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시즌 맞아 TV 매출 성장했지만… '침통'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비슷하거나 오히려 하락세소비침체, 이사 감소, 경쟁 심화에 위기감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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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하이마트, 전자랜드 등 가전양판점이 TV 가전 최대 성수기로 꼽히는 월드컵 시즌에도 불구하고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TV 매출의 급증에도 불구하고 예년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부진한 소비 침체 때문이다. 

    가전양판 업계는 다양한 할인행사를 통해 월드컵 수요를 흡수하겠다는 포부지만 좀처럼 해법을 내지 못하는 중이다. 

    2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하이마트와 전자랜드는 2022 카타르 월드컵을 맞아 TV 판매 성수기를 맞이하고 있다.

    롯데하이마트의 지난 8일부터 21일까지 직전 2주 대비 TV 매출이 30% 신장했다. 특히 75인치 이상 대형 TV의 매출이 60%에 달하는 등 고가품의 수요가 늘어난 것이 특징. 전자랜드도 1일부터 14일까지 2주간 TV 판매량이 직전 2주 대비 95% 증가했다. 전자랜드는 모니터와 사운드바 등 관련제품의 판매도 각각 42%, 50% 늘었다.

    성장률만 본다면 이전에 없던 파격적 규모다. 지난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당시 롯데하이마트의 TV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8% 늘었고 전자랜드는 전년 동기 대비 13% 성장한 바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착시가 적지 않다. 매출 기준점을 직전 2주가 아닌 전년 동기로 비교하면 롯데하이마트의 매출은 소폭 하락했고 전자랜드는 2% 성장에 그쳤다. 당장 매출이 성장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거의 성장하지 못했거나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업계에서는 월드컵 특수로 매출이 회복되고는 있지만 여전히 전년 수준을 넘어서지 못한 상황에서 월드컵이 종료되면 매출 하락이 더욱 두드러지리라는 우려까지 나온다.

    가전양판점의 이런 부진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가전양판점은 올해 들어 지속적인 매출과 수익성 악화를 겪는 중이다. 

    롯데하이마트의 3분기 누계 매출은 2조602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8% 감소했다. 같은기간 영업손실은 7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적자전환한 바 있다.

    LG전자의 가전 판매점 LG베스트샵을 운영하는 하이프라자도 3분기 누계 매출이 2조93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7% 줄었고 같은 기간 순손실 10억원으로 적자를 이어갔다. 비상장사인 전자랜드는 올해 실적을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최근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실시하는 등 위기가 이어지는 중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당장 월드컵 때문에 TV 매출이 회복되고 있지만 전반적인 부진은 올해 내내 이어지고 있다”며 “‘엔데믹’으로 인해 집에 머무는 시간이 줄어들면서 가전 수요가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가전양판점의 위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금리 상승으로 인해 가계 소득이 전반적으로 줄어드는 만큼 소비여력이 축소되는 반면 물가인상으로 인해 소비심리는 급격하게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집값이 하락세로 전환되면서 거래가 급격하게 줄었다는 점도 가전양판점에 있어서는 악재다. 통상 이사철은 가전업계의 성수기로 꼽힌다. 집 장만, 이사 과정에서 가전을 새로 장만하는 수요가 적지 않아서다.

    반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과거 가전의 비중이 낮던 백화점이 가전 취급을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고 이커머스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온라인 가전 판매도 비중이 늘고 있다.

    가전양판점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3중고를 앓는 셈이다. 업계가 월드컵 특수에도 밝을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업계 관계자는 “비우호적 경영환경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 시기를 잘 견디며 소비가 활성화되는 사이클을 기다리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