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 화재 계기 독점 폐해 부각, 입법 재조명정부 '자율규제' 기조 흔들, 여당 입장 '신중'전문가들 "불공정거래와 독과점 남용 본질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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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데이터센터 화재 사고로 플랫폼 규제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이하 온플법)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해당 법안 도입을 둘러싼 정부와 업계의 이해관계자들간 찬반 주장이 한창이다. 

    법안은 플랫폼 업체들의 생태계 위축·역차별 우려로 인한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국회에 계류됐다. 윤석열 정부가 자율규제를 내세우면서 논의는 잠잠해졌지만, 야당은 올해 정기국회 민생입법 과제 중 하나로 선정해 연내 처리를 목표로 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8월 민간 차원의 플랫폼 자율규제 기구를 출범하며 온플법과 거리를 뒀으나, 데이터센터 화재 이후 다시 주목받는 모습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카카오 먹통’ 사태에 규제가 필요함을 언급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윤 대통령은 "자유시장경제를 중시하지만 독점 상태에서 시장이 왜곡되거나 국가 기반 인프라와 같은 수준이 되면 제도적 개입이 필요하다"며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서 검토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후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윤 대통령에게 ‘플랫폼 독과점에 특화된 제도 개선 및 법 집행 강화 방안’을 대면 보고하기도 했다.

    시민단체와 중소기업계에서도 서비스 장애와 독과점 논란을 계기로 온플법 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는 정부가 자율규제 정책을 폐기하고 플랫폼 반독점을 위한 입법 논의에 나설 것을 요청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온라인 플랫폼 입점 소상공인의 20%가 플랫폼의 과도한 수수료, 광고료, 책임 전가 문제 등 불공정 거래를 경험했다"고 호소했다.

    온플법은 플랫폼 사업자와 입점 업체 간 불공정거래를 막기 위한 법으로, 공정위 주도로 발의됐다. 법안 취지는 알고리즘 순위 조작이나 과도한 수수료 부과 등 온라인 쇼핑 이해관계자들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함으로, 위반하면 과징금도 부과할 수 있다.

    법안 내용은 계약서 작성·교부 의무 부과가 중점으로, 계약서상 ▲계약기간과 서비스 내용 ▲상품의 플랫폼 노출 기준 ▲계약내용변경 시 사전통지 의무 등을 명시토록 했다. 입점 업체에 대한 구매 강제와 경영간섭, 부당한 손해 전가 등 불공정행위에 대한 규제도 포함됐다. 해외 기업도 적용 대상이며, 중개수익 1000억원 이상 또는 중개 거래금액 1조원 이상인 플랫폼으로 규제 대상을 한정했다.

    한편, 데이터센터법은 이번 화재를 계기로 여야 의원들이 방송통신발전기본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세부 입법 내용은 차이가 있지만, 비상사태에 대비해 민간 데이터센터를 방송통신시설처럼 국가재난관리시설로 지정해 정부가 관리하는 내용이 골자다. 2020년 같은 취지의 법안을 추진할 당시 중복규제와 기업 기밀 유출 등을 우려한 반대로 좌초된 바 있다.

    이번에는 화재로 인한 피해 규모가 커 기업들이 반대에 나서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법안 내용을 살펴보면 재난 사태가 발생했을 때 사업자는 정부에 관련 보고를 제출하고, 법 위반 사실이 밝혀지면 매출의 최대 3%에 해당하는 벌금을 내야 한다. 이번 사태로 추가한 개정안에는 데이터센터 운영 사업자뿐만 아니라 데이터센터 시설을 임대해 사용하는 민간 플랫폼을 규제 대상에 포함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먹통’ 사태로 발의한 데이터센터법과 앞선 온플법을 별개의 사안으로 다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온플법이 규제하는 입점 업체와 불공정거래에 대한 부분은 데이터센터의 안정성 확보를 위한 법안과 결이 다르다는 설명이다. 플랫폼의 독과점 폐해에 대한 규제는 공정위에서 이미 추진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학계에서는 온플법 논의가 정치적으로 변질돼 건전한 토론의 장이 열리기 어렵다고 피력한다. 학계 관계자는 “온플법 찬반을 두고 의견이 갈리면서 갈등이 일어나는 등 이념 성향을 드러내는 식으로 논의 분위기가 바뀌었다”며 “법에 대한 논의를 이미 넘어서 정치적 영역으로 들어섰다”고 전했다.

    김용희 숭실대 교수는 “민간 영역에서의 규제가 작용이 우선돼야 하는데, 법으로 적용했을 때 변화하는 환경이 법에 계속 부합할 것이냐에 대한 우려는 있다”며 “규제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민간의 계획을 받고 이행을 점검하는 수준에서 규제하는 형태가 바람직해 보인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