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부 "예금보증" 진화"확산 우려 진정… 필요시 시장안정화 조치"빅스텝 제동 기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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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실리콘밸리뱅크(SVB)의 파산 사태가 국내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다행히 미국 정부가 SVB 고객 예금을 보험 한도와 관계 없이 전액 보증하기로 결정하면서 일단 국내 금융시장은 크게 동요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 연준의 급격한 금리인상이 이번 사태의 핵심 배경으로 지목되면서 '빅스텝' 우려가 줄어들어 국내 금융시장에 오히려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란 기대감마저 형성되고 있다.

    다만, 기업들의 자금사정 악화가 금융권으로 전이되고 있고, 또다른 '뱅크런' 사태를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만큼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는 신중론도 힘을 얻고 있다.

    한국은행은 13일 오전 이승헌 부총재 주재로 '시장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SVB 사태 이후 국제금융시장 상황과 국내 금융‧외환시장에 미칠 영향을 점검했다.

    이 부총재는 앞서 지난 12일 열린 '거시경제․금융현안 관련 정례 간담회'에서도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 등과 함께 SVB 사태를 집중 점검한 바 있다.

    회의 후 경제금융당국 책임자들이 시장에 보낸 메시지는 크게 3가지. △사태가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시스템 리스크로 번질 가능성은 낮다 △24시간 모니터링 하며 필요시 신속 대응하겠다 등이었다.

    이 부총재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은행들의 건전성이 개선되어 온 점, 미 재무부‧연준‧FDIC가 예금자 전면 보호조치를 즉각적으로 시행한 점 등을 고려할 때 현재로서는 SVB, Signature Bank 폐쇄 등이 은행 등 금융권 전반의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번 사태가 투자심리에 미치는 영향, 14일 있을 미 CPI 발표 결과 등에 따라서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며 "이번 사태가 국내 금리‧주가‧환율 등 가격변수와 자본유출입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필요시 적절한 시장안정화 조치를 취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미국 재무부와 연준,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국내 금융시장 개장 전인 이날 오전 8시경 "고객이 SVB에 맡긴 돈을 보험 한도와 상관 없이 전액 보증하기로 했다"는 내용의 공동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이날 오전 주식, 외환, 채권 등 국내 금융시장은 '13일의 월요일' 우려와 달리 크게 동요하지 않는 모습으로 개장했다.

    금융권의 분석에 따르면 이번 사태의 원인은 미 연준의 급격한 금리인상에 기인한 바 크다. 주로 실리콘밸리 스타트업들에게 자금을 지원해 온 SVB는 수신자금을 최고 안전자산인 미 국채 장기물로 주로 운용해 왔다. 하지만 급격한 금리인상 여파로 수익률이 급감했고, 이는 예상치 못한 재무구조 악화로 이어졌다. SVB의 대규모 증자가 불가피하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스타트업 고객들은 불안감에 너도나도 예금인출에 나섰다. '뱅크런'이 발생한 것이다.

    이런 배경으로 미국의 급격한 금리인상 행보에 제동이 걸릴 것이란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최근 발표된 미국의 여러 경제지표가 연준의 '빅스텝' 가능성을 높여왔는데, SVB 사태로 최소 '베이비스텝', 또는 동결까지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는 것. 이럴 경우 지난달 기준금리를 동결한 한국은행도 추가 금리인상 압박에서 다소 벗어날 여지가 생긴다.

    다만 제2, 제3의 SVB 사태에 대한 시장의 우려는 여전한 분위기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전 세계적으로 천문학적인 돈이 시장에 풀렸고, 이를 되감는 과정에서 국내외 할 것 없이 상당수 기업들이 자금 사정에 곤란을 겪고 있다. 시장에 거품이 제거되는 과정에서 기업들의 고통이 커지고 있고, 이런 고통이 은행 등 금융권으로 전이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시각이다.

    이와 관련, 국제금융센터는 보고서에서 "이번 사태는 자금조달과 투자가 편중된 일부 은행만의 문제일 수 있다"면서도 "경제 및 금융 불확실성이 재차 확대될 가능성이 큰 만큼 구조적으로 취약한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신뢰도 문제가 산발적으로 재발할 수 있음에 유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