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지주, 1조씩 증안펀드 출자… 채권펀드 포함 12조RP 매수로 증권사 자금지원 효과… 유동성 공급 73조PF, ABCP 주관사 역할 강화… 계열사자금공급 10조"금융위원장-5대 금융회장 만남 정례화"
  • ▲ 자금시장 경색으로 은행권 기업대출이 크게 늘었다. 사진은 서울 한 시중은행 기업금융 대출상담 등 업무 관련 안내문ⓒ연합뉴스
    ▲ 자금시장 경색으로 은행권 기업대출이 크게 늘었다. 사진은 서울 한 시중은행 기업금융 대출상담 등 업무 관련 안내문ⓒ연합뉴스
    시중 자금유통이 꽉 막힌 '돈맥경화'에 금융지주사들이 팔을 걷어붙였다. 돈줄이 은행으로 쏠리면서 금융사들의 역할이 어느때보다 크다는데 공감대가 형성됐다.

    금융위원회는 1일 5대 금융지주 회장단과 간담회를 갖고 금융시장 안정화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는 윤종규 KB금융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손병환 NH농협 회장이 참석했다.

    5대 금융지주는 연말까지 95조원 규모의 시장 유동성 및 계열사 자금지원에 나선다. 먼저 시장 유동성 공급 확대에 73조원을 투입한다. 시중 자금 블랙홀로 꼽히는 은행채 발행을 자제하고 한전 등 공기업과 소상공인을 비롯한 기업 자금공급에 앞장 설 계획이다.

    이를 위해 기업어음(CP)이나 전기단기사채 등을 매입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환매조건부채권(RP) 매수, 머니마켓펀드(MMF) 운용을 통한 유동성 공급도 이어나갈 계획이다. 또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차환을 위한 주관사 역할 강화안도 포함됐다.

    금융지주사가 시장 유동성 공급 총대를 멘 것은 고금리 기조 속 시중 자금이 빠르게 은행으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침체 시그널이 감지되고 은행 예금금리가 5%에 육박하자 투자자금이 빠르게 예금으로 흡수되고 있다. 지난달 28일까지 5대 시중은행의 정기 예금잔액은 809조5455억원으로 전월대비 49조411억원(6.13%) 늘었다.

    반면 기업대출은 지난달 9조9641억원 증가해 13개월만에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10월까지 5대 은행 기업대출은 107조5784억원으로 연초 대비 68조9758억원 늘었다. 지난해 연간 증가폭 60조2596억원을 이미 넘어섰다.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느낀 기업들이 채권 발행을 포기하고 은행문을 두드리는 것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금융시장 비중이 크고 건전성과 유동성이 양호한 지주사 및 은행 등 계열금융사들의 역할과 책임이 크다"고 강조하며 "금융권이 자금중개 기능을 통해 원활할 순환에 역할을 다해주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채권 및 증권시장 안정을 위한 펀드자금 12조원도 조성한다. 대출이 아닌 직접 투자방식인 만큼 효과도 기대된다. 최근 자금조달에 애를 먹던 서울 둔촌주공 재건축사업도 채안펀드를 통해 7000억원 규모의 PF 차환에 성공했다. 주식시장 안정을 위한 증안펀드에도 금융지주사별로 1조원 규모의 자금조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원활한 유동성 공급을 위한 금융당국의 규제완화 지원도 병행된다. 금융위는 올해 말까지 92.5%로 강화하는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정상화 계획을 내년 6월 말로 미뤘다. 규제를 완화해 예금보다 대출을 더 내줄 수 있도록 하는 조치다. 한국은행은 은행채를 적격담보증권 대상에 포함시키고 담보증권 제공비율 인상 일정을 유예했다. 또 6조원 수준의 한시적 RP 매입 조치로 자금공급에 나선다.

    금융위 관계자는 "시중 유동성이 급격히 얼어붙은 상황에서 금융지주사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인식을 공유한 자리"라며 "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2주에 한번 금융지주 회장단과 정례 간담회를 가지는 등 적극적인 공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