요하다고 진단하고 있다.

    신용평가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청구공사 대금으로 인한 어닝쇼크는 국내 건설업체에 악몽과도 같아 주의가 필요하다"며 "과거에 비해 리스크 대비가 잘 돼 있지만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다른 문제는 부동산시장에서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후 미분양 물량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시평 상위 10대 건설사 가운데 관련 계정을 공개하지 않은 삼성물산과 포스코건설을 제외한 8개사의 보유 완성 부동산 규모는 모두 2245억원으로 작년 상반기 1555억원에 비해 44.3%가 늘었다.

    준공후 미분양 물량은 시행사와 시공사 등이 공사대금을 받지 못해 해당 단지의 시세뿐아니라 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과거 두산건설에 오랜기간 '손톱 밑 가시'였던 경기 고양시 '일산 두산위브 더제니스' 역시 장기 미분양 사태로 회사 전체를 흔들리게 만든 바 있다.

    대우건설이 1577억원으로 작년 1293억원에 비해 21.9% 증가하면서 10대 건설사 잔여 물량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대우건설측은 "인도기준으로 진행중인 자체사업이나 산업단지 물량 가운데 잔금 처리전인 물량이 잡혀있다"면서 "일반건축이나 주택부문에서 진행되는 과정과 약간 차이가 있을뿐이며 해당물량을 제외하면 300억원대에 불과해 리스크가 크게 확대될 소지는 없다"고 말했다.

    DL이앤씨도 지작년 1억원에서 70억원으로 크게 뛰었고 HDC현대산업개발도 80억원에서 176억원으로 2배 이상 늘었다.

    작년 SK에코플랜트(195억원), GS건설(10억원), 현대엔지니어링(2억원) 등의 경우 잔여물량이 없었으나 올해 늘어난 케이스다.

    잠재 리스크로 꼽히는 미청구공사 대금과 미분양 물량 증가도 문제지만 채무부담까지 늘고 있어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 완충작용할 여지조차 줄고 있다. 부채비율이나 차입금의존도의 경우 일부 건설사를 제외하고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상태를 견지하고 있으나 차입 규모 자체가 늘고 있다는 점은 금리인상기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10대 건설사의 부채 규모는 모두 80조원으로 작년 상반기 69조원에 비해 15.9% 증가했다. 1년새 11조원이 늘어난 셈이다. 10개사 모두 작년보다 부채가 늘어난 가운데 삼성물산(26조원), GS건설(11조원), 현대건설(10조원) 등 3사의 부채는 평균 8조원을 웃돌았다.

    같은기간 자본총액은 68조원을 유지하면서 부채비율은 15.7%p 악화한 117%를 기록했다. ▲SK에코플랜트(329%) ▲대우건설(210%) ▲GS건설(210%) ▲롯데건설(155%) ▲HDC현대산업개발(144%) 등이 평균치를 웃돌았다.

    차입금 역시 12조원에서 18조원으로 45.6% 불어났다. 올해초 IPO를 준비했던 현대엔지니어링이 차입금을 전액 상환했고 현대건설도 연결기준으로 10.5% 줄었다. 대우건설도 1조2966억원에서 1조2575억원으로 3%가량 줄였다.

    차입금 의존도는 18.8%에서 27.4%로 8.51%p 악화했다. △롯데건설 52.8%(+27.1%p) △SK에코플랜트 136%(+19.1%p) △HDC현대산업개발 73.2%(+15.8p) △GS건설 66.2%(+12.5%p) △삼성물산 16.4%(+10.6%p) 등의 차입금의존도가 악화됐다.

    이처럼 늘어난 채무부담으로 이자비용도 작년 상반기 2565억원에서 올해 2949억원으로 14.9% 늘어났다. 상반기 영업이익 2조9536억원의 10%가량이 이자비용으로 빠져나가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