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월대비 0.3% 하락석탄석유제품 -8.6%, 공산품 지수 -1.4%"경기와 물가, 트레이드오프 뚜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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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가 상승세가 꺾이면서 생산자물가지수가 22개월만에 처음 하락했다.2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8월 생산자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0.3% 낮은 120.12를 기록했다. 2010년 10월 이후 1년 10개월 만에 내림세다.생산자물가지수는 지난 4월 1.6% 상승으로 고점을 찍은 뒤 5월 0.7%, 6월 0.6%, 7월 0.3%로 둔화됐다. 하지만 1년 전과 비교하면 8.4% 상승으로 21개월째 오름세다.품목별로 보면 유가 하락으로 석탄 및 석유제품이 8.6% 하락했다. 화학제품(-2.4%), 1차금속제품(-1.1%) 도 하락세를 이끌었다. 전체 공산품 지수도 1.4% 내렸다.하지만 농산물이 3.8% 증가하고 축산물이 2.1% 오르는 등 농림수산품은 2.5% 비싸졌다. 태풍 등 기상 여건이 나빴던데다 추석을 앞두고 수요가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배추(32.1%), 시금치(31.9%) 오름폭이 두드러졌다.전력·가스·수도·폐기물은 도시가스를 중심으로 3.6% 올랐다. 음식점·숙박, 금융·보험 등 서비스 지수도 0.3% 증가했다.수입품까지 포함한 국내공급물가지수는 한달 새 1.0% 하락했다. 이역시 2020년 11월 이후 1년 9개월만에 하락 전환이다. 국내 출하에 수출품까지 더한 총산출물가지수 역시 0.6% 하락해 8개월만에 내림세를 기록했다.생산자물가지수는 소비자물가지수의 선행 지표로 조만간 물가 전반이 안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월대비 0.1% 하락했다. 기대인플레이션도 8개월만에 꺾였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늦어도 10월 이후 물가 여전이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물가 안정세는 금리인상 압박을 받는 한국은행에게는 고민거리다. 미 연방준비제도가 3차례 연속 기준금리 0.75%p 인상했고 연말 4.5%까지 도달한다는 전망이 나오자 한은도 10월 금통위서 빅스텝(기준금리 0.5%p 인상) 카드를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물가가 하락하는 과정에서 금리마저 인상하면 자칫 경기침체로 빠질 우려도 배제하기 어렵다.8월 금통위 회의에서 한 금통위원은 "경기와 물가의 트레이드오프가 보다 뚜렷해질 것"이라며 "향후 기준금리 인상경로를 결정하는데 어려움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반면 한미 금리차가 벌어지면 환율 상승으로 수입가격이 증가해 물가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공격적인 금리인상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서영경 금통위원은 "미국의 높은 금리는 한국에 (원화) 절하 압력을 가할 것"이라며 "적극적인 금리 대응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겠다"고 했다.이창용 한은 총재는 "연준의 연말 기준금리 전망이 4% 이상으로 상당폭 올라졌다는 변화를 포함해 국내 물가, 성장 흐름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검토해 금리 인상폭과 시기를 결정할 생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