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미래운용 합산 ETF 점유율 매년 증가세…80% 육박같은 기간 후발 운용사 고군분투…점유율 확대 지지부진브랜드파워 제고 시급…운용사별 차별점·특성화 전략 필요
  • ▲ 삼성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사옥 전경 ⓒ
    ▲ 삼성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사옥 전경 ⓒ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순자산이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는 가운데 2대 자산운용사와 나머지 운용사와의 격차가 뚜렷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ETF 시장의 양분화 현상이 투자자들에 좋은 현상이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국내 ETF 순자산총액은 89조654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삼성자산운용의 ETF 순자산총액은 37조7117억원으로 전체 42.1%를, 미래에셋자산운용은 33조8858억원으로 37.8%를 차지한다. 두 운용사의 ETF 자산 규모를 합하면 시장 점유율은 79.9%에 달한다.

    두 자산운용사의 합산 점유율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 2019년 말 삼성·미래에셋운용의 ETF 시장 점유율은 76.8%로 ▲2020년 말 77.3% ▲2021년 말 78% ▲2022년 말 79.7% 등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점유율 1위를 목표로 한 양사의 선의적 경쟁이 과점체제를 확고하게 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2019년 말부터 지난해 말까지 3년간 미래에셋운용은 12.8%포인트의 점유율을 높였다. 같은 기간 삼성운용은 점유율이 9.9%포인트 감소했지만 심기일전을 통해 올해 들어 다시 점유율을 조금씩 높여가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임원은 "삼성운용과 미래운용의 1위 싸움이 말 그대로 점입가경의 양상"이라며 "이들은 빠른 시장 선점과 더불어 인력 확장, 계열사의 적극적인 지원 등을 통해 양강 체제를 공고히 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미래에셋운용이 지난 3년간 삼성운용의 뒤를 바짝 쫓아오면서 격차가 줄어든 점이 삼성운용의 발등에 불이 떨어지게 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올해 이들의 경쟁은 더욱 첨예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하위 ETF 운용사의 성적은 녹록지 않다. 이들은 삼성운용과 미래에셋운용의 1위 싸움에 좀처럼 기를 펴지 못하는 모습이다.

    ETF 사업에 힘을 싣고 있는 KB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NH아문디자산운용, 키움투자자산운용, 한화자산운용, 신한자산운용 등은 시장이 급격히 성장한 지난 3년여간 순자산을 꾸준히 늘렸다. 그러나 점유율 측면에서 꾸준한 성장세를 기록한 곳은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하위 운용사들이 선두주자들을 쉽게 따라가지 못하는 점에 대해선 상대적으로 약한 브랜드파워가 꼽힌다. 

    또 다른 운용사 임원은 "삼성운용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ETF 시장의 포문을 열며 KODEX의 신뢰를 투자자에게 심어줬다"라며 "미래에셋운용의 경우 ETF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기에 맞춰 글로벌 시장을 공략, TIGER 브랜드의 이미지를 굳힌 점이 주요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같은 기간 하위 운용사들은 다소 늦게 시장에 진입하거나 자신들만의 특색을 드러내지 못했다"라며 "브랜드파워가 삼성·미래에 비해 약한 것이 사실이며 최근 운용사별로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소수 운용사의 시장 독과점이 이어질 경우 투자자에게도 손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관계자는 "금융시장에서 일부의 독과점 체제가 오랫동안 지속되면 시장 전체의 정체를 불러올 수 있다"라며 "이에 하위 운용사들은 그들만의 차별성과 희소성을 살린 상품을 선보여 상위 운용사들의 양강 체제에 조금이라도 금을 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삼성운용과 미래에셋운용의 경우 각각 ETF 시장의 태동기와 성장기에 계열사들의 엄청난 지원을 받으며 사업을 키웠다"라며 "하위 운용사들도 지주·증권 등 계열사와의 협업·지원을 통해 확장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