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31일 임시주총거쳐 12월 1일 풍산디펜스 출범풍산이 지분 100% 갖는 물적분할 방식으로 분할 소액주주 55.41%·국민연금 8.16% 등 동의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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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풍산이 물적분할에 대한 소액주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풍산디펜스 설립을 예정대로 추진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소액주주 비율이 과반을 넘어서는 만큼 이들을 설득할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풍산은 오는 10월 31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방산부문을 물적분할해 별도 설립하는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다.

    분할안은 특별결의사항으로 출석주주 3분의 2, 발행주식총수 3분의1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통과된다. 안건이 통과되면 12월 1일 풍산이 지분 100%를 보유하는 신설법인 풍산디펜스(가칭)가 출범한다. 

    존속법인인 풍산은 동 및 동합금소재와 가공품의 제조판매업 등을 영위하며 신동제품 등을 생산·판매한다. 신설법인 풍산디펜스는 화약 및 화약 원료의 제조판매업 등을 영위하며 탄약(스포츠탄)을 생산하고 판매하게 된다. 

    풍산은 회사 분할을 통해 사업 부문별 전문성을 강화하고 경쟁력 제고에 집중해 그룹의 균형있는 성장 체제를 구축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2030년까지 풍산디펜스의 매출을 2배 이상 늘리고 탄약 중심의 글로벌 50위권 방산 전문기업으로 성장시킨다는 구상이다. 동시에 경쟁력 강화를 위해 향후 그룹 내 방산관련 계열사인 풍산FNS, LIG풍산프로테크와의 통합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풍산은 이번 물적 분할을 두고 “사업 전망과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독립·책임 경영을 통해 경영 효율성을 강화하고 주주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최적의 시점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10년간 매출액이 정체되는 상황 속에서 소재사업과 방산사업별로 차별화된 최적의 성장전략 마련이 절실했다는 것이다. 

    관건은 소액주주들을 어떻게 설득하느냐다. 물적분할은 기존 주주들에게 주식을 주는 게 아니라 존속법인이 신설법인 지분을 갖게 된다. 향후 신설법인을 재상장하는 경우 기업가치가 분산돼 평가되기 때문에 주주들의 동의를 얻는 게 쉽지 않다. 

    풍산 또한 수익성이 높고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큰 알짜사업을 분리하면서 반발이 극심한 상황이다. 그간 방산사업은 풍산의 캐시카우로 불려왔다. 특히 원자재인 구리값에 따라 매출 변동이 큰 풍산에게 방산사업은 이를 보완해주는 장치였다. 

    실제 지난해 매출을 보면 구리나 구리 합금 제품을 생산하는 신동 부문이 매출의 71%, 방산 부문이 29%를 차지했다. 하지만 영업이익을 보면 전체 영업이익의 42%가 방산 부문에서 나왔고 신동 부문은 58%에 불과해 수익성은 방산 부문이 앞서고 있다. 

    현재 풍산은 올해 상반기말 기준 소액주주가 과반수가 넘는 55.41%를 보유 중이며, 국민연금도 8.16%를 갖고 있다. 반면 지주회사인 풍산홀딩스의 지분율은 38%에 불과하다. 과거 국민연금이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의 물적분할에 반대표를 던진 전례가 있는 만큼 분할 안건 통과를 쉽게 낙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풍산은 풍산디펜스를 상장할 경우 존속회사(풍산)의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거치도록 정관에 명시하고 주주보호장치를 마련해 상장 가능성을 원천 차단한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주들의 의구심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K-방산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풍산이 추가 투자유치를 위해 풍산디펜스를 상장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풍산홀딩스는 최대주주인 류진 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자 지분율 합계가 44.97%에 달한다. 풍산에 대한 오너가의 지배력이 확고한 만큼 특별결의를 어렵지 않게 통과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

    시장에서는 풍산이 반대의 목소리를 설득할 수 있는 비전을 어떻게 제시하느냐에 따라 풍산디펜스의 연내 출범 여부가 판가름 날것으로 보고 있다. 

    한 소액주주는 “포스코의 경우 최대주주가 국민연금공단이었고 금융권과 투자회사, 일반주주들이 약 90%에 달하는 지분을 갖고 있어 신설법인 상장이 어렵지만 풍산의 경우 이야기가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방산사업은 진입장벽이 높아 글로벌 수준의 매출을 내려면 그만큼 투자도 필요한데 상장하지 않고 투자금액을 충분히 조달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풍산 관계자는 “현재 정관에 특별결의를 명시한 것 외에는 말씀드릴 수 있는 방안이 없다”면서 “다만 주주분들의 염려가 많은만큼 (분할로도)주주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여러 가지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풍산디펜스의 투자 자금 조달과 관련해서는 “신설법인을 상장하지 않아도 충분한 투자 재원을 마련하는 계획이 내부적으로 마련돼있다”면서 “다만 지금 당장 밝히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