政 안전진단 완화 초읽기…1월 중순 시행 목표잇단 대책에도 '매매-전세-경매' 전방위 침체"인상폭 줄어도 금리 안떨어져 불확실성 지속"
  • ▲ 서울 송파구 소재 한 부동산 중개업소. 221202. ⓒ연합뉴스
    ▲ 서울 송파구 소재 한 부동산 중개업소. 221202. ⓒ연합뉴스
    정부가 재건축 사업의 마지막 걸림돌로 꼽히는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 개선안을 이르면 이번 주 발표한다. 규제 완화 효과를 높이기 위해 발표 이후 곧바로 후속 절차를 밟아 내년 1월부터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그러나 시장 기대감은 그리 크지 않다. 고금리 기조가 지속하고 있기 때문에 그 어떤 규제 완화도 연착륙 효과를 내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중론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재건축 안전진단제도는 분양가상한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등과 재건축 사업을 가로막는 '3대 대못'으로 꼽힌다. 앞서 정부는 분양가상한제와 초과이익환수제 개선안을 차례로 내놨고 이번에 마지막 남은 규제를 걷어낼 계획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대책 내용은 거의 마련됐고, 발표 시기를 최종 조율하는 단계"라며 "발표 후 곧바로 20일간 행정예고를 거쳐 내년 1월 중순부터 새 기준을 시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새 안전진단 기준은 법 개정 없이 국토부 시행규칙만 고치면 바로 시행할 수 있다. 늦어도 다음 주 관련 대책이 발표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만 시장 침체가 심해 재건축 시장이 바로 활성화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시장 전망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을 보면 10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총 555건으로, 2006년 실거래가 조사를 시작한 이후 월별 거래량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종로구 아파트 거래량은 10월 한 달간 4건에 그쳤고, 용산구(8건), 광진구(9건), 강북구(10건), 금천구(10건) 등은 거래량이 10건 이하에 그칠 정도로 극심한 거래절벽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매주 집계하는 전국·수도권·서울 아파트값은 지난주 일제히 2012년 5월 시세 조사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서울은 전주 -0.52%에서 지난주 -0.56%로 낙폭이 커졌다. 수도권은 같은 기간 -0.61%에서 -0.69%로, 전국은 -0.50%에서 -0.56%로 내림 폭이 커졌다.

    매수심리를 나타내는 매매 수급지수도 역대 최저치였다. 지난주 서울 아파트 매매 수급지수는 66.7로, 2012년 7월 1주 58.3 이후 약 10년 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전세 시장도 물건이 늘어나는 반면 세입자 찾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지난주 68.5에서 이번 주 66.8을 기록했고, 수도권 전세수급지수도 이번 주 68.5로 떨어지며 지수 70 밑으로 내려왔다. 전셋값도 내림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국(-0.69%), 수도권(-0.95%), 서울(-0.89%) 모두 조사 이래 최대 하락이다.

    부동산 시장의 '선행지표'로 불리는 경매시장도 찬바람이 불긴 마찬가지다. 낙찰가가 떨어지면서 지난달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은 83.6%로, 2020년 3월 83.3% 이후 2년 8개월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특히 낙찰률은 14.2%에 그쳐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대부분 법정이 휴정했던 2020년 3월 10%를 제외하고 역대 최저로 떨어졌다. 거래절벽에 따른 매물 적체와 추가 금리 인상 우려로 인한 매수세 위축이 불패 행진을 이어가던 서울 경매시장마저 위축되게 한 것이다.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은 지난해 상반기부터 7개월 동안 110%를 웃돌며 다섯 차례나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하지만 주택 시장이 얼어붙기 시작한 지난해 11월부터 내림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통계들은 정부가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위해 발표한 각종 규제완화책이 시장에 먹혀들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앞서 정부는 8월 '국민 주거안정 실현방안'부터 지난달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완화, 15억원 초과 아파트 주택담보대출 허용 등의 방안까지 규제완화책을 연달아 내놨지만, 시장에는 냉기만 감돌고 있다.

    시장에서는 금리 인상이 이 모든 규제완화책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면서 그 효과를 무력화시키고 있다고 분석한다. 물가가 치솟으면서 이를 잡기 위한 금리 인상이 지속하는 한 어떤 방안도 큰 효과를 발휘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2020년 8월 연 2.39%를 저점으로 했던 한국은행의 가중평균금리 기준 예금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지난달 4.82%까지 올랐다.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상단이 7%를 넘어섰다.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변동형 주담대 금리 상단은 연 7% 후반(연 7.722%, 12월1일 기준)으로 8% 진입을 눈앞에 뒀다. 신용대출, 전세자금대출 역시 금리 상단이 연 8%에 다다랐다.

    한은은 지난해 8월부터 지난달까지 기준금리를 3.25%p 인상했다. 금리 인상 폭을 지난달 0.25%p로 줄이면서 '속도 조절'을 시사했지만, 시장에서는 시중은행의 대출금리가 내년 초에는 9% 선도 위협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주담대 금리가 8%를 넘어서는 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약 14년 만의 일이다.

    이 때문에 금리 수준 자체가 낮아지지 않는 한 부동산 시장이 크게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중론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매달 내야 하는 원리금 상환액이 크게 변동할 가능성이 있다면 수요자 입장에서는 감당할 자신이 없어진다"며 "금리 상단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에서 일부 부동산 규제 완화가 시장 분위기를 바꾸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긴축 속도를 줄이고 금리 인상 폭을 줄이겠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내년 상반기까지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열려 있는 데다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1% 수준에 머물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경기둔화 가능성이 큰 데다 금리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보니 규제 완화의 효과가 호재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