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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진그룹, 대기업집단 반년만에 사실상 반토막… 미래 먹거리 육성 '시급'

일진머티리얼즈·일진디스플레이 매각 추진핵심사업 매각에 매출·영업익 감소 불가피 수소·바이오 있지만 수익성 ‘지지부진’

입력 2022-09-26 14:14 | 수정 2022-09-26 14:54

▲ ⓒ일진그룹

일진그룹이 일진머티리얼즈와 일진디스플레이 등 주요 계열사 매각을 추진함에 따라 향후 외형 축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형제간의 계열분리로 그룹이 대기업집단에 편입된지 반년만에 반토막날 운명에 처한 것이다. 새로운 성장동력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단기간에 수익성을 담보할 수 있는 사업이 없어 미래 먹거리 육성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일진그룹은 지난 5월 일진머티리얼즈에 이어 8월 일진디스플레이 매각을 발표하는 등 사업 포트폴리오 재정비에 나서고 있다. 

일진머티리얼즈 매각 대상은 일진그룹 창업주 허진규 회장의 차남 허재명 일진머티리얼즈 대표이사가 소유한 지분 53.3%로 매각가 약 3조원 수준이다. 일진디스플레이 매각 대상은 허진규 회장과 특수관계인 및 계열사가 보유 중인 일진디스플레이 지분 43.19%다. 매각 금액은 1000억원 안팎으로 예상된다. 

시장에서는 주요 계열사 매각을 두고 대기업 집단 지정으로 인한 공시 의무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5월 일진그룹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했다. 공정위가 평가한 지난해 공정 자산 규모는 5조2700억원 수준이다. 공정 자산이 5조원을 넘으면 공시대상기업진답으로 편입되며 사익편취, 일감 몰아주기 등 각종 규제 적용 대상이 된다. 이에 부담을 느낀 일진그룹이 주요 계열사를 매각하거나 계열분리를 통해 외형 축소에 나선 것이란 관측이다.

회사별로 보면 일진머티리얼즈는 과도한 투자 부담이, 일진디스플레이는 지속된 적자로 인한 부진이 매각 이유로 꼽힌다. 

우선 일진머티리얼즈의 경우 전기차 수요에 맞춰 동박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대규모 설비 투자로 그룹 차원에서 부담을 느꼈을 것이란 관측이다. 머티리얼즈는 2차 전지 필수 소재로 꼽히는 동박, 일렉포일을 생산한다. 전체 매출에서 동박 비중이 70%를 넘는 데다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급증하는 전기차 배터리 수요에 맞춰 공장을 계속 증설해야 한다는 점은 그룹 입장에서 부담일 수밖에 없다. 

일진디스플레이의 경우 부진으로 인한 재무건전성 악화가 매각 배경으로 거론된다. 일진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태블릿PC 등에 쓰이는 터치 패널 제조가 전체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일진디스플레이 매출은 2019년 956억원에서 2021년 1014억원으로 늘었지만, 같은 기간 영업적자는 307억원에서 354억원으로 늘었다. 같은기간 순손실도 304억원에서 지난해 말 437억원으로 확대됐다. LED 시장의 공급 과잉과 터치스크린패널 시장의 급격한 변화 등에 따른 영향이다.

문제는 두 개의 주요 계열사를 떼어냄에 따라 일진그룹의 외형도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 기준 그룹 전체 매출 2조3000억원 가운데 일진머티리얼즈와 일진디스플레이의 매출은 각각 6889억원, 1014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의 3분의 1에 달한다. 

양사는 그룹의 다른 계열사들도 상당수 보유하고 있어 매각 여파는 적지 않을 전망이다. 일진머티리얼즈는 일진유니스코, 일진건설, 아이엠지테크놀로지, 아이알엠, 오리진앤코 등 13개의 자회사들을 두고 있다. 일진디스플레이는 베트남 법인인 ILJIN DISPLAY VINA CO., LTD를 보유 중이다. 

시장에서는 두 회사 매각이 마무리되면 일진그룹 시총 60%, 매출 20%이상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일진머티리얼즈를 떼어내면서 그룹의 미래 먹거리 육성 전략이 시급해졌다. 머티리얼즈가 그간 그룹 전체 성장을 견인한 캐시카우 역할을 해 왔다는 점에서다. 지난해 일진머티리얼즈의 순이익은 632억원으로 그룹 전체 순이익 1720억원의 36.7%에 달한다. 그룹 내 일진다이아몬드, 일진전기 등 총 38개의 계열사가 있지만 머티리얼즈의 수익성과 성장성을 동시에 대체할만한 사업은 꼽기 어렵다. 

가장 유력한 미래 먹거리이자 머티리얼즈와 함께 성장동력으로 꼽혀온 일진하이솔루스의 경우 경쟁력은 갖췄지만 당장 수익성을 내지는 못하고 있다. 하이솔루스는 미래산업인 수소차 밸류체인의 핵심인 ‘수소탱크’를 만들고 있다. 올해 들어 정부의 수소 정책 지지부진하고 국내 수소차 보급이 주춤한 영향이다. 지난해 일진하이솔루스 실적을 보면 연결기준 매출액 1177억원, 영업이익 98억원에 불과하다. 머티리얼즈와 비교하면 매출액과 영업익은 약 6분의 1수준이다. 

또 다른 계열사 일진에스앤티가 바이오 신약 사업을 영위하고 있지만 이 또한 시작에 불과한 수준이다. 일진그룹은 지난 2016년 계열사 처인레저의 사명을 일진에스앤티로 변경하며 바이오분야 투자에 뛰어들었다. 지난해부터는 직접 신약개발 사업을 시작하기로 발표하고 연내 항암 관련 파이프라인 구축, 2025년 항암 치료제 개발을 목표로 삼은 상황이다.   

일진전기나 일진제강 등 상당수 계열사의 경우 상황이 나쁘진 않지만 전통 제조업인만큼 그룹의 미래 먹거리로 내세우긴 어렵다. 

업계 관계자는 “일진그룹은 일진전기의 해외영업 강화, 친환경‧고부가가치 제품 개발 등으로 매출을 확대하는 동시에 수소를 중심으로 친환경 사업인 일진하이솔루스를 키우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수소차의 경우 장기적으로 봤을 때 대형 버스와 트럭, 선박 등 상용 부문을 바탕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이가영 기자 young@newdaily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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