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證 선두 수성했으나 LG엔솔 제외 시 조 단위 대어 전무.미래·한투·NH 등 대형사, 시장 한파 속 주관 순위 대폭 하락.최근 너도나도 IPO 조직 확대…내년 조직개편 시 축소 전망도.
  • 지난해까지 호황을 이어왔던 증권사들의 기업공개(IPO) 주관 실적이 고꾸라졌다. 올 한해 금리 인상 및 증시 환경 악화가 지속되면서 증권사들의 상장 주관 실적 순위에도 변동이 생겼다. 

    이에 최근 몇 년간 IPO 조직을 경쟁적으로 확대했던 증권사들이 올해 말 이뤄질 조직개편에서 어떠한 변화를 보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업계에서는 올해 IPO 부문이 큰 부진을 겪은 만큼 내년에는 부서를 오히려 축소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22일 한국거래소 기업공시채널(KIND)에 따르면 이전상장·코넥스상장·스팩상장을 제외한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총 공모금액은 약 15조8900억원에 달한다. 이는 전년 대비 20% 감소한 수준이다. 

    이 중 12조7500억원의 공모 금액을 기록한 LG에너지솔루션을 제외하면 공모 금액은 3조1400억원대로 줄어든다. 올해 미국발 금리인상에 따른 주식시장 침체가 지속되면서 공모 시장이 얼어붙은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올해는 공모금액 1조원대의 대어급 상장의 부재가 두드러진 한해였다. LG에너지솔루션에 이은 후속 대형 IPO 부재로 증권사들은 전년 대비 확연히 줄어든 상장 주관 실적을 기록했다. 

    실제 올해 공모총액이 1조원을 넘긴 국내 증권사는 KB증권이 유일하다. 회사는 올해 들어 이날까지 총 13조4479억원의 공모 규모를 기록, 증권사 가운데 IPO 주관 실적 1위에 올랐다. 대표주관한 기업 수(공동 대표 포함)는 총 9곳이다. 

    이는 역시 앞서 지난 1월 모건스탠리와 함께 LG에너지솔루션 대표주관을 맡은 영향이다. 전체 주관 실적 가운데 비중이 90%를 웃도는 LG에너지솔루션에 힘입어 지난해 5위권에 머물렀던 상장주관 실적이 훌쩍 뛰어올랐다. 

    다만 LG에너지솔루션 주관사단에 참가한 증권사들이 KB증권 외 다수인 점을 고려하면 공모 규모는 다소 줄어든다. 증권사별 배정물량을 고려했을 때 KB증권의 주관 실적은 약 3조2400억원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KB증권 관계자는 "연초 국내 단독 대표주관회사로 LG엔솔을 성공적으로 상장시키며 연간 IPO 리그테이블 1위 달성을 목전에 두고 있다"라며 "올해 어려운 시장환경에서도 국내 분리막 제조 기업 더블유씨피, KB금융그룹 브랜딩의 KB스타리츠 등 상장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며 IPO 시장 내 입지를 다졌다"고 설명했다. 
  • ▲ LG에너지솔루션 제외 올해 IPO 공모금액 추이 ⓒNH투자증권
    ▲ LG에너지솔루션 제외 올해 IPO 공모금액 추이 ⓒNH투자증권
    이어 신한투자증권이 2위에 올랐다. 회사는 올해 총 5건의 IPO 주관을 맡아 총 6021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해 8위에서 6계단이나 오른 순위다. 

    신한투자증권은 알짜배기 중소형 공모주들을 집중 공략한 점이 주효했다. 실제 회사가 상장을 주관한 5곳 모두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기업이다. 특히 KB증권과 공동 대표 주관을 맡은 더블유씨피로만 4320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IPO 시장 전통 강자로 꼽히는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등은 다소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였다. 

    지난해 각각 1위, 2위 자리에 올랐던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각각 3·4위로 내려앉았다. 양 사의 공모총액은 각각 5532억원(15건), 4158억원(13건)으로 집계됐다.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총 15개 기업을 상장시키며 가장 많은 IPO를 주관했다. 회사는 지난 8월 쏘카 상장 이후 IPO 시장에서 휴지기를 가졌지만, 4분기 들어 큐알티, 제이아이테크, 윤성에프앤씨, 티쓰리엔터테인먼트, 유비온 등의 상장을 연이어 주관하며 막판 스퍼트를 내고 있다. 

    다만 조 단위 대어급 기업이 전무하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상장 예정이던 기업들이 증시 침체를 이유로 잇달아 공모 일정을 철회하거나 연기한 여파다. 실제 미래에셋이 상장 주관사로 이름을 올린 기업 중 현대엔지니어링, CJ올리브영, 이뮨메드 등이 상장을 철회했다. 

    지난 10여 년간 IPO 시장에서 최상위권을 유지해온 NH투자증권 또한 올해는 명성에 비해 부진한 성적표를 내놓고 있다. 지난해 3조7439억원대의 상장 주관 실적을 쌓은 회사는 올해 공모총액이 3219억원에 그치면서 8위로 내려앉았다. 

    NH투자증권 또한 조 단위 몸값이 기대됐던 현대오일뱅크, SK쉴더스, 원스토어 등이 상장을 철회하면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주관을 맡은 교보생명과 컬리, 케이뱅크 등 또한 연내 상장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한편 업계에서는 최근 몇 년간 증권사들이 IPO 관련 조직을 확대하고 인력을 충원한 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IPO 부서가 회사 실적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으나, 올해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IPO 부문 본부장은 "지난 2020년부터 일반투자자 사이에서 공모주 투자 붐이 일어나면서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너도나도 IPO 조직을 확대하고 인력을 늘렸다"며 "내년에는 조직의 규모를 올해보다 다소 축소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최소한 내년에는 IPO 부서 조직 및 인력을 확대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라면서도 "다만 조직개편 및 인사는 그 누구도 섣불리 예상할 수 없는 만큼, 최종 결과가 나와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이와 같은 시장 침체기가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대형사 관계자는 "올해 많은 기업들이 상장을 철회하거나 연기했으나, 힘든 상황에서도 외부 자금 조달이 반드시 필요한 기업들은 공모가를 낮춰가면서도 진행한다"라며 "시장 침체기를 오히려 기회로 보고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