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1Q 영업익 급감…SK하이닉스 2분기 연속 적자 전망반도체 경기 예상보다 악화…증권가 실적 추정치 매달 감소양사 상당 규모 감산 진행 중…"감산 효과 서서히 나타날 것"
  • ▲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내부 전경 ⓒ삼성전자
    ▲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내부 전경 ⓒ삼성전자
    국내 대표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올해 1분기 실적발표를 앞둔 가운데 '반도체 바닥론'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이에 증권가에서는 올해 하반기 실적 호전 기대감을 바탕으로 두 회사에 대한 눈높이를 올리고 있다. 특히 실질적인 감산 규모에 따라 하반기 실적 개선 여부가 갈릴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 반도체 부문 부진…사상 최대 규모 재고 부담

    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64조3841억원, 1조1781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각각 전년 대비 17.2% 91.7% 감소한 수준이다. 일각에선 영업이익이 2009년 1분기(5930억원) 이후 14년 만에 1조원을 밑돌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SK하이닉스는 작년 4분기에 이어 2분기 연속 적자가 유력한 상황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1분기 매출 4조9757억원, 영업손실 3조4776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직전 분기 기록한 1조8984억원의 영업손실 폭이 두 배 늘어나는 셈이다.

    특히 국내 증권사들은 연일 삼성전자의 실적 전망치를 내려 잡고 있다. 실제 지난해 12월 증권사들이 내놓은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 평균은 6조원에 육박했으나, 올해 2월과 3월 전망치는 각각 2조원대, 1조원대로 급감했다. 

    양사의 부진한 실적은 전통적인 계절적 비수기와 더불어 재고 부담 가중, 수출 감소 폭이 증가 등의 영향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반도체(DS) 부문의 부진이 예상보다 심각해지면서 양사는 사상 최대 규모의 재고 부담을 짊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메모리 반도체 부문의 최근 수요 둔화와 공급 과잉으로 가격이 지속해서 하락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반도체 부문에서 D램과 낸드(NAND) 모두 우려했던 것보다 출하가 매우 부진하고, 그에 따른 가격 하락 폭도 크게 나타났다"라며 "메모리 반도체의 적자 규모는 3조7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이며, 재고 평가손실이 추가로 반영될 가능성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 또한 "데이터센터 투자와 스마트폰 판매 부진 및 높은 수준의 재고를 줄이기 위한 메모리 업체의 공격적인 저가 출하 전략이 부진 심화 요인"이라며 "메모리 가격 하락으로 인한 재고 평가손실 규모 확대도 SK하이닉스 실적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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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반기 실적 바닥 기대감…증권가 목표주가 줄상향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실적 전망치는 낮아졌지만, 향후 이들 주가 및 실적에 대한 기대감은 확산하고 있다. D램 가격의 극적인 반등은 기대하기 어렵지만 2분기부터 낙폭이 크게 줄어들고, 하반기 실적이 상반기보다는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 국내 증권사들은 잇달아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올리고 있다. 신한투자증권(7만원→8만2000원)을 시작으로 NH투자증권(7만2000원→7만9000원), 키움증권(7만3000원→7만8000원), IBK투자증권(7만원→8만원) 등이 목표가를 올려잡았다. 

    한국투자증권은 국내 반도체 종목과 유사한 실적 흐름을 보여온 마이크론의 실적에 주목했다.

    염동찬 연구원은 "지난달 실적을 발표한 마이크론이 이번 분기를 바닥으로 주당순이익(EPS)이 점차 개선될 것으로 전망됐다"라며 "과거 마이크론 실적이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와 유사하게 움직여 왔다는 점에서 마이크론의 실적 바닥 통과는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염 연구원은 이어 "반도체 실적의 바닥 통과 가능성을 고려한다면 이익 추정치 하향 조정 행보에 대한 최근의 우려는 점차 완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실질적인 반도체 감산에 돌입한 점도 긍정적인 신호로 읽힌다. 증권가에선 이미 삼성전자가 이미 상당한 수준의 자연적 감산에 돌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도 연구원은 "일부 테스트 및 부품업체에 따르면 올 1분기 삼성전자에서 수주한 물량이 30% 이상 줄었다"라며 "이미 삼성전자는 상당한 규모로 감산을 진행 중이며, D램 재고가 많이 쌓여 있어 이를 만회하기 위해 감산 수준을 확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 또한 "이 시점에서 가장 필요한 변수는 감산 규모며, 이는 업계 수준에 수렴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라며 "다만 현시점에서의 결정은 다소 늦은 감이 없지 않고, 실제 물량에 영향을 미치는 시기는 2분기 이후가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지난주 국회에서 통과된 반도체특별법(K칩스법) 또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 반등 가능성에 힘을 싣는다. 

    외국계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는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K칩스법이 통과된 것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주의 호재로 분석했다. 골드만삭스는 "국내에 많은 투자를 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세금 감면 혜택으로 EPS 추정치가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