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배터리 2050년 600조원대 급성장…재사용or재활용 ESG로 수요증가 中40곳 폐배터리 회수거점 설치…美 폐배터리 R&D에 2050만달러 투자 해외거점·기술개발 확보…폐배터리 안전성 정립 정부정책 및 지원 간절
  • ▲ SK에코플랜트 사옥. ⓒSK에코플랜트
    ▲ SK에코플랜트 사옥. ⓒSK에코플랜트
    SK에코플랜트가 자회사 테스를 앞세워 폐배터리 재활용시장 강자로 부상하고 있다. 전기차 공급증가로 폐배터리시장의 빠른 확대가 예상되는 가운데 공격적 투자로 동남아시아와 유럽, 미국내 거점을 확보하며 시장지배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다만 향후 시장상황은 녹록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직 '절대강자'가 출현하지 않은 가운데 막강한 자본과 정부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미국·EU 배터리업체들이 잇따라 진출을 예고하고 있어 이에 대응한 기술고도화 등 경쟁력 확보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규모는 2025년 3조원대에서 2050년 600조원대로 급격한 성장이 예상된다.

    폐배터리 재활용에 주목하는 이유는 경제성이다. 전기차에서 떼어낸 폐배터리는 크게 '재사용'과 '재활용' 방식으로 처리된다. 잔존수명이 많은 배터리는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다른 용도로 재사용하고 그러지 않으면 리튬·니켈·코발트 등 희소금속을 추출해 재활용한다.

    재활용 경우 니켈이나 리튬 등 희소금속 해외수입 의존도를 낮출 수 있고 천연광물 상태보다 정제비용이 절감돼 경제성 높은 분야로 주목받고 있다. 

    폐배터리업계 한 관계자는 "현시점에서는 폐배터리 수거율이 현저하게 낮아 수익증대 효과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편"이라면서도 "추후 전기차가 대중화되고 정부 정책지원이 더해지면 사업성이 빠르게 높아질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동안 전기·전자폐기물 재활용 비율이 20%에도 못 미쳐 자원낭비와 환경오염으로 이어졌던 상황을 고려하면 폐배터리 재활용은 친환경 및 ESG경영 강화와 연결돼 관련업계의 수요가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폐배터리 재활용시장은 점유율 경쟁이 본격화되지 않은 무풍지대로 3년내 글로벌기업간 '깃발꽂기'가 치열한 상황이다. 

    건설업계중에선 SK에코플랜트가 테스 인수를 통해 해외거점을 확보하며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상황이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해 2월 글로벌 전기·전자폐기물기업 테스를 1조2000억원에 인수하며 폐배터리 재활용시장에 첫발을 디뎠다.

    테스 강점으로는 폭넓은 글로벌 네트워크가 꼽힌다. 현재 전세계 22개국에 44개 거점을 보유중이며 미국·영국·독일·중국·싱가포르 5개국을 핵심거점으로 두고 있다.

    하지만 테스를 앞세운 SK에코플랜트 시장우위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특히 중국 배터리업체들은 자국내 풍부한 배터리물량과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까지 더해져 추후 강력한 경쟁자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자동차배터리산업혁신연맹 통계를 보면 중국내 전기차 배터리 탑재량은 2017년 36.4GWh에서 2022년 294.6GWh로 5년만에 8배 넘게 증가했다. 현재 중국 배터리업계는 내수시장에 집중하고 있지만 늦어도 3년이내 해외시장에 본격 진출할 것으로 점쳐진다. 

    중국 자동차기술연수센터에 따르면 중국 폐배터리 규모는 2021년 32만톤에서 2025년 78만톤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1위 배터리회사인 중국 CATL은 6조원을 투자해 후베이성에 대규모 폐배터리 재활용시설을 건립하는 등 자국내 인프라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와 별개로 독일 자동차부품사인 ZF그룹과 화학사 바사프, 벤츠 등 완성차기업과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폐배터리 물량 확보에도 나섰다.

    중국 배터리 회수·처리기업 거린메이는 200여개 완성업체와 폐배터리 회수·처리를 위한 협약을 체결했고 배터리업체 BYD는 자국내에 40개에 이르는 폐배터리 회수거점을 설치했다.

