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자 지명 때부터 '시장 경쟁' 강조…재계, 기대감 솔솔 동일인 친족범위 축소에도…경총 "더 완화" 요구 野, '온플법 제정' 벼르고 있어…자율규제 성과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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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부 출범 이후 4개월 동안 수장 공백 사태를 겪었던 공정거래위원회의 위원장으로 한기정 위원장이 임명되면서 공정위가 규제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는 모습이다.한 위원장은 지난 16일 공정위원장 취임식에서 첫 번째 과제로 "엄정한 법집행과 경쟁주창을 통해 시장의 혁신 경쟁을 촉진하겠다"고 밝혔다. 경쟁주창은 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환경을 조성한다는 의미로, 자유로운 경쟁을 위해 공정위가 적극 나서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전임 정부에서는 '재벌개혁'을 공정위의 최우선 과제로 삼아 기업들의 자유로운 경쟁이나 영업활동을 제한해 시장의 효율성과 역동성을 떨어뜨렸다는 지적이기도 하다.앞서 한 위원장은 지난달 19일 공정위원장 후보로 지명된 후,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시장경제의 효율성과 공정성이 담보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하고 불필요한 규제는 과감한 혁신을 통해 없애겠다"고 밝혔다. 그 이후, 인사청문회를 통해서도 줄곧 '규제혁신'을 강조하면서 재계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가장 큰 변화는 한 위원장이 취임하자마자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공정위에 동일인 친족범위를 더욱 완화해달라고 공식적으로 요청한 것이다. 공정위는 지난 10일 동일인의 친족범위를 혈족 6촌·인척 4촌에서 혈족 4촌·인척 3촌으로 조정하고 법률상 친생자가 있는 사실혼 배우자를 특수관계인에 포함시키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하지만 경총은 이 정도로는 기업의 부담을 줄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동일인은 자신의 친족들에 대해 주식소유 현황과 같은 자료제출을 강제할 수 없지만, 이를 위반했을 경우 동일인은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것은 과도하기 때문에 동일인의 영향력이 있는 직계존비속이나 형제·자매 정도로 친족범위를 축소해야 한다는 것이다.공정위가 기존보다 완화된 안을 내놨지만 재계에서는 이보다 더 앞서가는 방안을 요구한 것으로, 전임 정부 때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다.한 위원장이 취임하자마자, 공정위의 의무고발 요청 기한을 6개월에서 3개월로 단축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도 눈에 띈다. 의무고발 요청이란 공정위가 관련법 위반 사실을 중소벤처기업부나 조달청에 통지하면 이들 기관은 6개월 이내에 공정위 고발을 요청해야 한다.하지만 실제로는 6개월을 넘겨 고발요청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지며 기업이 부담을 느낀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반년도 넘은 사건에 대해 뒤늦은 고발이 이뤄지면 기업의 예측가능성이 떨어져 경영활동에 지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공정위는 중기부 등이 3개월 이내에 의무고발 요청을 하도록 하는 방안을 관련 부처와 협의 중에 있다.한 위원장의 취임으로 공정위는 규제혁신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윤석열 정부 출범부터 강조되던 '온라인 플랫폼 자율규제'와 관련해선 야당이 벼르고 있는 상황이다.쿠팡 등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들이 입점업체에 갑질을 하지 못하도록 법으로 제재하는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이 이번 정부 들어 폐기될 것처럼 보였지만, 더불어민주당이 정기국회에서 온플법의 입법을 예고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 위원장이 '자율규제'에 대한 당위성을 입증해내야 하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새정부 들어 추진하던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등 44건의 경쟁 제한적 규제 개선도 해결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는 소상공인 등의 반대에 처리가 무산됐으며 휴일이나 야간에도 소화제나 해열제 등을 판매하는 '약 자판기' 설치 또한 약물 오남용 우려로 반대에 부딪혔다.규제개혁과 소상공인·소비자 보호라는 숙제를 어떻게 조화롭게 풀어나갈지는 결국 한 위원장의 숙제가 된 셈이다.이밖에 보험법 연구로 공정거래 분야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과 더불어 한국외환은행, 하나은행, 메트라이프 생명보험 등의 사외이사를 했던 이력도 한 후보자가 극복해야 할 과제 중 하나다. 윤석열 대통령이 한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한 직후, 민주당은 "한 후보자는 보험사의 시장 질서 교란 행위를 옹호하거나, 공정위가 조사 중인 사안에 대해 피조사 기업의 입장을 적극 옹호해 공정위원장 후보자로서 매우 부적합하다"고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