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사망 추모 현수막 철거, 갈등 도화선으로 번져실무협의체 발족 무산이어 29일 IMO 사무실 철수까지 노조 “노동자 목숨 가볍게 여겨”vs 한화 “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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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 노동조합과의 마찰로 거제 조선소에서 마련된 인수 TF(태스크포스)팀인 IMO 사무실을 철수했다.

    기업결합 완료 후 노사 간 소통창구 역할을 하기로 한 실무협의체 구성도 무산되면서 내홍이 확대되는 양상이다. 해외 경쟁당국의 잇단 기업결합 승인으로 훈풍이 부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31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한화는 지난 29일 대우조선 거제 조선소에 운영 중이던 IMO(integration management office·통합관리) 사무실을 철수했다. 이 과정에서 관련 인원들도 모두 서울로 복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한화그룹과 전국금속노동조합 대우조선지회(이하 대우조선 노조) 간 구성 중이던 실무협의체 발족도 무산됐다.

    한화와 대우조선 노조가 갈등을 빚게 된 상황은 이렇다. 

    대우조선 노조는 앞서 지난 23일 야간작업 중 추락사한 노동자 신 모 씨를 추모하기 위해 거제 조선소 출입구마다 추모 현수막을 설치했다. 노조는 사망 사고일로부터 약 일주일간을 추모 기간으로 설정하고 이 기간 동안 현수막을 걸기로 한 상황.

    대우조선 측은 지난 28일 일부 현수막을 철거했는데, 노조는 이를 한화 측이 대우조선에 압력을 행사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날 방문한 한화 인수단 측 고위 관계자의 눈에 띄지 않기 위한 것이라는 추정이다.

    이에 대우조선 노조는 한화 IMO 사무실을 항의 방문했다.

    노조 관계자는 “이전까지 추모 현수막이 조기 철거되는 일은 한 번도 없었다”며 “한화 측 고위 인사의 동선에 따라서 현수막이 철거됐으며 이는 한화에서 지시를 내렸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한화와의 기업결합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노동자의 목숨을 가볍게 여기는 행위에 대해 누구와도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한화 측은 “IMO 사무실을 철수한 것은 맞다”면서도 “앞서 발생한 노조와 일련의 사건으로 인한 한시적 조치"라며 "관계자 방문을 의식한 현수막 철거는 오해”라는 입장이다.

    한편 한화가 기업결합을 신고한 국내외 8개국 중 튀르키예·일본·중국·싱가포르 등 6개국이 승인을 완료했다. 다음 달 18일 심사 결과를 발표하는 유럽연합(EU)을 제외하면 한국 공정거래위원회의 결정만 남은 상태다.

    대외적으로 기업결합 절차가 비교적 순조로운 반면 내부에서는 한화와 대우조선 노조간의 갈등이 커지고 있어 우려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