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영업익 -108억원…10년만 2분기 연속 영업손실원자재쇼크에 미분양 적체까지…수익성 10년새 '최저'차입금 97배 급증…미청구액·PF우발채무 연매출 상회
  • ▲ 부산 해운대구 '빌리브 패러그라프 해운대' 시공 현장. 230309 ⓒ신세계건설
    ▲ 부산 해운대구 '빌리브 패러그라프 해운대' 시공 현장. 230309 ⓒ신세계건설
    지난해 2013년이후 9년만에 연간 영업적자를 기록한 신세계건설이 또다시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원자재쇼크에 적체된 미분양 등 흑자를 기대하긴 어려워 보인다. 27년 '건설통' 정두영 부사장이 지난해말 대표이사로 선임됐지만 반전을 도모하기엔 처한 현실이 녹록치 않다. 

    게다가 일시적 유동성위기 만회를 위한 단기차입금 급증으로 무차입기조를 깬 것은 물론 준수한 재무건전성마저 흔들리고 있는 형국이다. 여기에 미청구공사, PF 등 잠재리스크까지 상존하고 있어 수익성회복과 재무건전성 제고에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31일 분기보고서 분석결과 신세계건설은 1분기 매출 3522억원, 영업손실 108억원 실적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동기 2534억원에 비해 38.9% 늘어나면서 4분기 연속 전년대비 성장을 지속했다. 특히 1분기 기준으로는 최근 10년새 최대치를 달성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전분기 -257억원에 이어 2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신세계건설이 2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은 2013년 3·4분기이후 처음이다. 당시 신세계건설은 2분기동안 7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뿐만아니라 1분기 기준으로 최근 10년간 유일한 영업손실이다. 매출과 역행하는 영업이익으로 영업이익률(-3.08%)도 1분기 기준 10년새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순이익(-100억원)도 최근 10년새 최저치를 기록했다. 종전 최저치는 2014년 1분기 -7억원이다.

    이처럼 수익성이 부진한 것은 업계 전반에 불어닥친 원자재쇼크 탓이 커 보인다. 1분기 원가는 3449억원으로 전년동기 2344억원에 비해 47.1% 늘어났다. 매출액 증가율 38.9%를 웃도는 수치다. 1분기 기준 2018년 1797억원이후 5년연속 상승하면서 10년새 최대치를 기록했다.

    원가상승으로 원가율은 지난해 1분기 92.5%에서 5.43%p 늘어난 97.9%를 기록했다. 이 역시 최근 10년새 최고치다. 원가부담이 늘어난 가운데 판관비도 지난해 1분기 175억원에서 181억원으로 3.55% 증가했다. 즉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구조가 아닌 셈이다.

    2년연속 60억원대를 기록한 준공후 미분양물량과 분양중인 잔여물량도 부담요소중 하나다. 준공후 미분양, 즉 보유 완성건물은 1분기 기준 직전 4년(2018~2021년)간 없었다. 그 이전에는 관련 계정이 공개되지 않았다.

    현재는 서울 마포구 '빌리브 디에이블' 243가구를 비롯해 △경기 이천시 '빌리브 어바인시티' △대구 달서구 '빌리브 라디체' △부산 강서구 '빌리브 명지 듀클래스' △경기 남양주시 '빌리브 센트하이' △대구 북구 '빌리브 루센트' △대구 수성구 '빌리브 헤리티지' △울산 남구 '빌리브 리버런트' 등에서 잔여물량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신세계건설은 그룹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주택사업 확장을 택했다. 이를 위해 2018년 새로운 주거브랜드 '빌리브(VILLIV)'를 론칭하면서 서서히 영토를 넓혔다.

    초기에는 순조롭게 주택사업을 키웠다. 2018년이후부터 2021년까지는 부동산 광풍이 몰아치며 줄곧 호황만 이어졌다. 이를 통해 상업시설이 차지하는 매출비중도 72%에서 2022년 57%까지 낮췄다. 같은기간 주거시설 매출비중은 17.6%에서 35.3%로 2배 가까이 늘었다.

    다만 후발주자의 한계를 안고 확장한 만큼 불리한 싸움을 지속했다. 사업지 대부분은 수도권보다 지방에 있었고 특히 '미분양무덤'으로 불리는 대구에 집중됐다. 건축물 유형도 수익성과 분양률이 높은 아파트보다는 대안주거로 분류되는 오피스텔과 주상복합이 주를 이뤘다.

    이 때문에 단기간내 큰폭의 수익성 개선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최한승 한국기업평가 실장은 "주요 진행사업장 다수가 대구 등 분양 위험지역에 분포하고 있고 예정분양사업장 또한 지방 위험지역 비중이 높아 전반적인 주택사업 포트폴리오 안정성이 저하되고 있다"며 "이를 고려하면 분양성과 부진시 대금회수 지연 등으로 중단기 재무부담이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홍석준 한국신용평가 실장은 "과거보다 주택위주 민간공사 비중이 확대된 상황에서 분양경기 저하현상이 전국으로 확대됨에 따라 전반적인 주택사업 위험이 상승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분양경기 저하로 인한 영업자산 추가적인 손실 발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점을 고려할때 단기간내 큰폭의 수익성 개선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 울산 중구 '빌리브 울산'. 221110 ⓒ신세계건설
    ▲ 울산 중구 '빌리브 울산'. 221110 ⓒ신세계건설
    이같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레저부문에 힘을 쏟고 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레저부문 매출비중이 극히 적은데다 수익성도 담보할 수 없는 상태인 만큼 성과를 내기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1분기 레저부문 매출은 181억원으로 전년동기 73억원에 비해 146% 뛰었다. 그러나 전체 매출의 5.14%에 불과하다.

