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후 '퍼스트무버', '게임 체인저' 화두 제시아이오닉5, EV6 등 전용전기차, 높은 경쟁력 갖춰신년사에서 "가능성을 고객 일상으로 실현할 것"뉴스위크, 정 회장을 '올해의 비저너리'로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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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오는 14일 취임 2주년을 맞는다. 정 회장은 취임 후 ‘퍼스트 무버(First Mover)’, ‘게임 체인저(Game Changer)’ 등의 화두를 제시하며 현대차그룹을 미래 모빌리티 기업으로 변화시키고 있다.특히 현대자동차 ‘아이오닉5’, 기아 ‘EV6’ 등 전용 전기차가 국내외에서 높은 평가를 받으며, 전동화 분야에서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다. 다만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대응, 수년간 지연되고 있는 그룹 지배구조 개편 등은 해결 과제로 꼽힌다.정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가능성을 고객의 일상으로 실현하는 한 해로 만들겠다”고 밝혔다.이를 위해 ▲고객이 신뢰하는 ‘친환경 톱 티어(Top Tier) 브랜드’ 기반을 다지고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소프트웨어 원천기술을 확보해 자율주행, 로보틱스, 도심항공 모빌리티(UAM) 등 미래분야에서 스마트 솔루션을 구체적으로 제시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우선 전기차 등 전동화 분야에서 현대차그룹은 높은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가 처음으로 탑재된 아이오닉5는 올해 ‘2022 월드카 어워즈(WCA)’에서 ▲세계 올해의 차(WCOTY)를 비롯해 ▲세계 올해의 전기차 ▲세계 올해의 자동차 디자인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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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 ▲독일 올해의 차 ▲영국 올해의 차 ▲독일 유력 매체 ‘아우토빌트 선정 최고의 수입차’ ▲영국 자동차 전문매체 ‘오토익스프레스 선정 올해의 차’ 등도 수상했다.EV6도 ▲유럽 올해의 차 ▲아일랜드 올해의 차 ▲독일 올해의 차 프리미엄 부문 1위 ▲영국 매체 ‘탑 기어 선정 올해의 크로스 오버’ ▲영국 자동차 전문매체 ‘왓카 선정 올해의 차’ ▲2022 레드닷 어워드 제품 디자인 최우수상 및 본상 등을 수상했다.현대차그룹은 이달 초 EV6의 고성능 모델인 ‘EV6 GT’를 선보였다. 제로백 3.5초로 한국 자동차 역사상 가장 빠른 차라는 평가 속에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아울러 지난해부터 제네시스 GV60를 비롯해 G80 전동화모델, GV70 전동화모델 등을 출시하면서 다양한 전기차 포트폴리오를 구축해나가고 있다.정구민 국민대학교 전자공학부 교수는 “현재 전동화 분야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탑재한 전기차들을 앞세우면서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면서 “테슬라, 폭스바겐 등과 함께 전기차 분야 탑 티어의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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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정 회장은 로보틱스, 자율주행, UAM 등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도 중점을 두고 있다. 자체 연구개발 역량 강화는 물론 국내외 주요 업체들과의 협업 및 투자를 통해 미래 자동차 산업을 주도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춘다는 목표다.특히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6월 세계적인 로봇 기업인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인수를 마무리지었다.보스턴 다이내믹스는 4족 보행로봇 ‘스팟’과 2족 직립보행이 가능한 ‘아틀라스’ 등을 개발했다. 현대차그룹은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지분 80%를 인수했으며, ▲현대차 30% ▲현대모비스 20% ▲현대글로비스 10% 외에 정 회장이 20%를 직접 투자하면서 미래 경쟁력 강화에 대한 의지를 나타냈다.2020년에는 미국 자율주행 기술기업 앱티브(Aptiv)와의 자율주행 합작법인인 ‘모셔널(Motional)’을 설립했다. 이후 모셔널은 지난해 8월 아이오닉5를 기반으로 한 로보택시를 세계최초로 공개했다.아이오닉5 로보택시는 모셔널의 첫 상업용 완전 무인 자율주행 차량으로, 내년 미국에서 승객을 원하는 지점까지 이동시켜주는 라이드 헤일링(ride-hailing) 서비스를 개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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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KT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KT와 6G 자율주행 기술, 위성통신 기반 미래항공 모빌리티(AAM), 통신망 선행 공동연구 등을 통해 차세대 통신 인프라와 ICT 분야에서 광범위한 협력을 추진한다.이달 12일에는 2025년까지 모든 차종을 ‘소프트웨어 중심의 자동차(SDV)’로 전환하겠다는 비전을 발표했다. 내년부터 출시하는 모든 전기차뿐 아니라 내연기관차도 무선 업데이트가 가능하도록 개발해 그룹 전 차종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이뤄져 고객들이 항상 최신 상태의 차를 탈 수 있도록 하겠다는 목표다.정 회장이 취임 후 과감한 미래 모빌리티 행보에 나서는 가운데 글로벌 유력 시사주간지 ‘뉴스위크(Newsweek)’는 지난 4월 그를 ‘올해의 비저너리(Visionary of the Year)’ 수상자로 선정했다.뉴스위크는 선정 이유로 “정 회장은 자동차산업에서 현대차그룹 성장에 큰 공헌을 했다”면서 “현대차그룹은 정 회장의 리더십과 미래를 향한 담대한 비전 하에 모빌리티 가능성을 재정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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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정 회장이 해결해야할 과제들도 놓여있다.
IRA 이슈로 미국 전기차 시장 공략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IRA이 시행될 경우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모델들은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미국에서 1대당 최대 7500 달러(약 1070만원)을 받지 못하게 된다.현대차그룹이 미국 조지아 전기차 공장 가동을 당초 2025년 상반기에서 2024년 하반기로 앞당기더라도 상당 기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정 회장은 최근 두 차례 미국 출장을 가는 등 문제 해결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아직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지 못했다.또한 그룹 지배구조 개편도 해묵은 과제다. 현대차그룹은 국내 10대 그룹 중 유일하게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지 못했다.현대차그룹은 지난 2018년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를 중심으로 한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했지만 정 회장의 지분율(현재 20.00%, 당시 23.29%)이 높은 현대글로비스에 유리한 합병 비율을 산정했다는 비판을 받으면서 결국 무산됐다.이후 4년여의 시간이 흘렀지만 현대차그룹에서는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한 구체적인 언급을 꺼리고 있다.다만 현대모비스가 최근 모듈 생산 통합계열사, 부품 생산 통합계열사를 설립하는 등 조직 개편에 나서면서 일각에서는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사전작업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