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창원공장서 '신한울 3, 4 주기기 제작 착수식’430만㎡ 부지에 원자력·터빈·단조·풍력공장 등 구성단조작업 직접 시현…원전 생태계 ‘부활의 신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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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남도 창원시에는 전체 면적 430만㎡(130만 평)의 축구장 660개 규모, 여의도의 1.5배에 달하는 초대형 플랜트 설비공장이 있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창원공장이 주인공으로, 이곳은 협력사를 포함한 최고의 기술자만 약 5000명이 모인 에너지 설비산업의 메카이기도 하다.두산 창원공장의 2023년 5월 15일은 더욱 특별했다. 지난 정부의 탈(脫)원자력 정책으로 멈췄던 신한울 3·4호기 건설이 공사 중단 6년 만에 재개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수 년간 일감이 말라붙었던 현장에서 원전 생태계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이 쏘아 올려지는 것이다.기자는 이날 창원공장 방문을 위해 이른 아침 김포공항에서 출발해 김해공항에 내렸다. 김해공항에서 버스로 40여분을 달려 도착한 창원공장은 일반인들의 눈에는 잘 띄지 않지만, 마산만과 접한 드넓은 부지에 공장들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주요 시설인 원자력공장과 주·단조공장, 터빈·발전기공장, 풍력공장은 물론 방사선 조사실, 중앙자재창고, 석탄을 분쇄해 미세한 상태로 만드는 미분기 작업실 등이 차로를 사이에 두고 양옆으로 이어졌다. 두산에너빌리티가 자체 보유한 부둣가에는 수많은 컨테이너와 500톤급 골리앗 크레인들이 위용을 뿜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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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기 찾은 원자력공장, SMR 핵심기지로 탈바꿈두산에너빌리티는 원자력과 화력발전소 등 플랜트 설계부터 기자재 공급, 건설 및 시운전까지 도맡아 수행하는 국내 최대 EPC(설계·구매·시공) 발전사업자다. 창원공장은 쇳물로 각종 산업용 기초 소재를 만드는 주·단조 공정부터 완제품 생산, 제품 출하까지 가능한 세계 유일의 일괄 생산체계를 갖췄다. 단일공장 규모로도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기자가 창원공장에서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원자력공장이다. 대형 원자력 발전소의 핵심 주기기인 원자로, 증기발생기, 가압기, 냉각제 펌프 등이 제작되는 현장이다. 높이 14.8m, 직경 5.5m, 무게 533톤에 달하는 한국 표준형 APR1400 원자로가 눈에 들어왔다.이동현 원자력BG 원자력공장장은 “(원자로 등은) 단순히 규모만 큰 것이 아니라 머리카락 만한 흠결도 용납하지 않도록 숙련된 기술로 정교하게 만들어진다”며 “증기발생기에 들어가는 튜브 시트, 사용후핵연료를 수송·저장·처분에 사용하는 금속 캐스크 등도 제작 후 침투 및 초음파 시험을 거쳐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열처리를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두산에너빌리티는 현재까지 원자로 34기, 증기발생기 124기를 국내외 대형 원전에 공급했다. 최근 준공된 아랍에미리트(UAE) 바카라 원전에도 주기기를 공급했으며 지난 3월 한국수력원자력과 신한울 3·4 주기기 공급계약 체결에 따른 주기기 제작도 본격화했다.신한울 3·4는 경북 울진군에 각각 2032년과 2033년 준공을 목표로 추진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신한울 3·4에 들어가는 원자로, 증기발생기, 터빈발전기 등 핵심 주기기를 제작·공급하며, 계약 규모는 2조9000억원에 이른다. 협력사 등 보조기기 부문에서도 2조원 가량의 추가적인 일감창출이 예상된다.원자력공장은 현재 대형 원전 주기기 제작 위주에서 SMR(소형모듈원자로)의 글로벌 파운드리(생산전문기업) 전략의 핵심공장으로 거듭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뉴스케일파워의 SMR 핵심 기자재 제작에 착수했으며, 엑스에너지 등 글로벌 선도 SMR 기업과 협력을 진행 중이다. 한국형 i-SMR(혁신형 소형모듈원전)에서도 파운드리로 자리매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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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공학의 꽃’ 터빈공장, 두산 자체 기술력 뽐내원자력공장에 이어 터빈공장을 찾았다. 터빈기술은 발전설비 가운데서도 초정밀 기술집약 분야로 손꼽힌다. 원자력발전소용 1400MW급 초대형 증기터빈과 LNG 발전소용 대형 가스·증기터빈, 원전과 LNG 발전에 필요한 대형 발전기가 이곳 터빈공장에서 제작된다고 한다.이상언 파워서비스BG GT센터담당은 “대표 제품인 가스터빈은 1500도 이상의 높은 온도에서 마하 1 이상의 속도로 회전하는 기계기술의 집약체이자 기계공학의 꽃”이라며 “자사는 세계 다섯 번째로 270MW급 가스터빈에 개발에 이어 380MW급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실제 가스터빈은 4만여개의 부품과 연소 에너지를 회전력으로 바꿔주는 450여개의 날개를 장착하고 있다. 