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팩·콘솔 등 수집욕 자극하는 방대한 전시자료 눈길상호작용 위주 전시물 구성, 청소년 진로 선택 도움부모와 청소년 모두 만족, 세대 간 소통 의미 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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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서스 조각상이 박물관 입구를 알려준다 ⓒ뉴데일리 김성현 기자
학교 앞 문방구나 친구 집에서 콘솔로 즐겼던 게임은 90년대생의 유년기를 떠올리게 하는 요소 중 하나다. 이제는 박물관에 전시된 팩 게임과 CRT 모니터가 타임머신을 타고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게 한다. 넷마블게임박물관은 게임의 역사와 구성 요소를 조명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어릴 적 추억을 소환하며 세대를 통합하는 소통을 선사했다.지난 4일 오후 서울 구로구 지타워 3층에 위치한 넷마블게임박물관을 다녀왔다.전시실 입장에 앞서 상영관에서는 ‘나 혼자만 레벨업’의 주인공 성진우가 게임의 역사로 떠나는 시간여행을 안내한다. 선사시대 수렵 활동부터 놀이와 경쟁 측면에서 게임으로 규정하고, 체스와 같은 보드게임을 거쳐 디지털 문명과 결합되는 게임의 발달 과정을 설명했다. 본격적인 박물관 탐방을 앞두고 펼쳐지는 눈앞에 풀스크린 화면이 몰입감을 높였다.전시관은 즐기는 문화로서 게임의 본질에 맞게 관람객과 상호작용에 중점을 뒀다. 소장품들은 전시를 위해 크기를 키우거나 분해해 놓기도 했고, 관람객이 추억 속의 유물을 찾기 쉽도록 키오스크를 배치해 뒀다. 곳곳에 있는 QR코드를 카메라로 스캔하면 도슨트 역할을 하는 음성안내 페이지로 연결돼 이해도를 높인 것도 신경 쓴 부분이다. -
- ▲ 박물관 내부는 거대한 포토존처럼 구성됐다 ⓒ뉴데일리 김성현 기자
보이는 수장고 구간에서는 최초의 컴퓨터 게임부터 8090년대생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각종 게임기가 가득했다. 슈퍼 패미컴과 플레이스테이션 2와 같은 디바이스에 주요 타이틀이 함께 나열됐다. 소닉과 마리오, 철권과 스타크래프트 등 익숙한 게임들의 초창기 모습을 볼 때마다 당시 플레이했던 기억들이 되살아났다.모든 기기와 게임들을 총망라한 ‘소장품 인벤토리’도 있다. 전시된 유물들 외에 내가 보고 싶었던 게임과 디바이스를 찾아 누구나 ‘나 때는 말이야’ 혹은 ‘너희는 이런거 모르지?’를 말할 수 있도록 돕는다. 나만의 추억을 찾다보면 일종의 이스터에그처럼 넷마블의 캐릭터와 굿즈도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지금까지 ‘어른이’들을 위한 추억팔이 공간이었다면 청소년들을 위한 공간도 마련됐다. 진로를 고민하는 청소년들을 위해 질문에 답을 하면 게임 직업을 추천해주고 게임 직업을 소개하는 키오스크가 배치됐다. 분석 결과지를 프린트해주며 실무자 인터뷰 영상을 탑재하는 등 구성이 돋보였다.게임 ‘제2의 나라’를 기반으로 한 전시 공간은 넷마블의 역량이 두드러지는 구간이다. 어린이들 눈높이에 맞춘 양파쿵야가 등장해 게임 개발 과정을 설명하고, 캐릭터 플레이로 자신만의 모험을 즐길 수 있다. 바로 옆에는 ‘애국가 5절’로 불리는 스타크래프트 테란 종족 배경음악을 들을 수 있는 시대별 게임 사운드트랙관도 배치했다. -
- ▲ 게임직업 선택창 키오스크의 질문에 답하면 결과지를 출력해준다 ⓒ뉴데일리 김성현 기자
어린이와 청소년을 데리고 온 부모라면 아이들을 ‘가로세로 퀴즈’ 태블릿 앞에 앉혀놓고 추억팔이에 좀 더 집중할 법하다. 한국의 PC 게임 역사를 조명한 기획전에서는 창세기전 2와 임진록 등 시대를 풍미했던 타이틀을 만나볼 수 있다. e스포츠 종주국으로 인정받는 한국의 게임 역사 주요 장면과 게임 속 한국이 배경으로 등장한 스테이지나 캐릭터를 살펴보는 것도 흥미롭다.마지막에는 부모의 추억 회상에 지쳤던 청소년도, 관람에 흥미를 잃던 어른들도 눈이 번쩍 뜨이는 공간이 나온다. 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 초반 오락실을 옮겨놓은 듯한 고전 아케이드 게임과 콘솔, PC로 세대 화합의 장이 마련됐다. 평일 오후에도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게임을 통해 추억을 쌓는 훈훈한 광경이 곳곳에서 연출됐다.전 세대가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는 전시물과 상호작용과 체험에 초점을 맞춘 전시 구성은 박물관의 의미를 더했다. 다만 게임박물관으로서 전자기기 이외의 유물이 부족하다는 점과 최근을 아우르는 모바일 게임 부문이 빈약하다는 것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이런 부분은 향후 기획전을 통해 채워질 것으로 기대된다. -
- ▲ 레버를 돌려서 하는 일종의 테니스 게임인 '퐁'이 이렇게 어려운 줄 몰랐다 ⓒ뉴데일리 김성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