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석유 유통 등 품질 부적합 판정도한국석유공사 적자 늪… "국가 예산만 깎아 먹어""특정인들 혜택 돌아가는 알뜰주유소 정책 폐지해야"
  • ▲ 주유소. ⓒ강민석 기자
    ▲ 주유소. ⓒ강민석 기자
    기름을 저렴하게 공급하기 위해 도입된 자영 알뜰주유소가 일반주유소보다 기름을 비싸게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20일 한국석유공사(이하 석유공사)가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고가판매 자영 알뜰주유소 현황' 자료에 따르면 자영 알뜰주유소 중 일반주유소보다 비싼 가격으로 판매한 곳이 2020년 572곳, 2021년 272곳, 올해 9월까지 211곳에 달한다.

    석유공사가 관리하는 전국 자영 알뜰주유소가 지난 8월 기준 444개인데, 2곳 중 1곳은 일반주유소보다 고가로 판매했다는 얘기다. 

    정부는 지난 2011년 12월 국내 유가 안정화를 위해 알뜰주유소를 시행했다. 농협과 석유공사가 정유사로부터 대량으로 유류를 구입해 서민들에게 싼값에 기름을 판매하겠다는 취지다. 알뜰주유소는 저가 가격 유지라는 명목으로 휴지, 음료수 등 부가적인 서비스도 지원하지 않는다. 

    현재 전국의 알뜰주유소는 총 1304개가 있으며 관리주체에 따라 석유공사가 관리하는 자영알뜰, 도로공사가 관리하는 EX알뜰, 농협이 관리하는 NH알뜰주유소로 나뉜다. 

    석유공사는 고가판매 알뜰주유소 관리강화를 위해 뒤늦게 올해 7월부터 리터당 5원~15원까지 공급가격을 할증하는 등의 방지대책을 시행하고 있으나, 적발건수는 여전히 줄지 않고 않는 상황이다.

    가짜 석유 판매, 품질 부적합 등 위반 행위도 이어지고 있다.

    2017년 이후 현재까지 자영 알뜰주유소 중에서 가짜 석유 판매 적발건수는 21건, 품질 부적합 53건, 등유 불법 주유 12건, 정량미달 19건, 유통질서 저해행위 위반이 38건 등으로 나타났다.

    구자근 의원은 "고유가 시대에 일반 시중보다 비싼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는 알뜰주유소에 대한 석유공사 측의 솜방망이 제재로 인해 고가판매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며 "도로공사와 농협에서 운영하고 있는 알뜰주유소에 대해서도 관리를 강화하는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근 고유가에도 알뜰주유소 사업의 구조적 문제로 석유공사가 적자를 보고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홍정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측이 석유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석유공사의 알뜰주유소 사업은 84억원 적자로 지난해(235억원 흑자)보다 319억 감소했다. 

    홍 의원은 석유공사가 정유사로부터 석유를 비싸게 사서 알뜰주유소에 싸게 공급하는 구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가령 이번 달 유가 전망치가 50원이면 월초에 석유공사는 정유사로부터 석유를 50원에 사와 같은 가격에 알뜰주유소에 공급한다. 그러나 월말에 그달 평균가격이 100원이면 석유공사는 알뜰주유소에 추가로 50원을 지급한다. 유가 급등 국면에선 석유공사가 더 큰 손실을 보는 구조다.

    이에 알뜰주유소 정책을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가 알뜰주유소에 한정해 인센티브 등을 지원하고 있어 불공정 경쟁만 유발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문식 한국주유소운영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석유공사라는 공기업이 국민 세금을 걷어서 알뜰주유소에 유류를 공급하는 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본다"며 "특정 개인 사업자인 알뜰주유소에 혜택을 주는 것은 불공정한 관행이고, 정부의 명백한 시장 개입"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알뜰주유소는 주로 고속도로와 국도변에 위치해 있어 특정 사람만 혜택을 보고 있다"며 "대중이 원활히 찾을 수 있는 도심에는 거의 없어 실질적으로 서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가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