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올 전망 어두워도 '투자-생산량' 조절 계획 고수"삼성 가격 인하 돌입"… 1분기 D램 가격 13~18% 하락 예고마이크론, 생산·투자 줄여도 선두 가격공세 막아내기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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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본격화될 메모리 반도체 시장 다운턴을 앞두고 업계가 재편될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D램 시장에서 1위 삼성전자가 수요 침체가 장기화될 가능성에 대비하고 나서면서 업계 3위 마이크론이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삼성이 D램 생산과 투자를 기존 계획대로 이어가는 동시에 가격 낮추기에 돌입하면 올해 마이크론의 생존이 불투명하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공급과잉 상태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업계 3위 사업자인 마이크론(Micron)이 최악의 한 해를 보내게 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미 마이크론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메모리 시장 다운턴에 대비해 생산을 줄이고 설비투자(CAPEX) 규모도 축소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내놨다. 올해 기준으론 전년 대비 반도체 생산을 20% 줄이고 CAPEX는 30% 이상 축소한다는게 골자다. 이 중 웨이퍼와 팹 장비 관련 지출은 지난해 대비 절반 수준에 불과할 것으로 내다봤다. 새로운 프로세스 노드도 계획보다 지연해 생산에 나선다.

    이렇게 생산량과 투자를 줄여 올해 시장 상황을 버텨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지만 마이크론의 노력은 한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D램 시장 43%를 점유한 1위 삼성이 지난해부터 메모리 생산량이나 CAPEX 등 주요 사업 전략을 기존 계획대로 수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이 이 계획을 그대로 실행에 나설 경우 가뜩이나 넘쳐나는 메모리 재고에 공급량이 더해져 가격은 더 낮아질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업계에선 삼성이 이미 지난 연말부터 D램 가격을 인하할 준비에 나섰다고 본다. 대만 매체 디지타임즈는 최근 보도에서 "삼성이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해 올해 메모리칩 가격 인하를 시작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올해 삼성이 이런 분위기를 주도하게 되면 D램 시장도 그에 따라 움직일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D램익스체인지 등도 올해 1분기에만 D램 가격이 13~18% 수준 떨어질 것이라고 봤는데, 이런 추세가 적어도 상반기까지 이어지고 하반기까지도 D램 가격이 크게 회복에 나서지 못하면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을 수 있는 곳으로 마이크론이 꼽히는 것이다.

    다만 지난해 4분기 어닝쇼크를 기록한 삼성전자가 올해도 공격적으로 D램 가격을 낮추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에도 힘이 실린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4조 3000억 원을 기록하며 분기 기준으로 지난 2014년 3분기 이후 8년 만에 5조 원을 밑돌았는데, 올 1분기까지도 이 같은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소폭이나마 공급량이나 투자 축소에 나설 수 있다고 보는 의견이다.

    올해를 기점으로 메모리 반도체 기술력에서도 격차가 더 벌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생존을 위해 투자와 설비투자를 줄인 2, 3위 업체들이 새로운 공정 노드 진입에서도 늦어질 수 밖에 없는 가운데 삼성은 올해 계획대로 12나노미터(nm) 공정 노드에서 D램 대량 생산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급 노드에서 생산을 앞당길수록 결국 제조 단가를 낮추는 결과로 이어져 1위 삼성은 D램 가격 경쟁력에서 더 앞서게 된다.

    마이크론과 함께 2위 SK하이닉스도 올해 힘든 한 해를 보낼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도 앞서 올해 설비투자를 절반 가량 줄이고 수익성이 낮은 제품을 중심으로 감산할 계획을 밝히면서 메모리 혹한기에 버티기에 돌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