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컸던 KDB생명, 2억달러 행사DB생명 3000억, DGB생명 500억 조기상환한화생명도 10억달러 갚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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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들어 보험사의 신종자본증권, 후순위채 등 자본성 증권의 콜옵션(조기상환권) 행사가 잇따르고 있다. 신규 발행으로 조달 비용이 높아지더라도 채권시장에서의 신뢰회복을 택한 결과다. 이를 바탕으로 신종자본증권을 통한 자본확충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KDB생명은 지난 19일 KDB산업은행을 대상으로 216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표면 이자율은 7.35%, 만기는 30년이다. 다만 발행 후 5년이 되는 해인 2028년 05월 19일 이후부터 조기상환할 수 있다.

    KDB생명은 2018년 발행한 2억달러(약 2160억원) 규모의 달러화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행사 시점이 이달 도래한 상황이었다. 당초 KDB생명의 자본력이 상환도, 차환도 어려웠던 상황인 만큼 콜옵션 미상환 사태가 재발할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

    KDB생명의 이번 신종자본증권 발행은 산업은행이 대신 갚아준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대금을 갚기 위함이다. 앞서 KDB생명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은 KDB생명이 보유한 2억달러 규모의 제1회 외화 신종자본증권을 전액 인수했다. KDB생명이 자본증권을 갚을 여력이 없자 산업은행이 자본증권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지원한 것이다.

    DGB생명보험도 지난 15일 후순위채 500억원어치를 조기상환했다. 2018년 5월 발행한 후순위채의 콜옵션 행사 기일이 도래하자 적극적으로 조기상환에 나선 것이다.

    앞서 지난 13일 DB생명보험 역시 30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 조기상환에 나섰다. DB생명은 지난해 11월 콜옵션 행사일을 한차례 연기하면서 채권시장에 대한 불안감을 키운 바 있다.

    한화생명도 지난달 23일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 규모의 달러화 신종자본증권에 대해 조기상환을 실시했다. 조기상환을 하지 않았다면 신규 발행 금리보다 낮은 수준에서 현 수준의 자본 여력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한화생명은 투자자 신뢰에 방점을 뒀다는 평가다.

    업계 한 전문가는 "지난 3월 크레디트스위스(CS) 사태로 자본성 증권에 대한 경계감이 높아졌다"면서 "향후 콜옵션이 도래하는 보험사 달러화 신종자본증권도 조기상환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자본성증권에 대한 투자심리 회복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신종자본증권은 주식과 채권의 중간 성격을 지니면서 일정 수준 자본 안정성 요건을 충족해 금융사의 기본 자본으로 인정하는 유가증권이다. 보험사들에겐 자본인정비율이 중요한 만큼 그간 자본확충을 위한 방안으로 활용돼 왔다.

    통상 자본확충 목적으로 발행하는 신종자본증권은 만기가 30년 이상으로 길지만 5년 내 조기상환하는 것이 관례로 여겨졌다. 시장에서 콜옵션 미행사는 발행사의 자금조달 능력 미달이나 시장상황이 좋지 않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보험사들이 자본조달에 나서는 것은 만기가 도래하는 채권 물량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보험사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은 7400억원으로 이미 지난해 발행(1조3500억원)의 절반 수준을 기록했다.

    업계에선 보험사들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반기에도 콜옵션이 도래한 신종자본증권 물량이 많은데다 하반기부터는 금융지주나 은행과 마찬가지로 조건부 자본증권을 발행할 수 있어서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하반기부터 상각 조건 및 스텝업 조항이 미포함된 조건부 자본증권에 대한 발행도 본격화할 것"이라며 "당분간 신종자본증권을 이용한 자금조달 기조는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