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 빅스텝 후폭풍… 월세보다 높아진 이자코로나19 이전보다 공실률 증가… 수익률 '악화'거래 줄고 가격도 떨어져… 빌딩 푸어 현실화 '우려'
  • ▲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인근 상가. 220104 ⓒ연합뉴스
    ▲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인근 상가. 220104 ⓒ연합뉴스
    기준금리가 10년 만에 3%대로 올라서면서 저금리 시대 똘똘한 투자처 중 한 곳이었던 꼬마빌딩 시장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이자 부담이 늘자 거래량이 지난해의 절반 가까이 줄었고, 가격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투자 수익률이 예·적금보다 못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꼬마빌딩은 연면적이 100~3000㎡ 규모인 상업업무용 빌딩을 말한다. 지난 수년간 풍부한 유동성과 주택 대비 느슨한 대출 규제로 자산가들이 시장으로 몰렸다.

    15억원 이상의 아파트의 경우 대출이 꽉 막힌 상태이지만, 꼬마빌딩 등 상업용 부동산은 대출이 매매가의 최대 70% 안팎까지 가능했기 때문이다. 건물 및 토지 가치 상승과 함께 임대이익까지 얻을 수 있어 자산가들의 안전한 투자처로 인식이 짙었다.

    그러나 한국은행이 석 달 만에 또 '빅스텝(기준금리를 한 번에 0.5%p 인상)'을 단행한 데 이어 내달에도 추가 금리 인상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이 8%까지 오를 가능성이 커지면서 갈수록 금융 부담이 증가하고 있다.

    꼬마빌딩의 경우 대출 비율이 높아 금리가 오르면 그만큼 자금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임대 수입은 이전과 같기 때문에 수익률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실제 시중은행의 예금 금리는 연 5%를 목전에 두고 있다. 최근 두 번째 빅스텝으로 기준금리는 2012년 10월 이후 10년 만에 3%대로 올라섰다.

    이에 △우리은행 최대 1%p △하나은행 0.95%p △신한은행 0.8%p △NH농협은행 0.7%p 등 시중은행들은 수신금리를 상향 조정했다. 5대 은행에서 금리가 가장 높은 정기예금 상품은 우리은행의 '우리 첫 거래 우대 정기예금'으로, 최고 금리가 연 4.80%에 달한다.

    통상 빌딩 투자 수익률이 5%면 선방이라고 보는데, 리스크를 감내할 필요가 없는 시중은행 수신금리가 이 정도까지 오르자 상대적으로 빌딩 투자의 메리트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거액의 대출금을 끌어와 위험부담을 떠안고, 임대관리 등으로 골치 썩는 것을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평균 수익률이 대단히 뛰어난 것도 아니다.

    한국부동산원의 2분기 상업용 부동산 임대 동향조사에 따르면 오피스(6층 이상) 투자 수익률 평균은 1.87%, 중대형 상가(3층 이상이거나 연면적 330㎡ 초과)는 1.59%, 소규모 상가(2층 이하이고 연면적 330㎡ 이하)가 1.43%로 집계됐다.

    임대소득 수익률만 따로 보면 수치는 더 낮아진다. 오피스 0.96%, 중대형상가 0.84%, 소규모 상가는 0.77%에 불과하다. 당분간 금리가 더 인상될 예정인 만큼 자기자본 비중이 적은 건물주는 임대료로 이자 내기도 버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상당수 건물주는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높아진 공실률로 인한 수익률 부진 문제를 견뎌내고 있었다. 그러나 엔데믹으로 공실률이 소폭 높아지며 회복하는가 싶더니 금리 인상으로 다시 한번 위기를 맞게 됐다.

    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서울 지역 중대형상가 공실률은 10.0%까지 올랐다. 올 2분기 9.5%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3분기 7.5%와 비교했을 때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중대형상가뿐 아니라 소규모 매장용 상가도 2019년 3.4%에 불과하던 3분기 공실률이 2분기에는 6.1%로 집계됐다.

    입주를 원하는 세입자가 많지 않다 보니 은행 이자가 높더라도 월세를 높여 부르기 부담스러워진다. 이에 일각에서는 건물주가 부실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우려한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이사는 "임대사업자들이 현금이 많아서 순수하게 자기 건물을 사는 사람은 잘 없을 것"이라며 "이자는 늘어나는데 월세는 재계약 전까지 똑같으니 금융비용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공실마저 많으면 세금과 이자만 꼬박꼬박 내야 하는 상황"이라며 "내년 상반기에는 빌딩푸어 이슈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상황이 이렇자 거래도 줄고 가격도 내리막이다.

    상업용 부동산 빅데이터 기업 부동산플래닛이 분석한 결과를 보면 지난달 서울 시내 꼬마빌딩 매매 건수는 45건으로 집계됐다. 4월 230건이 거래된 후 7월 125건, 8월 99건으로 감소세가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 상반기 서울 내 50억~100억원의 상업·업무용 빌딩 거래량은 351건으로, 지난해 상반기 520건 대비 169건(32.5%) 감소했다. 꼬마빌딩으로 불리는 소형 빌딩 거래량은 2019년 상반기 240건을 기록한 뒤 저금리 기조에 2020년 273건, 2021년 520건으로 증가했으나, 올 들어 급격히 줄었다.

    가격도 하락세다. 밸류맵에 따르면 올 들어 7월까지 매매가격 10억~50억원인 강남3구 업무상업 시설의 3.3㎡당 평균 가격(연면적 기준)은 4305만원으로, 지난해 4633만원에 비해 7.1% 하락했다. 2020년과 2021년 가격 상승률은 각각 16.7%, 43.7%였으나, 올 들어 하락 전환한 것이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연이은 금리 인상으로 이자 부담이 가중되면서 꼬마빌딩에 대한 구매 수요와 투자 수요가 감소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반적인 부동산 시장의 위축으로 시세 차익을 거두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또 지난 몇 년간 가격이 급등하면서 피로감이 누적된 것도 한몫하고 있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부동산학)는 "연말까지 추가 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등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꼬마빌딩 등 수익형 부동산 역시 거래가 줄고, 가격도 하락하고 있다"며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 증가와 수익률 감소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