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감 요건 완화했지만, 주요 모델 100만원 차등최대 보조금 받는 차량 현대차·기아 한정“전기차 판도 영향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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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기차 보조금이 국산차 위주로 혜택이 돌아가면서 수입차 브랜드에 불리하게 개편됐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환경부는 지난 2일 올해 전기차 구매 보조금 개편안을 발표했다. 

    승용차 기준 올해 최대 보조금액은 지난해보다 20만원 줄어든 680만원으로, 혜택은 줄이되 지원 범위를 늘리는 정책 기조는 지난해에 이어 유지됐다. 구매 보조금 전액 지원 상한선을 5700만원으로 200만원 인상하고, 보조금 지원물량은 전년 대비 약 31% 늘어났다.

    환경부는 앞서 제시한 전기차 보조금 개편안에 직영 서비스센터 요건을 포함시켜 수입차 브랜드의 반발을 샀다. 벤츠와 BMW 등 주요 수입차 브랜드는 협력업체를 통해 서비스센터를 운영하기 때문에 보조금이 50%까지 삭감될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이에 지난해 1월 중순에 발표했던 전기차 보조금 개편안은 업계에서 조율을 거치며 발표가 미뤄졌다.

    최종안에 담긴 직영 서비스센터 요건은 성능보조금에 10% 간격으로 차등을 두는 형태가 적용됐다. 최대 500만원 성능보조금에서 직영 서비스센터를 운영하면 전액을, 협력업체를 통해 운영하면 90%를 적용하는 방식이다. 서비스센터를 운영하더라도 전산시스템이 없으면 3등급으로 분류해 80%만 지급한다.

    충전인프라 보조금과 혁신기술 보조금도 차별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최근 3년 내 급속충전기 100기 이상을 설치한 제작사 제품에 보조금 20만원을 추가로 지원하는데, 이를 충족하는 수입 브랜드는 테슬라와 BMW 정도다. 혁신기술보조금은 전기차가 외부 전자제품이 전력을 공급하는 V2L(Vehicle to Load) 기능을 탑재한 차에 지원하며, 국내 판매 전기차 중 해당 기능을 탑재한 차량은 현대차그룹의 차량이 유일하다.

    수입차 브랜드는 성능보조금에서 50만원, 충전인프라 보조금과 혁신기술보조금 등을 제외하면 90만원 가량 보조금을 받을 수 없게 된 상황이다. 상온대비 저온주행거리 효율 등 성능조건 등을 추가로 고려하면 받을 수 있는 보조금 액수는 더 적어질 수도 있다.

    이는 전액 보조금 지원 모델로 인기를 끈 폴스타의 폴스타2나 폭스바겐 ID.4 등 모델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는 그동안 적극적인 보조금 정책 추진으로 누적 40만2000대를 보급했으며, 연간 보급대수 중 약 70% 이상이 5500만원 이상 보급형 차량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전액 지원기준을 충족해 591만원의 보조금을 받은 폴스타2 싱글모터 모델은 현재 환경부 보조금 지침에 따라 100만원 가량 줄어든 488만원을 받게 됐다. ID.4도 지난해 651만원을 받았으나, 올해 560만원으로 90만원 가량 낙폭이 예상된다.

    반면 현대차 아이오닉5·6와 기아 EV6, 니로 EV 등 주요 판매 모델은 보조금 전액 680만원을 받게 됐다. 성능보조금 500만원과 보급목표이행보조금 140만원, 충전인프라보조금·혁신기술보조금 각 20만원을 포함한 액수다.

    환경부는 9일까지 받은 자료를 바탕으로 추후 보조금 액수를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제작사가 직접 정비인력을 교육하면 협력업체 서비스센터라도 직영 서비스센터로 인정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서는 수입차 업체들이 정비인력을 교육한 실적 등을 담은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이와 같은 수입 브랜드 차별 정책은 미국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등 주요 국가가 자국 전기차를 우대하는 정책을 내놓는 추세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해외에서 전기차 보조금 차별 정책을 적극적으로 시행하면서 국내에서도 자국 산업을 보호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전문가들은 수입차 보조금이 전체적으로 줄어들면서 전기차 판도에 영향을 줄거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이번 전기차 보조금 개편안은 글로벌 기준에서 어긋나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안으로 팔이 굽는 방법을 고민한 결과”라며 “국산차에 유리하게끔 보조금이 책정돼 차종에 따라 적지 않은 금액 차이가 나는 만큼 판도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