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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의 초거대 AI가 상품을 직접 써본 것처럼 후기를 작성해 이용자들에게 혼선을 주고 있다. 사람이 쓴 후기와 구분이 어렵고, 경험하지 않은 허위 후기로 소비자를 기만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4일 IT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지난달 27일부터 '커뮤니케이션 애드'라는 새로운 광고 방식을 도입했다. 네이버 초거대 AI '하이퍼클로바'가 사람처럼 게시물과 댓글을 작성해 맞춤형 광고를 노출한다. 네이버 초거대 AI는 네이버 블로그 9년 치 데이터를 학습해 자연스러운 한국어를 구사한다. 때문에 AI가 작성한 광고글인지, 사람이 작성한 글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네이버는 초거대 AI 광고를 네이버 카페에 도입한 상태다. 네이버 카페에 접속하면 "초음파 벌레퇴치기 친구한테 추천받았는데 이거 좋더라구요", "안 쓸 땐 돌돌 말아 보관하고 가볍게 툭 깔아 쓸 수 있어서 편리해요" 등 네이버 초거대 AI가 인간을 가장해 작성한 허위 후기들을 댓글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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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초거대 AI 광고를 본 한 이용자는 "카카오톡처럼 맨 위에 고정 광고면 그러려니 하는데 네이버 카페는 광고가 중간에 떡하니 있으니 보기 짜증난다"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다른 이용자는 "누가 해킹당해서 광고 댓글을 단 줄 알았다"며 "엄청 거슬린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네이버는 "후기 댓글을 AI가 배치하는 것은 맞지만 광고 문구는 자체는 광고주가 작성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네이버가 초거대 AI를 광고 전면에 투입한 데는 주춤한 광고 매출의 영향이 크다. 네이버의 광고 매출은 지난해 7% 성장, 20% 성장한 커머스·핀테크 사업부문에 비해 아쉬운 성적을 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온라인쇼핑몰 이용자 97.2%가 구매 전 이용 후기를 참고한다. 네이버 초거대 AI 후기가 광고 매출 증대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는 대목이다.
네이버는 초거대 AI 광고를 네이버 카페뿐만 아니라 스포츠 중계창의 실시간 대화 등에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안드로이드 이용자를 중심으로 네이버 초거대 AI 광고 차단 움직임이 일고 있다. 휴대폰 설정을 통해 차단 가능한데, 인터넷 사용 중 스팸 차단 서버를 거처야 해 속도가 다소 느려질 수 있다.
전문가들도 네이버 초거대 AI 광고를 두고 회의적인 시각이다. 정부도 이를 예의주시 중이며 필요시 강경 대처에 나설 방침이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후기는 직접 경험한 사람이 써야 하는데 경험하지도 않은 AI가 쓰는 것은 매우 비윤리적이고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AI라도 실제로 경험하지 않았는데 경험한 것처럼 후기를 쓰면 안 된다"며 "표시광고법 및 전자상거래법 위반으로 시정명령, 과징금 등의 행정처분이나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AI를 처벌할 수 없기 때문에 허위 후기를 지시하거나 관여한 자가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