    영업이익은 23억원으로 1분기 기준 최근 10년동안 처음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코로나19 관련규제 완화로 아쿠아 운영이 재개되고 골프장 그린피가 인상돼 적자를 줄일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건설부문 영업손실 131억원을 만회하기는 역부족이다. 앞선 투자들이 언제쯤 성과로 이어질지는 예단하기 쉽지 않다.

    또다른 문제는 흔들리는 재무건전성이다. 1분기 기준 차입규모는 1457억원으로 전년동기 15억원에 비해 97배 급증하면서 1분기 기준 최근 10년새 최대치를 뛰어올랐다.

    차입금의존도는 전년동기 0.66%에서 53.7%로 크게 상승했다. 경쟁사보다 건전성이 악화한 것은 아니지만 1분기 기준 2019년부터 0%대 차입금의존도를 기록하며 사실상 무차입경영을 지속하고 있었던 만큼 채무부담이 높아진 것은 확실하다.

    특히 단기차입금이 전년동기 15억원에서 1215억원으로 81배 뛰었다. 수익성저하, 외형확대와 연계된 운전자본부담 증가, 유동성 확보를 위한 선제적 자금조달 차원에서 단기차입금 비중을 늘린 것으로 보인다.

    차입증가는 부채가중으로 이어졌다. 1분기 부채규모는 7269억원으로 전년동기 5563억원에 비해 30.6% 늘어나면서 10년새 최대치를 기록했다. 자본총액(2712억원) 역시 전년동기 2246억원에 비해 20.7% 증가하면서 10년새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부채 상승폭이 더 가팔라지면서 부채비율은 247%에서 267%로 20.3%p 악화했다.

    차입금 및 부채증가는 이자비용 부담으로 이어졌다. 1분기 이자비용은 21억원으로 전년동기 4억원에 비해 333% 뛰면서 1분기 기준 2014년 25억원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자보상배율은 영업이익 부진과 맞물려 -5.02를 기록, 10년새 최저치를 나타냈다.

    이자비용조차 갚지 못하는 상황이 되자 자본시장 시선도 차가워졌다.

    3월 8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위해 수요예측을 진행했지만 100억원 매수주문을 받는데 그쳤다. 미매각물량은 인수단으로 참여한 KDB산업은행이 500억원을 인수하고 나머지 200억원은 대표주관을 맡은 NH투자증권이 떠안았다.

    현재 회사채 신용등급이 'A(안정적)'이지만 분양성과 부진에 따른 유동성 악화 우려로 자본시장에서 환대를 받지 못한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신세계건설 분양실적 부진이 예상보다 심각해지면서 한때는 하도급업체에 지급해야 할 현금마저 떨어졌다는 얘기까지 돌았다"며 "업계에 이런 소문이 돌 만큼 현금흐름 계획에 차질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신세계건설 사업장이 미분양에 시달리고 있는 대구에 집중돼 공사비 회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일시적인 '돈맥경화'에 건설경기 악화로 투자심리까지 나빠지면서 단기차입금을 몰아서 빌린 것"이라고 말했다.
  • ▲ 대구 수성구 '빌리브 범어120'. 221201 ⓒ신세계건설
    ▲ 대구 수성구 '빌리브 범어120'. 221201 ⓒ신세계건설
    잠재리스크도 상존한다. 업계 대표 잠재리스크인 미청구공사 대금은 모두 677억원으로 1분기 기준 △2020년 134억원 △2021년 263억원(+96.3%) △2022년 429억원(62.8%) 등으로 3년간 꾸준히 증가했다.

    게다가 1분기 PF대출잔액은 2조433억원, 채무인수약정은 3조1765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연매출 1조4323억원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부동산개발업계 한 관계자는 "분양사업에서 책임준공의무 이행시 우발부채 위험은 통제 가능한 수준이 되겠지만 공사진행에 따른 비용증가로 수익성 개선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계열사 내부거래 매출 역시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올해도 실적개선에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신세계건설은 최근 대구 중구 '빌리브 프리미어' 개발사업 공사지연으로 521억원 규모 채무를 인수한 바 있으며 일부현장에서 공기가 지연되면서 우발채무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구리갈매 지식산업센터의 완공예정일은 245일이 늘었고 대구 본동3 주상복합아파트 완공예정일은 179일 증가했다. 서울 장충동 교육 연구시설 신축공사는 1월31일에 완공됐어야 했지만 6월30일로 연기됐다.

    이밖에 △대구 '빌리브 스카이' △광주오포 물류센터도 100일이상 공사예정일이 늦춰졌으며 △아쿠아펫랜드 △광주 '빌리브 트레비체' △화성 JW물류센터 신축공사 △아난티 강남호텔 신축공사 △동탄2신도시 트레이더스 신축공사 등도 40~60일가량 연기됐다.