    배터리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중국 배터리업체들이 내수시장 확보에 주력했다면 다수 폐배터리 물량이 확보되는 2025년부터는 해외시장 진출을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다"며 "폐배터리 재활용 기술력을 높이기 위해 '생산자책임제'를 시행하고 폐배터리 희귀소재 회수율의 목표치를 설정하는 등 정부의 정책지원이 더해져 추후 시장지배력을 빠르게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미국도 폐배터리 재활용 관련 R&D투자를 늘리고 있다. 최근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연방정부 차원에서 배터리 재활용 인프라구축에 2050만달러를 투자하고 전기차·배터리기업에 31억달러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EU는 이달중 폐배터리 재활용 의무요건을 부여하는 내용의 핵심원자재법(CRMA)을 발표할 예정이다. 지난해 3월에는 폐배터리 회수율 목표를 높이는 내용의 '지속가능 배터리법 수정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 ▲ SK에코플랜트 자회사 테스가 최근 준공한 라스베이거스 공장. ⓒSK에코플랜트
    ▲ SK에코플랜트 자회사 테스가 최근 준공한 라스베이거스 공장. ⓒSK에코플랜트
    SK에코플랜트와 테스는 글로벌기업 도전에 맞서 해외거점을 추가로 늘리며 '내성'을 키우고 있다.

    테스는 최근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 약 3700㎡ 규모  ITAD(IT자산처분서비스) 전용공장을 준공하고 운영에 돌입했다. 워싱턴주 시애틀과 조지아주 애틀랜타, 버지니아주 프레드릭스버그에 이은 테스 4번째 미국거점이다.

    이 공장은 폐기된 IT기기 정보를 제거하는 ITAD작업과 함께 폐배터리 확보를 위한 거점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공장이 위치한 네바다주는 전기차기업 테슬라가 36억달러 규모 생산시설 건립을 추진하는 등 '배터리 허브'로 부상이 예상되는 곳이다. 이에 회사 측은 준공한 공장이 미국 서남부지역의 폐배터리 물량을 수집하는 전초기지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은 SK에코플랜트가 가장 공을 들이는 시장중 하나다. 지난해 8월 674억원을 투자해 미국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혁신기업인 '어센드 엘리먼츠'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어센드 엘리먼츠는 폐배터리를 활용한 금속추출 공정을 간소화하는 기술력을 갖춰 추후 원가경쟁력을 높이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기존 선점시장인 동남아에서는 폐배터리 추가물량 확보를 목표로 태국 SCG인터내셔널과 손잡았다. 태국에서는 기존에 주력했던 '재활용'외 수명이 다한 폐배터리를 다시 ESS로 재탄생시키는 '재사용' 모델적용을 검토하며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테스 전·후처리 기술력도 핵심경쟁력으로 꼽힌다. 테스는 폐배터리를 물리적으로 파쇄하는 전처리, 화학적으로 희소소재를 추출하는 후처리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기존에는 폐배터리를 파쇄한뒤 불로 가열하는 건식공정이 주를 이뤘는데 탄소가 배출되고 원재료 회수율이 떨어지는게 단점"이라며 "반면 테스 습식공정 후처리는 탄소배출이 없고 원재료 회수율이 건식보다 높다"고 설명했다.

    배터리업계 또다른 관계자는 "폐배터리 재활용시장내 경쟁력은 물량확보와 기술력에 의해 좌우될 것"이라며 "해외거점 확보와 기술개발이라는 '투트랙' 전략에 더해 폐배터리 잔여성능이나 안전성 관련 기준을 정립하는 등 정부의 정책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공격적인 투자와 인수합병으로 SK에코플랜트 재무부담이 가중되고 있어 폐배터리 재활용사업은 '시간싸움'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홍석준 한국신용평가 실장은  "환경사업은 진입장벽이 높은 특성상 수익구조가 안정돼 있고 계열사 폐리물처리 수요를 흡수하는 등 추가적인 시너지창출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다만 기업인수 등 투자로 차입규모가 늘어 기업신용도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