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신용 역대 최대고물가 신용카드로 버텨기타금융 대출 2.8조 급증
  • 서울 시중 은행에 대출금리 안내문 모습ⓒ연합뉴스
    ▲ 서울 시중 은행에 대출금리 안내문 모습ⓒ연합뉴스
    가파른 금리인상에도 가계신용이 1870조원을 넘어섰다.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줄었음에도 신용카드를 비롯한 판매신용이 꾸준히 늘어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2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3분기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잔액은 1870조6000억원으로 2분기 대비 2조2000억원 증가했다. 가계대출은 1756조8000억원으로 3000억원 감소했지만, 판매신용이 113조8000억원으로 2조5000억원 증가해 전체 가계신용 증가세를 이끌었다.

    가계대출 감소는 1분기 8000억원 이후 역대 2번째 감소다. 올해 초부터 기준금리를 1.25%에서 3.0%까지 1.75%p 인상하는 등 고강도 긴축에 따른 시장금리 상승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가계대출 감소세에도 판매신용은 2조5000억원 늘어난 113조8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백화점, 자동차회사 등 판매회사 신용잔액은 1000억원 줄었지만 신용카드 등 여신전문회사 잔액이 112조5000억원으로 2조6000억원 증가했다. 가파른 물가인상에 신용카드 사용액이 증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가계대출 취급 기관별로 보면 예금은행이 2조5000억원 줄어 감소폭이 확대됐고 비은행예금취급기관도 6000억원 줄면서 감소 전환했다. 반면 기타금융기관 대출이 2조8000억원 늘었다. 보험회사와 연금기금, 증권회사 등을 중심으로 증가했다. 박창현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증권사의 신용공여액 감소폭이 크게 줄었고 보험약관대출이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금리인상이 계속되는 가운데 기타금융기관 대출 비중이 커지면서 이자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은행에서 돈을 빌리지 못한 차주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신용대출 금리 상단은 7%를 뚫었고 내년 초 9%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카드·캐피탈사 대출금리는 15%까지 치솟았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가계대출 연간 이자부담액은 올해 9월 52조4000억원에서 내년 연말 67조9000억원으로 늘어난다. 가구당 연간 132만원을 더 부담해야 한다는 얘기다. 2023년 말 연간 이자부담액은 69조8000억원으로 확대된다. 이에 따른 가계대출 연체율도 0.56%에서 1.02%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승석 한경연 부연구위원은 "금리인상에 따른 원리금 상환부담이 한계기업과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이자 폭탄으로 떨어질 것"이라며 "취약차주 부실화 위험이 시스템 리스크로 파급되는 악순환 방지를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