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뚜라미, 창문형에어컨 VS 경동나비엔, 냉난방공조기시장 성장 한계와 온난화 등에 냉방사업 확대 나서“보일러만으로는 성장 어려워… 사업다각화 확대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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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뚜라미와 경동나비엔이 사업다각화 차원에서 냉방사업에 힘을 주고 있다. 보일러 시장 성장 한계와 지구 온난화로 겨울철 이상고온 현상이 자주 발생하는 등 영향으로 풀이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귀뚜라미와 경동나비엔은 올해 냉방사업을 강화하는 데 보다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귀뚜라미는 올해 창문형에어컨 신제품을 선보이며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으며, 경동나비엔도 냉방과 제습을 함께 구현할 수 있는 ‘콘덴싱 에어컨 하이브리드’를 공개하고 북미 냉난방공조 시장 진출을 예고한 상태다. 

    양사 모두 냉방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는 점은 같지만 좀 더 살펴보면 전략은 상이하다. 

    귀뚜라미는 지난 2003년말 센추리 아산공장, 2006년 범양냉방공업(현 귀뚜라미범양냉방), 2008년 신성엔지니어링, 2009년 센추리와 대우일렉트로닉스 에어컨사업부 등을 인수하며 일찌감치 냉방사업 진출을 선언한 바 있다. 

    초기에는 산업용·상업용 에어컨 중심이었지만 2020년 창문형에어컨을 출시하며 가정용 에어컨 시장에도 출사표를 던졌다. 

    귀뚜라미가 창문형에어컨을 타깃으로 삼은 것은 틈새시장 공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기존 에어컨 시장의 경우 삼성전자나 LG전자 같은 대기업의 시장지배력이 확고해 진입장벽이 높은 편이다. 

    이에 귀뚜라미는 소규모 사무실, 원룸 등 상대적으로 작은 공간의 냉방수요 공략에 나섰다. 1인가구 증가로 방방냉방(방마다 냉방 가전을 비치하는 것) 수요가 늘어난 점도 호재로 작용했다. 

    이에 힘입어 귀뚜라미는 지난 2020년 제품 출시 직후 진행한 홈쇼핑 방송에서 잇달아 매진 행렬을 기록하며 출시 1달 만에 판매량 1만 대를 돌파하는 등 기대 이상의 판매 실적을 올렸다.

    귀뚜라미는 올해 4월 기존 기능을 향상시킨 2023년형 창문형 에어컨을 출시하며 냉방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기존 제품 대비 냉방성능, 효율, 편의기능, 디자인까지 최신 트렌드에 맞게 업그레이드했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귀뚜라미는 앞으로도 냉난방을 아우르는 다양한 제품군을 선보이고 종합 냉난방 에너지그룹으로 면모를 지속 선보인다는 방침이다.  

    이에 맞서는 경동나비엔은 에어컨을 넘어 냉난방공조(HVAC) 시장을 겨냥했다. HVAC는 냉난방과 환기, 공조 설비까지 하나로 합친 개념이다. 그동안 냉난방 기능은 주로 보일러, 에어컨 등 개별기기로 관리했지만 최근 이를 하나로 합친 HVAC 솔루션 수요가 점차 늘고 있다.

    경동나비엔은 앞서 2006년 주문자생산방식(OEM)으로 에어컨 시장에 진출한 바 있다. 당시 소규모 사업장이나 모텔, 오피스텔 등 소규모 숙박시설의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얻기도 했지만 이후 단순 에어컨에서 벗어나 공기청정 기능 등을 담은 냉난방기로 방향을 선회했다. 

    특히 경동나비엔은 올해 냉방과 제습이 가능한 ‘콘덴싱 에어컨 하이브리드’를 처음으로 공개하며 본격 냉방시장 진출을 알린 상태다. 

    콘덴싱 에어컨 하이브리드는 전력발전 과정에서 버려지던 배열을 활용해 냉방은 물론 제습과 청정환기까지 구현하는 제품이다. 여름철에 지역난방 등에서 전기 생산 후 버려지던 열을 재활용한다는 점에서 환경적 가치가 매우 큰 것으로 평가받는다. 다만 양산까지는 시일이 좀 더 소요될 것이라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동시에 연내 북미지역에 ‘콘덴싱 하이드로 퍼내스’를 출시해 글로벌 HVAC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다. 북미지역에서는 열로 공기를 가열한 뒤 실내로 공급하는 퍼내스 방식으로 난방을 하는데, 실내 온도 편차가 크다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콘덴싱 하이드로 퍼네스는 물과 공기 열교환 방식으로 따뜻한 공기를 실내에 공급, 난방을 구현한다. 회사는 연내 최신형 인버터 압축기를 적용한 ‘히트펌프’까지 출시, 콘덴싱 하이드로 퍼내스와 연계해 냉난방 솔루션을 패키지로 공급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경동나비엔은 평택 서탄공장을 증축하고 시스템도 고도화한다. 생산규모를 현재 200만대에서 2026년 연간 439만대 수준으로 2배 이상 늘리고, 냉방 관련 신규 제품 생산라인을 구축해 10만평 규모로 확대한다. 

    양사의 냉방사업 확대는 보일러 시장이 포화상태에 다다르면서 제2의 수익모델을 확보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국내 가정용 가스보일러의 경우 내수시장 규모가 연간 130만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업계 내에서는 더이상 시장 확대가 어렵다고 보고 있다. 동시에 지구 온난화로 겨울철 이상고온 현상이 자주 발생하고 있는 영향으로도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냉방사업 등 보일러업계의 사업 다각화 추세가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양사는 에어컨 외에도 공기청정기, 온수매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제품군을 확대하며 경쟁을 벌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보일러 선도업체인 양사는 보일러사업만으로는 더 이상 성장이 어렵다고 판단하고 사업다각화에 선제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냉방영역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은 같지만 귀뚜라미는 틈새시장을 겨냥하는 것이고, 경동나비엔은 냉난방·환기·공조 설비를 더한 냉난방공조 시장을 겨냥하는 것으로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