블레이드 1개당 가격이 중형차 1대 가격과 맞먹을 정도로 고부가가치 상품이지만, 고도의 기술력과 소재기술을 필요로 해 상용화가 쉽지 않았다.두산에너빌리티가 이 기술을 국산화한 데에 큰 의미가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2005년 가스터빈의 5MW급 소형모델 개발에 성공한 데 이어 2020년 국내 최초로 가스터빈 국산화에 성공했다. 이로써 한국은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발전용 가스터빈 기술을 보유한 국가로 거듭나게 됐다.두산에너빌리티는 가스터빈에 이어 수소터빈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존 LNG를 연소하는 가스터빈에 수소 연소가 가능한 연소기를 부착하면 수소터빈으로 전환된다. 지난해 수소터빈 연소기의 30% 혼소 시험에 성공했고, 현재 국책과제로 50% 수소 혼소 및 수소 전소 연소기를 동시에 개발하고 있다.이상언 담당은 “2027년 380MW급 수소 전소 터빈 개발 완료를 목표로 핵심 기기인 수소 전소 터빈용 연소기를 2026년까지 개발할 계획”이라며 “‘넷제로(Net Zero)’ 전환에 맞춰 두산은 수소 연소 기술에서 퍼스트 무버(First-Mover)로서 자리매김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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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풍력 주력 사업으로 자리매김…‘넷제로’ 실현두산에너빌리티는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원자력, 터빈과 함께 해상풍력을 주력 사업으로 육성 중이다. 이곳 창원공장에는 풍력공장만 두 곳으로, 제품 대형화에 대비해 지난 2021년 풍력 2공장을 준공했다. 이에 따라 풍력발전기의 연간 생산능력도 33기로 확대됐다.신동규 파워서비스BG 풍력·서비스설계담당은 “자사는 2005년부터 작년까지 풍력 사업에만 2000억원의 연구개발(R&D) 투자를 진행했고 원천기술을 확보에 성공했다”며 “과거 해외에만 의존해온 부품의 국산화율도 70%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2030년까지 발주될 대형프로젝트를 고려하면 나머지 30%의 부품 국산화도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비쳤다.두산에너빌리티는 현재 3MW, 3.3MW, 5.5MW, 8MW의 해상풍력발전기를 주요 제품으로 보유하고 있다. 국내 최초 해상풍력단지인 제주 탐라해상풍력(30MW)을 비롯해 전북 서남권실증단지(60MW), 제주 한림해상풍력(100MW) 등 현재까지 총 98기, 347.5MW의 풍력발전기를 제작 공급했다. 국내 해상풍력 최다 공급 실적이다.현재 창원공장에서는 5.5MW급 풍력발전기 제작이 한창이었다. 풍력발전은 크게 블레이드(Blade), 허브(Hub), 나셀(Nacelle)로 구성된다. 블레이드가 풍력을 회전에너지(토크)로 전환하고, 허브가 블레이드로부터 받은 토크를 증속기로 전달한다. 나셀에는 발전기·기어박스·통풍기 등 주요구성품이 배치돼 있다.송치욱 파워서비스BG 풍력생산담당은 “68m 길이의 블레이드가 1분에 12바퀴를 도는데, 증속기는 이를 1200바퀴 돌게 해 에너지를 일으킨다”며 “블레이드 세 개를 허브에 연결하고 나셀과 조립하는 데에는 한 달의 기간이 소요된다. 이렇게 완성된 5.5MW급 풍력발전기 한 기로 아파트 3000세대에 전기 공급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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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쇳물-단조작업’ 열기 후끈… 신한울 제작 본격화이날 오후에는 ‘신한울 3·4호기 주기기 제작 착수식’이 단조공장에서 개최됐다. 단조공장은 옛날대장간 역할을 하는 곳으로, 현재는 현대 기술이 접목돼 대장간에서 사용되던 망치, 집게, 화로 역할을 프레스(Press), 매니퓰레이터(Manipulator), 가열로가 각각 대체하고 있다.기념행사에서 두산에너빌리티는 신한울 3·4의 증기발생기 초기 제작 현장을 직접 선보였다. 1만7000톤 프레스는 높이 23m, 너비 8m로 4개 기둥(4 column) 방식의 프레스 가운데 세계 최대 규모다. 성인 남성 24만명이 동시에 누르는 것과 같은 힘으로 단조작업을 수행한다.프레스는 ‘우우웅’ 웅장한 기계음과 함께 자체 용광로를 통해 생산한 200톤 규모의 합금강을 단조하기 시작했다. 현장은 함성과 박수 소리로 가득 찼고, 프레스에서 전해지는 뜨거운 열기만큼이나 지켜보는 관계자들의 얼굴도 뜨겁게 달아올랐다.완성된 증기발생기는 높이 약 23m, 무게 약 775톤에 이른다. 중형차 520여대 무게에 해당된다. 이 외에도 높이 약 14.8m, 무게 533톤에 달하는 원자로, 길이 70m, 무게 3110톤의 터빈발전기를 비롯해 원전계측제어설비(MMIS), 원자로냉각재펌프(RCP) 등 주요 기기도 두산에너빌리티가 제작해 신한울 3·4호기에 공급한다.두산에너빌리티는 이번 주기기 제작을 위해 국내 460여개 원전 협력사와 힘을 모은다. 주기기 제작에 필요한 소재, 부품과 제작 과정에 필요한 기계가공, 제관제작, 열처리 등의 업무를 국내 협력사에 발주할 계획이다. 이미 지난해 약 320억원을 조기 발주했고, 올해는 약 2200억원 규모의 발주를 진행하고 있다.박지원 두산에너빌리티 회장은 "신한울 3·4 주기기 제작 착수에 이를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지원을 보내주신 정부와 지자체, 발주처, 협력사를 비롯 모든 이해관계자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원전 생태계 활성화의 기운이 더욱 빠르게 확산하도록 노력하고, 이를 통해 해외 원전 수출을 위한 팀 코리아의 경쟁력 강화에도 기여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