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 1100억대 불법대출개인→사업자 서류조작… LTV 90%까지애큐온저축은행 고강도 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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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퍼저축은행이 지난 2년여간 1100억원대 불법 '작업대출'을 취급한 것이 적발되면서 저축은행 업계에 초비상이 걸렸다. 금융당국이 작업대출에 초점을 맞추고 저축은행들에 대한 고강도 조사를 벌이고 있는만큼 내부통제 시스템상의 문제점이 수면 위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페퍼저축은행은 2020년 4월부터 올해 5월 초까지 1100억~1200억원 규모의 작업대출을 취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금융감독원이 지난 4월부터 5주간 페퍼저축은행을 대상으로 고강도 수시검사를 진행한 결과다.
작업대출이란 금융회사들이 사업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을 내주는 과정에서 일반 개인이 사업자라고 거짓으로 서류를 꾸며 제출했으나 이를 인지하고도 승인해준 대출을 말한다.금감원에 따르면 페퍼저축은행 역시 조작된 서류를 기반으로 개인사업자 대출을 취급했다. 사업자 대출은 자금 사용처가 사업 목적이어야 하는데 주택구입 등 개인 용도로 사용한 것이다. 대출모집인들이 전자세금계산서, 입·출금 거래내역서 등 대출금 사용증빙 서류를 위·변조한 것으로 이번 검사에서 드러났다.
특히 더 많은 대출을 받기 위해 사업자가 보유하고 있던 가계대출을 모집인이 먼저 갚고 사업자 대출이 실행되면 상환자금과 함께 작업대출 수수료까지 받는 수법도 썼다. 페퍼저축은행은 이러한 방식으로 사업자 주택담보대출을 취급했고 담보인정비율(LTV)을 최대 90%까지 설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페퍼저축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2020년 3월 말 9544억원에서 올해 3월 말 1조8391억원으로 8847억원 늘었다. 이 가운데 불법 작업대출이 10% 넘게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이번 적발 건은 1000억원이 넘는 대규모여서 중징계가 내려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7월 초 저축은행 CEO(대표이사) 간담회에서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처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앞서 지난 7월 금융당국의 검사를 받은 OK저축은행도 아직까지 당국으로부터 검사 결과를 통보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사업자 주담대가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을 감안할 때 페퍼저축은행과 유사한 사례가 적지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페퍼저축은행과 OK저축은행뿐 아니라 금감원은 지난 19일부터 2주간의 일정으로 애큐온저축은행에 대한 고강도 현장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이후 SBI저축은행에 대한 검사 역시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저축은행의 사업자 주담대가 급증한 점을 두고 사업자대출이 상대적으로 가계대출에 비해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 등을 이용해 편법으로 대출을 늘렸을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저축은행권의 사업자 주담대는 2019년 말 기준 5조7000억원에서 올해 3월 기준 12조4000억원으로 무려 117%나 폭증했다. 이 가운데 개인사업자 주담대 비중이 무려 83.1%(10조3000억원)로,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저축은행들 대부분 대출업무 처리 과정이 유사하고 경쟁이 치열한 점을 감안하면 대동소이할 것"이라며 "금융당국의 검사 강도를 감안할때 비슷한 문제점들이 상당수 적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