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계주공 등 2억~3억원 급락…규제지역해제로 집값반등 기대감 '쑥'인근중개소 "규제해제 발표후 매수문의 늘어…매물 거둬들인 집주인도"주민들 "집값 바닥찍어 오를 일만"…고금리·대출규제로 거래회복 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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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도강(노원·도봉·강북)'과 '금관구(금천·관악·구로)'로 대표되는 서울외곽 부동산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다. 정부의 파격적인 규제완화 조치로 그동안 곤두박질쳤던 집값이 다시 반등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져서다.특히 자기자본이 부족해 대출을 끼고 집을 산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수요가 많고 중저가 노후단지들이 몰려있는 노도강지역은 이번 규제완화의 가장 큰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실제로 노도강내 단지에서는 집주인들이 집값반등에 대한 기대감으로 매물을 거둬들이고 인근 공인중개소에는 매수문의가 증가하는 등 '간보기'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5일 부동산시장 침체로 최근 집값하락폭이 가장 컸던 노원구 일대 시장동향파악을 위해 상계동 상계주공아파트, 월계동 월계시영(미성·미륭·삼호3차) 등 대단지 아파트를 직접 찾았다.단지인근 공인중개소들에 문의한 결과 정부의 규제완화조치 발표후 매수문의가 늘어나는 등 가시적인 변화조짐이 나타나는 분위기다. 다만 금리인상에 따른 이자부담과 대출제한 탓에 실제 거래로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 게 중개업소들 전언이다.이날 가장 먼저 찾은 상계주공아파트는 1980년대후반 순차적으로 준공한 노원구내 대표 재건축단지로 총 16개단지 중 5단지만 안전진단을 통과한 상태다. 재건축이 지지부진한 상황에 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자 해당단지에서는 호가를 수억원 낮춘 하락거래가 속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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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보면 '상계주공 6단지' 전용 58㎡는 지난달 5억7000만원에 매매됐는데 이는 전년 최고가인 9억4000만원보다 3억7000만원이나 빠진 금액이다. '상계주공9단지' 전용 50㎡도 2021년 최고가인 7억8220만원보다 3억원 가까이 떨어진 4억8750만원에 매매계약서를 썼다.
그러나 이번 규제완화로 노도강 영끌족들이 어느정도 숨통을 틀 수 있게 됐다.
상계동 N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작년 하반기이후 매수문의 전화는 꼽을 정도였는데 정부발표후 최근 이틀간 3~4건의 문의전화가 걸려왔다"며 "재작년 '패닉바잉(공황매수)' 시기때와 비교하면 여전히 잠잠한 분위기지만 일단 문의가 있다는 것 자체가 고무적"이라고 설명했다.
같은지역 H중개소 관계자는 "잇따른 금리인상으로 대출이자 부담이 늘고 거래절벽까지 장기화되자 시세보다 수억원 낮은 가격에 매물을 던지듯 내놓는 젊은 집주인들이 많았다"며 "정부발표후 아파트값이 다시 오를 수 있다는 기대감에 일부 집주인은 매물을 거둬들이고 급매물을 찾는 매수전화는 소폭 증가하는 등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
상계주공에 이어 두 번째로 찾은 월계시영 일대 부동산시장도 사정은 비슷했다. 미성·미륭·삼호3차 등 단지 앞글자를 따 '미미삼(총 3930가구)'으로 불리는 이곳은 강북권 최대 재건축단지중 하나로 꼽힌다.상계주공과 마찬가지로 재건축사업 지연과 시장침체라는 악재가 겹치며 매매가격이 큰폭으로 하락했다. 예컨대 '월계시영 미성아파트' 전용 50㎡ 매매가격은 작년 3월 8억2000만원에서 12월 5억8500만원으로 9개월만에 2억3500만원 급락했다.월계동 S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집값이 떨어질 만큼 떨어져 바닥을 찍었으니 이제 오를 일만 남았다는 기대감이 커진 분위기"라며 "최근 임장을 다녀간 손님도 있었던 것을 보면 지난번 안전진단완화 때보다 정책 임팩트는 큰 것 같다"고 말했다.다만 고금리로 인한 이자부담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대출규제가 여전해 실질적인 거래량 회복과 집값 반등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상계동 H중개소 관계자는 "말그대로 '문의'만 있을뿐 실제 거래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며 "다만 호가를 낮춘 급매 위주로 문의가 증가하는 추세라 급매를 시작으로 거래량이 조금씩 늘지 않겠나"라고 기대했다.
이어 "금리인상이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 하반기나 돼야 매매시장이 다시 활기를 띨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