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의료원 도입 중입자가속기… 올 상반기 내 가동 확정적허가·고시 절차 완료 후 고정형 빔 치료 시작 도입 초기 고가 비용 우려에… 중장기 관점서 제도권 편입 중요선발주자 역할 수행 책임감… 후발주자 대거 진입 '오히려 긍정적'
  • ▲ 이익재 연세의료원 중입자치료센터장. ⓒ연세의료원
    ▲ 이익재 연세의료원 중입자치료센터장. ⓒ연세의료원
    올 상반기 꿈의 암 치료로 불리는 중입자가속기 시대가 열린다. 그 전과 후가 명확하게 갈리는 패러다임 전환을 의미하기에 이목이 쏠린다. 기대가 커질수록 책임자의 무게감은 늘어나기 마련. 밤낮없는 고민과 쉴 틈 없는 회의로 검증을 거쳐 몇 달 남지 않은 새로운 역사를 준비한다. 

    최근 본보와 만난 이익재 연세의료원 중입자치료센터장(방사선종양학과)은 “주변에서 1호 환자를 선정했냐는 질문을 많이 받고 있는데 아직 고민 중이며, 분명한 것은 전립선암 환자를 대상으로 중입자가속기가 첫 가동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 시기는 조율 중이다. 이번 주(2월 셋째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운영 계획서를 제출할 계획으로 내달 허가를 받은 후 보건복지부 고시까지 이어져야 본격적인 치료가 가능해진다. 

    현재 중입자치료센터 소속 의료진들은 일본 도시바 측과 관련 내용을 공유하며 안전성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연세의료원이 도입한 중입자가속기는 현재 관련 분야 선두인 도시바 제품이다.

    이 센터장은 “상반기 내 전립선암 치료가 시작된 후 올해 안으로 혈액암을 제외한 모든 고형암을 대상으로 중입자가속기 활용의 근거를 만들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췌장암, 폐암, 간암 등 여러 고형암에서 생존율을 높이는 것은 물론 골·연부조직 육종, 척삭종, 악성 흑색종 등의 희귀암의 치료에도 그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며 “암 치료의 패러다임 전환을 이끌어내야 하는 책임감이 부여됐으니 이에 부합하는 결과로 증명하겠다”고 다짐했다. 

    중입자치료센터에 설치된 중입자 치료기는 고정형 빔 1대와 회전형 빔 2대 등 총 3대다. 가동 막바지에 접어든 고정형 빔은 우선 전립선암 치료에 활용한다. 회전형 빔 1대는 올해 안에 완료하고 나머지 1대는 내년까지 완료하겠다는 일정을 잡고 있다.
     
    중입자치료는 가속기 싱크로트론이 탄소원자를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한 뒤 고정형 또는 회전형 치료기를 통해 에너지빔을 환자의 암세포에만 정밀하게 조사하는 것이다. 중입자치료는 국내 병원이 현재 운용 중인 기존 방사선치료와 양성자치료보다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 
  • ▲ 중입자치료센터 내 설치된 중입자가속기. ⓒ연세의료원
    ▲ 중입자치료센터 내 설치된 중입자가속기. ⓒ연세의료원
    ◆ 암종별 또는 난이도별 가격 책정 ‘고심’… 제도권 진입 숙제 

    역시나 문제는 돈이다.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최소 5000만원 이상으로 가격대가 형성될 전망으로 경제적 수준에 따른 의료격차를 드러낸다는 비판의 대상이 될 여지가 있다. 실제 본격 가동에 앞서 발생하는 고민 중 하나다. 

    이 센터장은 “원가분석을 통해 다양한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암종별로 구분해 가격을 형성할지, 치료 난이도에 따른 등급을 매겨 구분할지 계속되는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며 “첫 도입이기에 (비급여 가격 설정에)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도입 초기 고가의 비용을 해결할 방법은 그리 많지 않지만 중장기적으로 제도권 편입이 대안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중입자치료 경험이 쌓인 선험국으로 분류되는 일본의 경우에는 급여대상으로 속해 본인부담이 안정적인 상태”라며 “우리도 차차 건강보험에서 보장되는 형태로 바뀐다면 더 많은 암 환자가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 속 급여 대상이 되려면 타 치료 대비 명확한 치료성과와 효과를 입증하는 것이 숙제다. 본격 가동이 되기도 전이라 너무 먼 얘기일 수도 있지만 새 치료법을 도입한 기관이 가져야 할 사회적 책임으로도 읽히는 대목이다. 

    연세의료원을 시작으로 몇 년 후 서울대병원이 부산 기장군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인근에서 중입자센터를 운영할 계획이다. 서울아산병원도 중입자가속기 도입에 대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제주도와 세종시 차원에서도 중입자가속기 도입이 추진되고 있다. 

    경쟁적으로 이뤄지는 중입자가속기 국내 시장의 판도 변화와 관련 선발주자의 입장에서 긍정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 센터장은 “다양한 곳에서 많은 사례를 쌓아 발전해 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라며 “(앞서 언급한) 제도권 진입을 위해서라도 이러한 움직임이 변화를 만들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