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이태원 참사 당일 112 신고 녹취록 공개오후 6시34분 최초 신고 후 사망 사고 전까지 11건 접수윤희근 경찰청장 "철저한 감찰 통해 문제점 찾아낼 것"
  • ▲ 핼러윈을 앞둔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에 인파가 몰려 대규모 압사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경찰이 현장을 통제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핼러윈을 앞둔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에 인파가 몰려 대규모 압사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경찰이 현장을 통제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여기 이태원 메인스트리트 들어가는 길인데요."(신고자), "이태원 메인스트리트요? 네."(경찰관)
    "헤밀턴 호텔 그 골목에 편의점 있잖아요. 지금 사람이 내려올 수 없는데 계속 밀려 올라 오니까 압사당할 것 같아요. 겨우 빠져나왔는데 통제 좀 해주세요."(신고자) 
    "사람들이 교행이 잘 안 되고 밀려서 넘어지고 그러면 큰 사고가 날 것 같다는 거죠?"(경찰관)
    "지금 너무 소름 끼쳐요. 골목이 굉장히 좁은데...(중략) 아무도 통제를 안 해요. 경찰이 좀 서서 통제해서 인구를 좀 뺀 다음에 안으로 들어오게 해 줘야죠. 지금 사람들이 다 쏟아져서 다니고 있거든요."(신고자)
    "알겠습니다. 경찰관이 출동해서 확인해 볼게요."(경찰관)

    지난달 29일 이태원 참사 당일 112에 접수된 첫 신고 내용이다. 신고 시간은 오후 6시 34분. 신고자는 약 4시간 후 압사 사고로 156명이 희생된 그 골목에서 사고 위험을 느끼고 112에 신고했다. 

    1일 경찰은 참사 당일 접수된 112 신고 내용을 공개했다. 첫 압사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진 오후 10시15분 전까지 접수된 11건의 신고 내용이다.

    경찰이 밝힌 두 번째 신고는 오후 8시 9분이었다. 두 번째 신고자 역시 "(사고 장소에서)사람들이 넘어지고 난리가 났다. 다친 사람들도 있다"며 경찰에 출동을 요청했다. 

    이 신고에 이어 오후 8시 33분과 오후 8시 53분, 오후 9시, 오후 9시 2분, 오후 9시 7분, 오후 9시 10분, 오후 9시 51분, 오후 10시, 그리고 사망 사고 직전 마지막 신고인 오후 10시 11분까지. 112신고는 더 짧은 간격으로 접수됐다. 

    오후 10시 11분 마지막 신고는 경찰관에게 정확한 위치를 알려주지 못한 채 신고자의 비명소리와 함께 전화가 끊겼다. 이날 경찰은 11건의 신고 중 단 4건에 대해서만 실제 출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나머지 신고에 대해서는 전화 상담만 하고 현장 확인조차 하지 않은 것이다.

    이처럼 참사가 일어나기 훨씬 전부터 현장에서 이상 조짐을 감지한 시민들의 신고가 잇따랐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경찰의 부실 대응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경찰이 신고 접수 이후 적절한 현장 대응에 나섰다면 참사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란 지적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윤희근 경찰청장은 이날 기자단과 가진 자리에서 "(참사 전에)심각성을 알리는 112신고가 다수 있었던 사실을 확인했다"며 "철저한 감찰 통해 현장 대응 소홀과 범죄 혐의가 발견되면 수사로 전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한 경찰 간부는 기자회견 석상에서 사고 전에 신고를 받았을 당시에는 사고 위험을 감지하기가 어려웠다는 취지의 해명을 했다가 논란을 빚기도 했다.

    해당 간부는 취재진들의 초동대처 미흡에 대한 지적에 대해 "첫 번째 신고의 경우 평상시에 '아, 죽을 것 같다’라고 말하듯이 (신고한 게)아닌가 싶은데. 그 분은 공포심을 느꼈을 지 모르지만 시간대나 장소적으로 최초 신고 땐 사고가 날 정도로 위험해 보이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전조는 (사고 발생)1시간 전부터 있었지만 최초 신고는 6시쯤이어서 상황 판단이 그렇게 이뤄진 것 같다"며 "CC(폐쇄회로)TV 분석과 신고자 인터뷰 등을 통해 얼마나 인파가 있었는지 파악하고, 당일 정확한 상황을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