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PF 시장 급속 냉각…중소형 증권사 리스크 비상상반기 중소형사 실적 효자 역할…하반기 부메랑 위기관련 사업 규모 축소…하나증권 구조화본부 폐쇄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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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심화하면서 증권사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론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최근 몇 년간 부동산 경기 호황에 힘입어 관련 수익 의존도를 높여온 중소형 증권사들은 하반기 실적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증권사들의 부동산 PF 사업은 상당 부분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금리가 급등하고 주택 시장에서는 미분양 물량이 늘자 해당 사업에서 더 이상 수익성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한 증권사 부동산금융본부 임원은 “알려진 대로 올해 하반기 들어 부동산 상황이 급격히 나빠졌다”라며 “사실상 지난 8월부터 신규 사업이 완전히 정지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도저히 수익성을 낼 수 없는 휴업 상황이라고 보면 된다”라며 “그렇다고 비관만 할 수는 없으니 기존에 했던 사업을 점검하고 내년에 할 일들을 검토하는 일만 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증권사의 부동산금융 사업은 크게 브릿지론과 PF, 실물매매로 나뉜다. 

    이 가운데 PF는 건설사가 사업을 시행할 때 사업권을 담보로 금융사에서 돈을 빌리는 것을 말한다. 증권사들은 건설사 대출 채권을 담보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발행해 지급보증을 서고 수수료를 받는다. 

    자본력과 신용도가 취약한 부동산 개발 주체들이 PF 대출을 받으면 국내 증권사들은 자신의 높은 신용도를 활용해 PF 대출 관련 신용보강을 해주고, 이 과정에서 채무보증 수수료나 금융자문 수수료 등을 받아 높은 수익을 올렸다. 

    실제 다올투자증권, 현대차증권, 하이투자증권, 한양증권 등은 올해 상반기 타 증권사들의 실적이 급감하는 가운데서도 부동산 PF 부문 실적을 통해 실적을 만회, 업계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하반기 들어 부동산 시장 침체가 본격화하면서 수익 비중이 컸던 부동산 PF 관련 사업도 위축되고 있다. 이에 따라 증권사 실적 또한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다른 증권사 부동산본부 임원은 “PF 사업에서 높은 수익을 내려면 땅을 싸게 사고 공사비와 이자를 조금만 지불한 뒤 비싼 분양가에 팔아야 한다”라며 “그러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면서 올 상반기 공사비가 가파르게 상승했고, 기준금리가 폭등하면서 사업성이 나오지 않게 됐다”라고 말했다. 

    특히 대형 증권사보다는 중소형사들의 채무보증 익스포져(위험노출) 부담은 더욱 심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소형사는 대형사보다 상대적으로 취약한 리테일·운용 부문 사업을 만회하고자 공격적으로 부동산 PF 관련 사업을 벌여왔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국내 중소형 증권사의 전체 신용공여성 채무보증 중 부동산 관련 비중은 88.8%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관련 신용공여성 채무보증의 부담 수준은 48.9%로 대형사(31.3%)보다 높다. 

    이재우 한신평 연구원은 “자기자본 3조원 이상 대형사는 2020년 말 대비 올해 3월 말 기준 부동산 PF 익스포져가 1조1000억원 상당 증가했으나, 중소형사는 2조8000억원 상당 증가했다”라며 “이는 부동산 PF에 대한 노출이 상대적으로 더욱 커졌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증권사들의 관련 사업도 줄어들고 있다. 최근 하나증권은 관련 사업을 담당했던 구조화금융본부를 폐지, 본부 내 직원들을 IB 부서 내 다른 본부로 편제했다. 

    김지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부동산 PF 관련 리스크와 수익에 대한 우려는 거래대금 감소로 인한 위탁매매 및 이자수익 감소, 금리 상승에 따른 증권사 보유 채권의 평가손실 발생과 함께 증권업의 주요 위험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