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14개 증권사 퇴직연금 76.8조원…전년比 18.9% 증가미래證 적립금 20조9397억원 선두…우리은행 규모 웃돌아KB‧한화 성장세 가팔라…"퇴직연금 적금 아닌 투자 개념 늘어"
  • ▲ 여의도 증권가 ⓒ정상윤 기자
    ▲ 여의도 증권가 ⓒ정상윤 기자
    국내 증권사들이 지난 1년간 퇴직연금 시장에서 눈에 띄게 입지를 넓힌 것으로 확인됐다. 확정기여형(DC)과 개인형퇴직연금(IRP)을 중심으로 적립금이 늘면서 처음으로 20조원 고지를 돌파한 곳도 나타났다. 

    24일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탈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증권사 14곳의 적립금 운용금액(DB·DC·IRP형 합산)은 총 76조8838억원으로 전년 대비 18.9% 증가했다.

    이 가운데 미래에셋증권은 20조939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1% 증가, 증권사 중 유일하게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가 20조원을 넘어섰다. 이어 현대차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순으로 적립금이 많았다. 

    특히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1분기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에서 국내 4대 은행 가운데 하나인 우리은행을 넘어서며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특정 증권사가 4대 은행 중 한 곳의 퇴직연금 규모를 넘어선 것은 지난 2005년 제도가 도입된 이래 처음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실제 지난해와 올해 퇴직연금 적립금 유치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회사는 올해 1월에는 퇴직연금 사업자 최초로 'DC 모바일 사전가입 서비스'를 시행, 퇴직연금 DC 계약을 체결한 회사의 근로자가 가입 절차를 진행할 때 모바일 앱을 통해 가입 후 운용지시부터 디폴트옵션을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개인연금, IRP에 이어 퇴직연금 DC도 모바일을 통한 비대면 신규 가입이 가능해졌다. 앞서 지난해 12월에는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을 간편하게 선택할 수 있도록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개편하기도 했다.

    KB증권과 한화투자증권은 증권사 중 퇴직연금 적립금 성장세가 가팔랐다. 이들의 올 1분기 퇴직연금 적립금은 각각 4조8847억원, 390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6%, 71% 올랐다.

    적립금 기준 업계 6위를 기록한 KB증권 측은 DC, IRP에서도 채권을 매수 가능한 상품으로 확대한 점이 고금리 시대에 주목받으면서 개인 고객 연금 계좌 잔고와 가입 고객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앞서 지난해 8월부터는 IRP 가입 시 공공기관 마이데이터를 이용, 비대면으로 이뤄지는 자격 확인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고객의 편의성을 강화한 점이 퇴직연금 성장에 주효했다는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작년 11월부터는 모바일 웹 계좌개설 서비스를 제공했다"라며 "비대면 애플리케이션을 통하지 않고 계좌개설을 할 수 있다는 편리성이 주요 증가 요인으로 작용했다"라고 덧붙였다.

    한화투자증권의 경우 확정급여(DB)형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만큼 적립금 규모는 다소 낮은 편이다. 그러나 퇴직연금 주요 사업자 중 높은 성과(수익률)를 보이며 증권사 중 가장 높은 적립금 성장세를 이뤄냈다.

    실제 한화투자증권은 1분기 원리금 보장형 1년 및 3년 수익률 1위, 실적배당형 3년 수익률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차별적인 상품 제공 능력과 철저한 사후관리 시스템을 통해 보인 성과"라며 "영업 인력의 전문성과 디지털 시스템을 강화해 고객 유치부터 사후관리까지 고객 만족도를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도입된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이 유예기간을 마치고 오는 7월 본격 시행될 시 증권사로 이동하는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가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은행과 보험사의 낮은 퇴직연금 수익률에 만족하지 않고 자율적으로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증권사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특히 원리금 비보장형 상품 적립금의 성장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라며 "이전에는 퇴직연금이 적금과 같은 상품으로 인식됐다면, 최근엔 투자의 개념으로 접근하는 투자자들이 늘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국내 퇴직연금 시장 규모가 오는 10년 내 860조원을 웃돌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증권사들의 고객 확보 경쟁은 앞으로 더 치열해질 것"이라며 "연금센터 신설, 시스템 개편. 차별화된 서비스 도입 등 적극적으로 나설 예정"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