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맥북'도 못 피한 '침체'… 1Q PC 출하량 30% '급감'

지난 1분기 PC시장 침체가 급격화되면서 애플의 맥북도 출하량 감소를 피하지 못했다. 내년에는 노후 PC 교체 주기가 도래하면서 수요가 회복될 수 있는 기회가 있긴 하지만 미국과 중국 IT시장이 얼만큼 살아나느냐에 따라 PC시장 명운도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17일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올 1분기 전 세계 PC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29% 감소한 5690만 대로 집계됐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PC 수요가 일시적으로 급증하기 전인 지난 2019년 1분기보다 적은 출하량으로, 엔데믹으로 PC시장이 이전보다 더 깊은 침체에 빠졌음을 의미한다.

무엇보다 시장 1위이자 PC시장 침체에도 변함없는 점유율을 보였던 애플이 지난 1분기엔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 위기를 실감케 했다. 지난 1분기 애플의 PC출하량은 전년동기 대비 40.5%나 감소해 상위 5대 PC업체 중 출하량이 가장 크게 줄었다.

더구나 애플이 1분기 초반인 지난 1월 신형 프리미엄 노트북인 '맥북 프로'를 출시했지만 시장 전반의 수요 감소 여파를 막지 못해 더 위기감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애플의 맥북 프로는 노트북 시장에서도 최상위 사양을 갖춘 고가 프리미엄 제품이라 애초에 시장 점유율이나 분위기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해석도 있지만 애플이 신제품을 출시한 분기에 이처럼 성적표가 좋지 않았던 경우도 흔치 않다.

게다가 애플은 지난해 글로벌 PC시장이 위축된 가운데도 나홀로 성장을 이어왔던 곳이라 이번 출하량 감소가 눈에 띈다. 직전 분기인 지난해 4분기에는 PC시장이 침체인 가운데도 애플 출하량은 3%대 감소에 그쳤고 지난해 3분기에는 PC시장 전체 출하량인 15% 줄어든 가운데도 애플 출하량은 40% 증가한 수치를 보이며 PC 최강자 면모를 과시했다.

다른 상위업체들은 이미 지난해부터 부진을 이어오는 상황이다. 델은 지난 1분기 출하량이 31% 감소해 애플에 이어 가장 성적이 부진했고 레노버와 아수스도 30%대 감소율을 기록하며 비슷한 상황을 보였다. HP도 24.2%대 감소율을 나타내며 침체를 면치 못했다.

IDC는 현재 PC시장 재고율이 여전히 높은 상태라고 진단했다. 지난 몇 달 간 감소세를 나타내긴 했지만 글로벌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PC 재고가 의미있는 수준으로 떨어지진 못했다는 분석이다.

내년엔 노후 PC 교체 수요가 생기면서 재고가 또 한차례 줄어들 여지가 있지만 결국은 글로벌 경기가 얼만큼 살아나느냐에 따라 IT시장 전반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처럼 글로벌 PC시장이 침체인 가운데도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업체들은 경쟁력 있는 신제품을 선보이며 조금씩 글로벌 시장에서도 존재감을 확대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특히 올해 삼성전자는 역대급 노트북이라는 호평을 받고 있는 '갤럭시북3' 시리즈를 출시하며 글로벌 PC시장에서도 조용히 세 확장에 나섰다.

삼성전자 노트북은 글로벌 시장에서 여전히 점유율 1%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상위 톱 5업체로는 지난해 점유율 기준 레노버(23.9%), HP(19.4%), 델(17.4%), 애플(9.5%)에 이어 에이서(7.2%)가 꼽히는데 삼성은 아직 이들과의 격차가 꽤나 큰 수준이다.

올해 갤럭시북3를 시작으로 삼성전자는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출시국가를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스마트폰에서 사용하던 '갤럭시'라는 브랜드를 노트북에 적용하기 시작한 것도 글로벌 경쟁력을 이미 갖춘 갤럭시 스마트폰의 생태계를 확장해 노트북으로까지 이어가기 위해서인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