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마아파트 20억대 무너져…작년 신고가보다 6억↓목동·잠실도 하락거래 속출…이자부담에 매수 저조 대출 완화로는 역부족…재초환·안전진단 완화 관건
  • ▲ 서울 은마아파트 단지 전경.ⓒ 연합뉴스
    ▲ 서울 은마아파트 단지 전경.ⓒ 연합뉴스
    경기불황과 금리인상으로 인한 부동산 한파가 재건축 시장을 덮치고 있다. 

    '은마아파트'라는 개발 호재와 정부의 규제완화 시그널에도 불구하고 집값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일부 단지에서는 억 단위로 떨어지며 적잖은 충격을 주고 있다. 

    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가 19년만에 서울시 정비계획안 심의를 통과하면서 재건축 기대감이 최고조에 달했지만 정작 시장에서는 하락 거래가 속출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통계 결과 은마아파트 전용 76.8㎡는 최근 19억9000만원에 매매계약서를 썼다. 작년 11월 신고가인 26억3500만원보다 6억4500만원이나 떨어진 금액이다. 이 아파트의 같은 면적 가격이 20억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20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은마아파트는 새정부 출범직후 재건축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을 타고 매매가격이 25억원 안팎까지 올랐다. 하지만 이후 금리가 오르고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등 규제 완화가 지지부진해지면서 매수 심리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이런 가운데 재건축 심의가 통과되자 시장에서는 매수세가 회복되고 호가도 다시 뛸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심리적 마지노선인 20억원까지 꺾이게 됐다.

    서울 강남구의 D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선호도가 낮은 저층 거래임을 고려해도 매매가격이 20억원 아래로 떨어지는 것은 예상하기 어려웠다"며 "재건축 심의 통과 이후 매수 문의 전화는 종종 걸려오지만 실제 거래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은마아파트가 서울시 도시계획심의위원회를 통과하기는 했지만 이제 첫 단계로 아직 사업 착수까지는 갈 길이 멀고, 이자 부담까지 상당해 굳이 매수하려는 이는 드물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천구 목동, 송파구 잠실 등 다른 지역 재건축 단지들의 상황도 비슷하다. 양천구 신정동 '목동신시가지14단지' 전용 108.3㎡는 최근 16억원에 거래됐는데, 이는 신고가를 찍은 작년 9월보다 5억5000만원이나 떨어진 금액이다.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전용 81.8㎡도 최근 작년 대비 5억원가량 내린 24억4100만원에 매매계약서를 썼다.

    시장에서는 재건축을 포함한 집값 하락세가 장기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과 서울부동산정보과장 통계를 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2019년 6월 이후 3년 4개월 만에 가장 낮은 75.4로 집계됐다. 또한 지난 9월 서울 아파트 매매는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06년 1월 이후 최저치인 614건에 그쳤다.

    시장 침체가 이어지자 정부는 지난달 26일 대출규제 완화 등의 내용을 담은 비상경제민생회의 후속조치 계획을 발표했지만 매수세를 되살리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발표에서 정부는 규제지역 내 무주택자와 1주택자에 한해 LTV(주택담보대출비율) 한도를 50%로 조정하고,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을 허용하기로 했다. 

    이에 초고가 주택이 몰린 강남권의 매수 심리 회복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됐지만 집값 하락세는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R114의 조사결과 지난주 서울 아파트값은 0.07% 떨어져 지난주와 동일한 하락률을 기록했고, 재건축 단지들도 0.09%의 하락폭을 보였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강남재건축의 바로미터인 은마아파트가 심의를 통과한 것은 주택 공급 확대라는 정부 정책에 부합하는 측면에서 일단 긍정적"이라며 "하지만 자잿값과 금리 인상으로 공사비와 사업비가 늘었고, 재초환과 정밀 안전진단 문제도 남아 있어 서울 전역의 정비사업 촉진과 집값 회복으로는 이어지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