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자체 개발 플랫폼 주장보험업계, 심평원·보험개발원 공공기관 활용국회 "추후 시행령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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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년 묵은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법이 국회 문턱 '절반'을 넘어섰다. 향후 본회의까지 통과하면 소비자들은 종이서류 없이 실손보험금을 편리하게 받을 수 있게 된다.

    다만 의료계가 중계기관 선정을 두고 실손 간소화법 막기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입장이라 진통이 예상된다. 의료계는 중계기관과 청구신청·전송 플랫폼을 모두 자체 개발해 활용한다는 입장이지만 보험업계는 비용절감과 정보보호를 위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을 중계기관으로 삼아야 한다고 맞서고 있어서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는 지난 16일 법안심사 1소위를 열어 실손 간소화 내용을 담은 보험업법 개정안을 여야 합의로 의결했다.

    의료계와 보험업계 이견의 핵심 쟁점이었던 중계기관 선정은 추후 시행령으로 결정하는 방식을 택했다. 또 중계기관 없이 직접 전송하는 것을 포함해 전송 방식까지 시행령에서 정하도록 했다.

    실손 간소화란 환자가 병원 등 의료기관 이용 후 별도의 서류 제출없이 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현재는 보험금을 받으려는 환자의 경우 진료를 마친 뒤 약국에 직접 방문해 종이 서류를 발급받고 보험사에 팩스·앱 등을 통해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법 개정으로 보험금 청구 과정이 간소화되면 의료기관에 요청하는 것만으로도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있어 소비자 편익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당국은 이 제도가 도입되면 연간 최대 3000억원의 비용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당시 대표 공약으로 내세운 이유다.

    하지만 의료계는 보험사가 실손 간소화를 통해 환자 데이터를 집적, 실손보험금 지급 거절 용도로 활용할 것이라며 14년 간 반대해 온 상황이다. 심평원 등 공공기관을 중계기관으로 두자는 것에 대해서도 의료계가 반발하면서 실손 간소화법은 늘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해왔다.

    이번에 법안소위를 통과한 보험업법 개정안은 정무위 전체회의,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현재 실손 간소화는 현 정부가 힘을 실어주고 있어 본회의 통과 가능성이 높지만 여전히 넘어야 할 산도 많다.

    무엇보다 중계기관이 의료계 입장과 맞지 않는 곳으로 선정되면 반발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현재 의료계는 실손 간소화를 굳이 추진한다면 심평원이나 보험개발원 대신 자체 개발 플랫폼으로 하거나 환자 정보를 최소화한 서식을 만들어 이를 중계기관 없이 의료기관에서 보험사로 직접 보내자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시스템 구축에 나서야 하는 보험사들은 이미 병·의원 데이터를 처리하고 있는 심평원을 중계기관으로 지정하자는 입장이다. 대안으로 나오고 있는 보험개발원의 경우, 중계 전산망 구축 및 관리 인력 채용을 위해 보험사들이 부담해야 하는 금액이 800억원 수준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의료계가 중계기관을 두는 것에 반대하는 직접적인 이유는 도수치료 등 비급여 항목의 진료비 청구에 대한 제약이 생길 것을 우려하고 있어서다. 개인병원 등 의료기관에서 진료비를 임의로 정할 수 있는 비급여 항목의 진료 정보를 국가기관에 공개하길 꺼리는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비급여 항목의 경우 부르는 게 값이기 때문에 개인병원들은 진료 내역을 숨기고 싶어할 것"이라며 "의료계가 겉으론 개인정보 유출을 내세워 실손 간소화에 반대하고 있지만 결국엔 제 밥그릇 지키기에 급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