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치, 韓경제 성장률 '유지'… 中리오프닝 효과 '제한적'"수출 상반기까지 부진"… 1월 상품수지 -74.6억불, 4개월째 적자작년 4분기 GDP -0.4%… 재고 기여도 -0.3%, 생산↓·고용↓ 우려
  • 경기 둔화.ⓒ연합뉴스
    ▲ 경기 둔화.ⓒ연합뉴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가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1.2%에 그칠 거로 내다봤다. 종전 전망치를 그대로 유지했다.

    올해 1%대 저성장이 예상되는 가운데 쌓이는 재고가 성장의 발목을 잡는 골칫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피치는 지난 13일 발표한 자료에서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2%로 제시했다. 지난해 12월 내놓은 전망치와 같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1.7%)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1.8%), 아시아개발은행(ADB·1.5%) 등 해외 주요 기관은 물론 우리 정부(1.6%)의 전망치를 밑도는 수준이다.

    피치는 세계 경제 둔화와 고금리, 고물가 여파로 우리 경제가 성장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했다. 설상가상 우리 경제가 '상저하고'(上低下高) 흐름을 타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됐던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가 서비스 중심의 중국 내수 회복에 제한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됐다.

    피치는 특히 반도체를 비롯한 수출 부진을 올 상반기 우리 경제가 이겨내야 할 과제로 꼽았다. 지난 13일 관세청이 내놓은 이달 1~10일 수출입실적(잠정치)을 보면 수출액은 157억9100만 달러로, 1년 전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16.2% 감소했다. 반면 수입액은 207억86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2.7% 늘었다. 무역수지는 49억95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품목별로 보면 반도체 수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1.2% 급감하는 등 7개월 연속 내림세를 보였다.

    수출 효자품목인 반도체 부진은 상품수지 악화로 이어진다. 지난 1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국제수지(잠정통계)를 보면 1월 상품수지는 74억6000만 달러 적자를 냈다. 4개월 연속 적자다. 1년 전 상품수지가 15억4000만 달러 흑자였던 점을 고려하면 감소 폭은 90억 달러에 달한다. 역대 최대 규모 감소다.
  • 수출.ⓒ연합뉴스
    ▲ 수출.ⓒ연합뉴스
    문제는 반도체 등 제조업의 재고가 점점 쌓이고 있다는 점이다. 산업통상자원부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올 1월 반도체 재고율은 265.7%로 나타났다. 1997년 3월(288.7%) 이후 25년 10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반도체 한파가 길어지면 한국의 경제 회복이 더뎌질 수밖에 없어 산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통계청의 1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우리 제조업의 재고율(재고/출하 비율)은 120.0%로 1년 전과 비교해 2.2%포인트(p) 올랐다. 지난해 8월 109.2%였던 점을 고려하면 5개월 새 10.8%p나 뛰었다. 반면 사업체가 정상적인 조업환경에서 생산할 수 있는 최대량을 뜻하는 생산능력지수는 전달보다 0.5%, 지난해보다 1.2% 각각 감소했다. 제조업 생산능력은 떨어지고 재고는 쌓이는 악순환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쌓이는 재고는 경제성장률에도 직격탄이다. 한은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이  0.4% 역성장(-)한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재고의 성장기여도는 -0.3%로 나타났다. 이는 쌓이는 재고가 국내 경제 성장을 갉아먹었다는 뜻이다. 기업으로선 재고가 늘어나면 생산과 고용을 줄이고 투자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전 부처의 산업부화를 통해 수출 활로를 열겠다는 전략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3일 직접 수출책임관회의를 주재하며 "우리 경제의 핵심 성장동력인 수출이 이른 시일 내에 반등해 올해 수출 플러스 목표가 달성될 수 있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에선 무역금융 2조 원을 추가로 지원하고 자율주행과 수소차 기술에 대한 세제혜택을 확대하는 내용의 수출 추가지원 방안이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