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상장사 36곳…전년 대비 24.1% 늘어거래소 낮은 벌점‧공시위반 제재금, 투자자 피해 키웠다는 비판"제재금 높이고 코스닥 상장사 대상 공시 교육 및 지원 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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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들어 공시 의무를 위반해 불성실공시법인에 지정되는 상장사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에서는 공시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공시위반 기업에 대한 제재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들어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된 유가증권시장(코스피)과 코스닥 상장사는 총 36곳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1% 증가한 수준이다. 

    특히 코스닥 시장 상장사의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건수가 급증한 것으로 파악됐다. 올해 들어 불성실공시법인에 지정된 코스닥 상장사 수는 총 24곳으로 전년(15곳) 대비 9곳 늘었다.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예고 건수도 늘었다. 올해 들어 이날까지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예고된 상장사는 총 60곳으로 전년(32곳) 대비 무려 87.5% 급증했다. 이런 추세라면 지난해 총 106건으로 집계된 불성실공시지정 예고 건수를 올해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불성실공시 유형은 크게 ▲공시불이행 ▲공시번복 ▲공시변경 등으로 구분된다. 코스피에서는 주로 공시불이행이, 코스닥에선 공시번복이 다수를 차지한다.

    한국거래소는 사유에 따라 벌점을 부과한다. 코스피는 10점, 코스닥은 8점 이상일 경우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하고 지정일 당일 하루 동안 주권의 매매를 정지한다. 이를 포함해 최근 1년간 벌점이 누적 15점 이상이면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된다.

    문제는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된 상장사에 대한 제재 및 처벌 수위가 약하다는 점이다. 이에 상장사들의 불성실공시 행태가 반복되는 원인은 낮은 제재 수위에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코스피 상장사의 경우 벌점이 5점 이상일 경우 1점당 1000만원의 공시위반제재금을 부과한다.

    그마저도 사안이 중대하지 않은 불성실공시법인은 벌점으로 대체할 수 있다. 벌점이 5점 미만일 경우, 1점당 400만원의 공시위반제재금으로 대체 부과할 수 있다. 이 경우 벌점은 0점이 되며 1년 합산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실제 지난달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된 코스닥 상장사 에이티세미콘은 전환사채(CB) 발행 결정을 3번이나 철회하는 등 7건의 공시번복과 1건의 공시불이행 등 무려 8건의 잘못이 확인됐지만, 제재 수위는 벌점 14.5점과 공시위반제재금 4800만원에 그쳤다.

    코스피 상장사 대웅제약과 대웅은 메디톡스와의 소송가액이 기존 11억원에서 501억원으로 상향 조정됐는데 이를 공시하지 않아 각각 벌점 4점과 2점을 받았다. 

    의도적인 지연공시가 아니었다는 점에서 4점이 부과됐지만, 주요 공시를 5개월이나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처벌이 약하다는 비판이 일었다. 공시불이행이 밝혀지면서 대웅제약 주가는 닷새간 20% 급락, 투자자 손실을 일으키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불성실공시법인에 대한 제재 수위를 높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우리나라는 대체로 경제 범죄에 대한 처벌이 느슨한 편"이라며 "문제의 경중을 따졌을 때 상장사의 불성실공시가 범죄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에 대한 처벌이 선진국에 비해 약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황 연구원은 이어 "통상 규모가 작고 공시 의무에 대한 인식이 낮은 코스닥 상장사에서 문제가 일어나곤 한다"라며 "제재의 실효성 측면을 고려했을 때 제재금을 현행보다 올리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이와 동시에 공시 어려움을 겪는 상장사들에 대한 교육과 지원을 해주는 방법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라며 "이를 통해 공시는 기업의 부담 요소가 아닌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의무라는 인식이 형성돼야 한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