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트업 수요 끝… 본격화된 수요 침체 실적 발목프리미엄 집중, 반전 노렸지만… 내년까지 이어질 부진에 우려TV사업 수년만에 '적자'… '절치부심' 인사·조직개편 나선 삼성·LG
  • ▲ LG전자 업(UP)가전 라인업 ⓒLG전자
    ▲ LG전자 업(UP)가전 라인업 ⓒLG전자
    올해 가전과 TV업계는 유례없는 불황을 맞아 고전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물가 상승까지 겹치면서 소비자들은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았다. 앞선 2~3년동안 코로나19로 '보복소비(펜트업)' 효과를 봤던 탓에 올해 수요 감소는 더 가파르게 진행됐다.

    가전 수요 감소는 결국 기업의 실적으로 연결됐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올 상반기엔 그럭저럭 성과를 내며 버텼지만 하반기 들어 본격적으로 쪼그라든 시장에 성수기 효과는 커녕 적자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올 초까지만 해도 가전시장은 새롭게 인기몰이를 시작한 맞춤형 가전으로 분위기가 좋았다. 삼성전자에서는 '비스포크'라는 브랜드로, LG전자에선 '오브제컬렉션'으로 맞춤형 가전 트렌드를 이끌면서 지난 3년 간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난 소비자들을 적극 공략하는데 성공했다.

    덕분에 삼성과 LG는 가전사업에서 기를 펴고 적극적으로 프리미엄 라인을 확대하는데 주력했다. 건조기, 식기세척기, 의류관리기 등 이른바 신(新)가전이 가전사업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잡으면서 신발관리기 같은 다양한 신가전을 론칭하며 시장 확대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올 하반기 들어 우려됐던 펜트업 효과가 본격적으로 자취를 감추고 경기침체가 글로벌 시장 전체를 덮치면서 가전업계에도 서릿발이 날리기 시작했다. 사실 서릿발이 날렸다고 하기엔 시장 전반이 급격하게 얼어붙으면서 재고는 쌓이고 그런 가운데도 제품을 팔기 위해 중국 경쟁사들과는 치열하게 경쟁을 해야 하는 이중고에 놓이게 됐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도 가전업계에 결정적 타격을 줬다. 삼성과 LG가 주력으로 삼고 있는 시장 중 하나이자 프리미엄 제품을 중심으로 형성돼있는 시장인 유럽이 이 전쟁으로 쪼그라들면서 믿었던 프리미엄 제품 마저 판매가 쉽지 않게 됐다. 프리미엄 제품은 특히 가전회사들의 수익성을 담당하고 있었다는 점에서도 타격이 컸다.

    지난 3분기에 발표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실적을 보면 가전업계를 덮친 한파가 한 눈에 파악된다. 삼성전자에서 생활가전과 TV사업을 맡는 DX(Divice eXperience) 부문 생활가전(DA)사업부 매출은 14조 7500억 원, 영업이익은 2500억 원이었다. 이는 펜트업 수요가 여전했던 지난해 3분기 보다 매출은 비슷하거나 소폭 늘어난 수준이지만 영업이익이 3분의 1 토막이 나게 되면서 우려를 샀다.

    LG전자에서 생활가전을 맡는 H&A(Home&Appliance)사업본부의 매출은 지난 3분기 7조 4730억 원, 영업이익은 2283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소폭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반토막 수준으로 줄었다.

    생활가전보다 TV사업의 타격이 더 컸던 것도 올해 가전시장의 큰 변화 중 하나였다. TV사업도 생활가전과 마찬가지로 지난 3년 간 펜트업 효과를 누렸던 대표적인 분야였지만 올 하반기 들어 수요가 크게 꺾이면서 수년 만에 적자를 기록할 정도로 상황이 악화됐다. 삼성전자는 TV사업 실적을 따로 공개하지 않지만 HE(Home Entertainment)사업본부를 두고 TV사업 실적을 공개하는 LG전자의 경우 이미 지난 2분기부터 적자를 기록해 3분기까지 2분기 연속 적자로 시름했다.
  • ▲ 삼성전자 모델이 삼성 디지털프라자 서초본점에서 '삼성전자 세일 페스타'를 소개하고 있다. ⓒ삼성전자
    ▲ 삼성전자 모델이 삼성 디지털프라자 서초본점에서 '삼성전자 세일 페스타'를 소개하고 있다. ⓒ삼성전자
    가전과 TV업계의 우울한 분위기는 업계 최대 성수기로 꼽히는 4분기에도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앞선 분기보다는 판매가 확대될 수 있지만 그만큼 업체 간 프로모션이나 마케팅 경쟁이 치열해져 비용 지출도 커질 수 밖에 없어 판 만큼 이득을 얻기 쉽지 않은 건 마찬가지일 것으로 예상된다. 가뜩이나 가전과 TV사업의 수익성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른 상황에서 4분기 블랙프라이데이와 연말 등 성수기 효과를 예년만큼 기대하기란 어려울 전망이다.

    TV업계는 4년에 한번씩 찾아오는 대목인 월드컵 개최 효과도 올해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 월드컵이 예년과 달리 겨울에 개최되며 연말이나 블랙프라이데이 등 연중 최대 규모 할인행사와 맞물려 소비자들이 구매하기 좋은 조건이 많았지만 이 기간에도 최소 100만 원 이상이 드는 새 TV 구매를 결정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이 같은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라는게 업계 전반의 전망이다. 이에 대비해 삼성과 LG가 내년에는 재고를 털고 수익성을 확보하는데 초점을 두고 내부 조직개편과 인사에 심혈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삼성은 올해 가전과 TV사업에서의 부진을 한종희 부회장이 직접 두 사업을 챙기면서 만회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생활가전 사업부장을 맡았던 이재승 전 사장이 지난 10월 사임하면서 공석이 된 자리를 채우는 대신 한 부회장이 진두지휘하며 위기에 빠진 가전사업에서 해법을 마련할 전망이다.

    LG전자는 하드웨어에만 집중했던 기존 가전사업에서 나아가 소프트웨어까지 더해진 개념의 가전을 선보이겠다는 의지로 사업부명에 '솔루션'을 더했다. 기존 키친어플라이언스 사업부를 키친솔루션사업부로, 리빙어플라이언스 사업부를 리빙솔루션사업부로 변경하며 위축된 가전 시장에 '고객경험'을 강조한 새 트렌드를 구축해갈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